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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까마득하게만 느껴지는 3년 전, 2005년 3월의 어느 봄 날, 저에게는 네이트에 있을 때부터 인연을 맺었던 이웃 누리꾼(블로거)들이 있습니다. 따로 누리방(블로그)을 운영하지는 않았지만, 거의 매일 들러 오랜 정을 나누던 은빛님을 비롯하여, loveu님, 보령인님 등 많은 이웃분들에 대한 기억이 새로워지는 깊은 밤입니다.

이번 주 들어 날이 추워지면서, 현재 제 주변에도 감기로 앓이를 하고 계신 분들이 적지 않아, 옆에서 지켜보기에 무척 안타깝습니다. 잊을 수 없는 윗 분들을 포함하여 저를 알고 계신 모든 분들, 다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신지 많이 궁금합니다.

세느강변, 낭만적인 산책길로 초대합니다

저는 워낙 추위를 잘 타는 체질이어서, 특히 겨울에는 따듯한 것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이젠 완연한 겨울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입니다. 더불어 따듯한 방 안에서만 오랜동안 뒤척여서인지 잔잔한 강가를 거닐고 싶습니다. 날이 많이 차가워져 제법 쌀쌀한데 그 시린 공기와 대기의 바람을 피부로 느끼고 싶은 날입니다.

오늘의 글과 모네의 아래 그림들은 그래서 준비한 것입니다. 아래 모네(Claude Monet, 프랑스, 1840~1926)의 그림들 총 12점 중 마음에 드는 작품은 모두 컴이나 블로그의 배경그림으로 활용하시면 더 실감나게 감동적인 감상을 할 수 있습니다.

인상주의 예술의 선구자요, 프랑스의 대표적인 화가였던 모네의 그림과 그의 정원, 포플러 연작, 교회 등, 화가에 대한 다양한 내용들은 앞에서도 여러 번 소개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그 자세한 연대별 작품활동과 약력은 이 앞 글과 아래 관련글들을 참조하시길 바라며, 오늘은 그 글들로 대신하려고 합니다.

베레모자를 쓴 모네의 자화상. 1886
 베레모자를 쓴 모네의 자화상. 1886
ⓒ 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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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화가이자 미술 이론가이며, "애술가들의 생애(Schilderboek)"란 책을 쓰기도 했던 카렐 반 만데르(Karel van Mander, 네덜란드, 1548-1606)는 풍경화에 대한 최초의 이론서 가운데 하나인, 그의 저서 "회화론"에서 이렇게 충고합니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드러나 마을과 산을 비추는 안개 낀 대기를 그려보라"고 권합니다.

만데르가 이런 글을 집필할 당시에는 모든 풍경화가 여전히 스튜디오나 화실에서 완성되던 때입니다. 그러나 이런 대기의 느낌과 안개 낀 기후가 주는 감각적인 인상의 포착은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화가들에게 회화적 역량을 과시할 기회가 되었으며, 이런 회화사의 흐름은 인상주의 예술로 승화하기에 이릅니다.

야외에서 자연을 보고 그린 완성작, 인상주의

이렇게 19세기에 이른 화가들은 그림을 점차 야외에서 완성하기 시작합니다. 19세기 중엽에 튜브 물감이 발명, 상업화되면서 화가들의 야외 작업이 가속화됩니다. 휴대가 간편한 그림재료를 이용해 빛과 그림자의 효과를 포착하거나 시간과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기후나 대기의 인상을 화가의 느낌 그대로 그 자리에서 묘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모네의 노적가리, 수련, 루앙성당, 국회의사당 연작과 같은 인상주의 회화가 탄생합니다. 이렇게 순간적인 기후의 인상을 묘사하는 화풍이 당시의 주된 관심사로 떠오릅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작가들의 대부분은 화실 안에서 그림을 완성하였습니다.

그렇게 19세기 말에 이른 인상주의 화가들은, "야외에서 직접 자연을 보고 그 흐름과 변화를 그린 스케치 같은 작품을 진정한 완성작"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야외에서 느낄 수 있는 표면적인 감각의 효과를 조금 더 직접적이고 감각적이며, 시각적인 인상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많은 인상주의 화가들이 프랑스 북부나 파리 근교의 시골과 노르망디, 브리타뉴에 직접 거주하며 느낀 감상과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그들은 그 곳에서 변화하는 기온과 급변하는 기후의 양상을 꼼꼼하게 관찰하였습니다. 그렇게 포착된 기후의 세세한 변화들을 인상으로 기록하고 화폭에 담아냈던 것입니다.

기대해도 좋을 것입니다. 준비되셨나요? 자~ 그럼, 이 멋진 세느강 둑길을 저와 함께 거닐어 볼까요. 여유롭게 말이죠.

