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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역시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 사랑과 관심이 없다면 한 가족으로서 아마 중요한 의미가 없을 것이다. 서로 사랑하고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가족의 힘이 된다. 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가족 구성원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가족이 가져야할 일차적인 마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결혼 60주년을 맞이하신 어머님이 요즘 병원에서 너무나 힘들게 병마와 싸우고 계신다. 팔순을 넘기신 연세에 올 봄에 당뇨로 크게 고생한 뒤라 여러 가지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인데, 이번엔 ‘쯔쯔가무시’라는 병으로 병원신세를 지게 되셨다. 보통 젊은 사람이라면 한 일주일 정도 치료하면 쉽게 나을 수 있는데 워낙 고령에다 체력이 너무 약해 합병증이 발생한 것이다.

60여년 동안 자식을 위해 몸고생과 맘고생을 하신 어머님
▲ 병원에 입원해 계신 어머니 60여년 동안 자식을 위해 몸고생과 맘고생을 하신 어머님
ⓒ 노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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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온 가족이 어머님의 병세에 따라 일희일비(一喜一悲)하고 있다. 물론 아버님이 가장 고생을 많이 하신다. 그렇지 않아도 당신의 몸도 좋지 않아 약으로 항상 사시는데 어머님을 간호하시느라 병원생활을 하고 계시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러다 아버님까지 입원하시는 것은 아닌가 하고.

아무리 만류해도 어머님의 병간호를 하시겠다고 고집을 부리시는 아버님이 이해가 되면서도, 자식들의 뜻에 따르지 않으시는 아버님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낮에는 간병사가 어머님을 돌보고 계시고 밤에는 아버님과 누나 그리고 내가 번갈아가면서 어머님 병간호를 한다.

아버님의 어머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보기는 좋아보여도 힘들어하시는 아버님이 안쓰럽기 그지없다. 60년을 함께 사신 부모님이시기에 더욱 서로 애틋하고 애절한 마음이 많으리라 생각하며 부모님의 사랑으로부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된다. 부부란 바로 이런 것이리라. 한 쪽이 힘들고 어려울 때 나의 편안함을 옆으로 제쳐놓고 다른 한 쪽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는 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이리라.

아프신 가운데에서도 자식보다 아버님을 먼저 생각하시는 어머님의 마음이 전혀 서운하지 않는 것은 바로 아버님과 어머님의 사랑이 눈물겹도록 애틋하기 때문이다. 김장 걱정하고, 집 걱정하시는 어머님을 보면 조금은 안심이 된다. 침대에만 누워계시는 어머님은 온 가족의 사랑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고 계신다.

결혼 60주년을 병원에서 어머님 병간호하시면서 맞으신 아버님
▲ 어머님을 간호하시는 아버님 결혼 60주년을 병원에서 어머님 병간호하시면서 맞으신 아버님
ⓒ 노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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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남매가 다 모여 어머님 병문안을 하고, 3시간 넘게 차로 달려온 조카들과 조카사위들, 어머님 병간호하시면서 아침 저녁으로 아버님 식사를 준비하시는 큰누나와 자형 모두가 고맙고 고마울 따름이다. 그리고 할머니 걱정으로 공부가 잘 되지 않는다는 아들 현진이가 무엇보다도 나에겐 큰 힘이 된다. 아들 현진이가 보낸 '인내, 용기, 끈기만 있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보니 큰 힘이 된다.

"아빠의 얼굴을 보면 할머니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현진이가 대견하면서도 고맙다. 집에서 내가 얼굴을 더 화사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힘든 것이니까. 큰 형님은 술 한잔하시고 꺼억 꺼억 우시면서 어머님 걱정이 태산이다. 모두가 어머님 입원으로 제대로 일도 가정생활도 할 수가 없다.

현진이가 할머니가 입원하시고 계신 병원을 방문하는 날이었다.
“아빠! 차 열쇠 좀 주세요.”
“왜 그러는데.”
“잠시 차 속에서 쉬려고요.”
“현진이가 병원에서 오래 있으니까 힘든가 보구나.”

열쇠를 주면서 차 속의 다른 것은 만지지 말라고 당부를 하고 열쇠를 주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 돌아온 현진이에게 "혹시 차 속에서 휴대폰으로 게임한 것 아니야"라고 평상시처럼 물어본 내가 잘못이었다.

"아니에요. 할머님 빨리 낫게 해주시라고 묵주기도를 10단이나 했어요."

난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아들에게 미안하고 솔직히 '쪽팔렸다'.

"아! 우리 현진이 대단하네. 현진이의 기도 때문에 할머님은 틀림없이 빨리 나으실 거다."

초등학교 6학년인 현진이는 병원에 계신 할머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현진이가 참 고맙다.
▲ 할머님 생각에 여념이 없는 현진이 초등학교 6학년인 현진이는 병원에 계신 할머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현진이가 참 고맙다.
ⓒ 노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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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내내 가족에 대해 생각을 했다. 어려울 때 가족의 힘이 드러난다는 말이 정말 맞는가 보다. 서로 더 관심을 가지고 염려해주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정말 자신감과 용기를 얻는다. 그래 이게 바로 가족이야.

아침에 일어난 현진이가 엄마에게 "엄마! 나의 첫 번째 소원은 할머님이 빨리 건강하게 되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현진이가 할머님 생각을 참으로 많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소원?”
“예, 만약에 하느님께 너의 소원이 무엇이냐? 내가 하나만 들어주겠다고 말씀하시면 ‘저의 소원은 할머님이 빨리 낫는 것입니다’라고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 우리 현진이 대단하다.”

그렇다. 사는 게 바로 이런 것이다.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해주는 작은 실천이 커다란 사랑을 움트게 한다. 작은 것에서 커다란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바로 사람 사는 맛이 아닐까? 사는 것이 뭐 별건가. 바로 이렇게 서로 의지하며 서로 배려하고 섬기는 것이지. 병석에서 고생하시는 어머님 때문에 가족의 귀중한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정말 고마운 깨달음이다. 


태그:#가족사랑, #아버님,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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