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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저번에 창기가 오마이뉴스 올린다면서 독거노인 도배봉사 하는데 왔었잖아. 그 품앗이 봉사단 회장님(임00.46)이 병원에 있어. 같이 가볼래?"

하청 노동자로 일하는 것도 힘들텐데 그분은 봉사까지 하는 좋은 사람 입니다.
▲ 품앗이 봉사단 봉사단원 임00씨 하청 노동자로 일하는 것도 힘들텐데 그분은 봉사까지 하는 좋은 사람 입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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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가방을 챙겨들고 동구지역 있는 울산대학병원으로 갔습니다. 친구랑 병실 문을 들어서니 여러명이 함께 쓰는 병실에 그 분이 누워 있었습니다. 대학 졸업반이라는 큰 아들과 아내로 보이는 여성이 근심어린 눈 빛으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어서오세요. 그렇잖아도 저번에 오마이뉴스 신문에 우리 기사를 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하는데 못했습니다."

병문안 갔을땐 아내와 아들이 함께 있었습니다. 아내는 밤새 병실을 치켜서인지 많이 힘들어 보였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은 품앗이 봉사단 회원입니다.
▲ 오른쪽 다리를 다친 임00씨 병문안 갔을땐 아내와 아들이 함께 있었습니다. 아내는 밤새 병실을 치켜서인지 많이 힘들어 보였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은 품앗이 봉사단 회원입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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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미터 높이에서 추락하여 오른쪽 다리가 으스러졌습니다. 뼈를 맞추지 못해 제거 했다고 합니다. 고인 피를 뽑아 내야 한다고 합니다.
▲ 피 뽑아내는 도구 2미터 높이에서 추락하여 오른쪽 다리가 으스러졌습니다. 뼈를 맞추지 못해 제거 했다고 합니다. 고인 피를 뽑아 내야 한다고 합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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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게 필자를 맞이한 그 분은 현대중공업 사내 하청업체 다닙니다. 다른 곳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오른쪽 다리를 붕대로 칭칭 감았고 고무 호스로 피를 뽑아 내는 것으로 보아 다리를 크게 다친게 분명 했습니다. 몇가지 질문을 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그러라고 했습니다.

- 언제 입사했고 언제 어떻게 다치게 되었나요?
"2006년 11월 경 현대중공업 사내 하청 (주)서일 이라는 업체에 입사 했습니다. 맡은 작업은 큰 배 형틀을 만들기 위해 용접을 하는 것입니다. 지난 11월 18일 화요일 오전 11시 30분 경 지상에서 2미터 위 작업대에 올라가 용접작업을 하다 미끄러져 떨어졌습니다. 오른쪽 다리에 통증이 심해 움직일수가 없어 하청업체 간부에게 연락했습니다. 작업중 다치면 엠블란스가 와서 병원으로 후송해야 하는데 트럭에 실려 병원으로 왔습니다."

- 사후 조치가 궁금합니다.
"오전11시 30분경 사고가 발생 했는데 낮 12시 넘어 트럭에 실려 현대중공업 바로 앞에 있는 울산대병원 응급실로 실어다 주었습니다. 응급실에서 9시간이나 대기 상태에 있었습니다. 병원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수술이 밀려 어쩔수 없다고 했습니다. 응급실에서 수술 대기한지 9시간만에 수술실로 갔습니다."

-수술 경과는?
"오른쪽 무릎 아래 정강이 뼈가 부러지고 뼈가 부러지면서 으스러져 일부는 붙이고 일부는 제거 했다고 합니다. 뼈를 제거한 곳에 피가 고여 이렇게 피를 빼내는 장치를 하고 있습니다."

-하청업체 측에선 어떻게 나오고 있나요?
"당연히 산재처리 해야 하는게 맞잖습니까? 그런데 사측은 공상처리 하려고 하는 눈치였습니다. 담당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현재 산재 일반으로 등록되어 치료 중이라고 했습니다."