(Arm of the Seine near Giverny in the Fog), 1897, Private Collection
▲ 지베르니 근처의 안개낀 세느강 줄기 (Arm of the Seine near Giverny in the Fog), 1897, Private Collection
ⓒ M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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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6, Private Collection
▲ 가을의 세느강 둑(The Banks of The Seine in Autumn) 1876, Private Collection
ⓒ M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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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ks of the Seine at Jenfosse, Clear Weather), 1884, Private Collection
▲ 맑은 날, 젠포세의 세느강둑 (Banks of the Seine at Jenfosse, Clear Weather), 1884, Private Collection
ⓒ M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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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7, National Gallery of Art - Washington, United States of America
▲ 지베르니 근처의 세느강(The Seine near Giverny) 1897, National Gallery of Art - Washington, United States of America
ⓒ M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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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ine at Port-Villez, Blue Effect), 1894, Private Collection
▲ 빌레 항구의 푸른 빛이 감도는 세느강 (The Seine at Port-Villez, Blue Effect), 1894, Private Collection
ⓒ M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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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감상한 것과 같이, 위 그림들은 각 지역에 걸쳐 있는 세느강 둑방 길에서 모네가 그린 6점의 가을 풍경화입니다. 그 배경으로 볼 때, 수정처럼 투명하고 차가운 기운이, 물 위에 반사되어 화폭 가득 번져있는, 이른 새벽과 아침, 오전의 풍광들입니다.

그래서 위 맨 첫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새벽의 첫 여명이 밤하늘을 뚫고 구름의 아랫면과 그 아래 그늘진 수면 위를 비추는 아름다운 장면을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맑고 서늘한 기운에 둘러싸인 세느강의 푸르름을 만끽할 수 있는 아침 산책길이었습니다.

푸르른 기운이 감도는 세느강의 아침 풍경

지금 이 시간에 프랑스 세느강의 어느 한 줄기에서 살고 있거나, 그 강변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가까운 지역에 살고 계신 독자가 있다면, 위 모네의 아침 풍경이 더욱 실감나게 느껴질 것입니다. 특히 클로드 모네가, 새벽 공기의 안개 낀 대기 속에 이젤과 화폭을 세워놓고 이슬 방울이 맺히는 곱은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생생한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에서 감상하며 거닌 것처럼 세느강은 각각의 이름을 갖고 있는 각기 다른 여러 마을들을 끼고 돌아 흘러가는 무척 길고도 고요한 강줄기입니다. 그림으로 살펴볼 때, 강 폭도 그리 넓지 않으며 나즈막하고 작은 젓줄기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세느강은 아르장퇴유(Argenteuil)와 베퇴유(Vetheuil), 젠포세(Jenfosse), 라바코(Lavacourt), 그란테 자테(Grande-Jatte), 지르베니(Giverny), 빌레 항구(Port-Villez) 등 각 시골 마을의 젓줄입니다. 각 마을들과 그 풍경이 잘 어울어져 있으며, 아름다운 산새와 강새의 조화를 보여줍니다.

이렇게 강변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서늘한 아침과 정오을 지나 오후의 어느 한 때로 접어들어 있습니다. 이제 아래 그림에서는 아침의 그 서늘한 기운은 퇴색하였으며, 어느새 가을 색채 짙은 따듯한 기운이 번져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세느강 풍경을 따라 오후의 호젓한 산책을 계속해야겠습니다.

1881, Private Collection
▲ 베퇴유에 있는 세느강(The Seine at Vetheuil) 1881, Private Collection
ⓒ M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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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8, Staatliche Kunstsammlungen Dresden, Germany
▲ 라바코에 있는 세느강뚝(The Banks of the Seine, Lavacourt) 1878, Staatliche Kunstsammlungen Dresden, Germany
ⓒ M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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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anks of the Seine, Ile de la Grande-Jatte), 1878, Private Collecion
▲ 그란데 자테에 있는 세느강둑 (The Banks of the Seine, Ile de la Grande-Jatte), 1878, Private Collecion
ⓒ M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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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umn on the Seine at Argenteuil), 1873, Private Collecion
▲ 아르장퇴유에 있는 세느강의 가을 (Autumn on the Seine at Argenteuil), 1873, Private Collecion
ⓒ M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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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et on the Seine at Lavacourt Winter Effect), 1880, Musee du Petit Palais, France
▲ 겨울, 라바코에 있는 세느강의 해넘이 (Sunset on the Seine at Lavacourt Winter Effect), 1880, Musee du Petit Palais, France
ⓒ M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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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이 모네의 그림, 5 점으로 가을날의 오후 풍경이 호젓한 세느강변을 함께 거닐었습니다. 함께 강변의 풍경을 감상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날은 저물어 해가 넘어간 어스름 저녁이 되어버렸습니다. 햇볕에 드리웠던 짧은 그림자가 시간의 흐름만큼이나 키가 커버린 그림자로 길어졌으며, 섬세하게 변조되는 색조를 통해 가을 저녁의 검붉은 빛과 그 기운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주황빛 기운이 감도는 세느강의 오후, 해질녘 풍경

위 아침의 차가운 빛과는 달리, 오후의 따듯한 빛은 나뭇잎의 가녀린 흔들림과 나뭇가지의 실루엣이나 그 전체적인 구성을 섬세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대지를 감싸안은 듯, 비추고 있는 저무는 태양의 주황빛 해넘이 장면은 홍옥처럼 은은한 수면 위에 반사되어 따듯하면서도 강한 기운을 화폭 가득 발산시키고 있습니다.

오후 들어 더욱 강해진 햇빛의 강도는 각 화폭의 구름 층이나 그 밖의 다른 대기 조건에 따라 부분적으로 변화합니다. 또한 하루를 주기로 변화하는 순환과정에 따라서 부분적으로 변화하며, 더불어 1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사계절의 순환과정에 따라서 부분적으로, 상징적으로 변화합니다.

많은 화가들이 이러한 빛의 다양한 색채와 그 변화에 매료되었습니다. 새벽하늘과 저녁노을을 아름답게 묘사하여 상징적인 의미를 표현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시간대에 따른 빛의 변화를 섬세하고 꼼꼼하게 관찰하고 그림으로 기록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17세기 이후에 두 점의 그림이 한 쌍을 이루는 연작 회화가 유행합니다. 즉 밤과 낮, 또는 새벽과 황혼을 대비적인 주제로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늘 위 모네의 풍경화들처럼, 이러한 그림들에는 변화하는 빛의 묘사가 특히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언제나 빛을 구도의 초점으로 삼아 낮에서 밤으로, 또는 밤에서 낮으로 변화해가는 한 순간을 매우 조화롭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빛과 그 빛의 조건을 세밀하게 묘사한 풍경화

프랑스의 툴루즈(Toulouse)에서 태어난 풍경화가이자, 이술이론가인 피에르 앙리 드 발랑시엔(Perre-Henri de Vanlenciennes, 프랑스)은 1800년에 회화에 대한 논문을 저술합니다. 그는 햇빛과 그림자는 지구의 움직임, 대기 가운데 수분의 양, 특별한 장소에 반사되는 빛의 특성 등 여러가지 요소로 인해 지속적으로 변화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하루 가운데 여러 시간대에 걸쳐 동일한 풍경을 그림으로 그려 빛이 형태를 연출하는 차이점과 섬세한 변화들을 세밀하게 관찰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하루의 순환 가운데 가장 특징적인 네 시간대를 추천하였는데, 첫 째로 "신선한 아침", 둘 째로 "정오의 눈부신 태양과 무거운 대기", 셋 째로 "불타오르는 지평선의 저녁 무렵", 그리고 넷 째로 "부드러운 달빛이 비추는 조용한 밤"을 꼽았습니다.

1880년대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인 모네는 이러한 접근법을 더욱 발전시킵니다. 노적가리나 국회의사당, 수련과 같은 동일한 주제를 여러 점의 연작으로 그려 변화하는 빛을 묘사하였으며, 그러한 연작을 통하여 끊임없이 변화하는 빛의 조건을 표현하였습니다. 모네는 위 마지막 소개한 작품인 "해넘이"의 장엄한 풍경을 통하여 가을 밤의 검붉은 미묘한 빛을 섬세하게 인상적으로 독자(관객)들의 뇌리에 밝히고 있습니다.

풍경화에서 빛과 어둠은 강력한 싱징적 의미를 갖습니다. 풍경화가들은 밤에서 낮으로 변하는 새벽녘의 과정을 이용해 유한한 인간존재보다는 위대하고 영원한 신의 계획이나 우주의 섭리와 체계 등을 표현하였습니다. 또한 떠오르는 태양은 희망과 부활, 구원의 의미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호젓한 세느 강둑을 따라 새벽안개와 불타는 노을을 타고 고요한 세느강 둑길을 산책하고 나니, 마음마저 고요하게 잠재운 듯 다시 평온해졌습니다. 얼굴을 스친 시린 공기마저 산뜻하게 느껴집니다. 몸이 조금 무거운 듯 안좋은 분이 계시다면, 위 세느강둑을 따라 잠시 더 거닐며 사색에 잠겨보시길 바랍니다. 마음마저 울적한 독자가 계시거든, 이 기회에 조금 더 여유롭게 쉬어 가시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모네, #인상주의, #세느강, #산책, #강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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