- 작업 환경은 어떻습니까?
"원청과 비교해 보면 하청 노동자의 작업 환경은 매우 열악합니다. 안전시설이 미흡하면 작업거부 하는게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 임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무조건 빠른 시간내 작업을 끝내고 또 다른 작업을 수행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하청 업자가 돈을 더 벌수 있으니까요. 저도 안전하게 작업할수 있도록 안전 시설이 완료 된 후에 작업 하겠다고 주장하고 싶지만 그렇게 말하면 집에 가라 하니 어쩔수 없이 엉성한 작업 공간에서 용접 작업을 수행 해야만 합니다. 그것이 하청 노동자의 근무 여건이니 어쩔수 없습니다."

-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렇게 다쳐 병원에 입원하고 보니 가족의 생계문제가 많이 걸립니다. 그래서 말 못할 괴로움이 많습니다. 뼈가 으스러져 완전히 낫기까지 장기 치료를 받으면 어쩌나, 나중에 장애 후유증 때문에 직장에서 쫓겨나면 어쩌나 하는 이런저런 걱정거리가 많습니다. 업체에서도 산재가 아닌 공상으로 하기를 바랍니다. 하청 노동자도 원청과 같은 사람입니다. 원하청간 동일 조건으로 작업 할수 있도록 근무 여건이 조성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중대 재해시 바로 산재처리가 되어 생계비 걱정 없이 치료 받을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화가 끝나고 근심 가득한 그와 가족의 얼굴을 뒤로 한채 병실을 나왔습니다. 병실을 나와 필자는 곧바로 다른 친구를 찾아 갔습니다. 이 친구는 필자랑 중학교를 같이 나온 친구입니다. 오래전 현대중공업 사내 하청 다니다 위 하청 노동자와 같이 떨어져 다친 경우 입니다. 다쳤다는 소식은 들었으나 상세한 내막은 잘 몰라 이번에 한번 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전화 하니 마침 시간을 낼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음은 10년전 같은 대기업 사내 하청 노동자로 작업하다 다친 친구 이아무개(44)와의 대화내용 입니다.

- 언제 입사 했고 언제 어떻게 다쳤는지?
"1998년 3월 5일 현대중공업 사내 하청업체인 동해산업에 입사하여 일을 시작했다. 내가 맡은 일은 유조선 선박 탱크 안에서 페인트 작업 하는 것이었다. 사고는 98년 11월 21일 오후에 일어 났다. 페인트에 신나 성분이 많아 작업 무장을 하고 한다고 해도 오래 작업하다보면 가끔 어지럼증이 오기도 한다. 페인트 칠을 하면서 가는데 갑자기 발에 아무것도 밟히지 않았다. 그리고는 정신을 잃어 버렸다. 옆에서 작업중이던 동료에게 나중에 들어보니  쿵 하는 소리가 나 내려다 보니 내가 쓰러져 있었다고 했다. 바닥과 12미터 정도 높은곳에서 일했는데 발을 헛디뎌 추락한 것이었다. 옆 동료에 의하면 추락후 연락 받은 사고 처리반에 의해 울산대학병원에 보내졌다고 한다. 나를 끌어 올릴 방법이 없어 크레인으로 쓰러져 있는 나를 끌어 올렸다고 한다.

그후 3일간 혼수 상태에 있다가 깨어 났다. 정신이 든 후 오른쪽 얼굴과 치아 쪽 뼈 접합수술을 하고 응급실에 보름 동안 있다가  완전 의식이 돌아오고 나서야 입원실로 보내져 약 4개월간 치료하며 뼈가 붙기를 기다리는데 또다시 이번엔 오른쪽 치아 10개와 왼쪽 치아 1개 등 모두 13개의 치아를 약 6개월간 더 치료 했다. 그 후 정형외과 물리치료 등을 병행 하면서 약 1년 동안 입원치료를 하였고 퇴원후 3개월을 더 통원치료를 하였다."

-후유증은 없는가?
"지금 난 후회가 막심하다. 너무 빨리 치료 종료를 해서 그런지 지금도 후유증이 많다. 이 후유증은 평생 갈거 같다. 난 운동을 좋아 하는데 운동을 해도 소용 없다. 운동하고 작업하다보면 왼쪽 발목쪽 인대와 엉덩이 부근 뼈가 가끔씩 아려 온다. 또 왼쪽 어깨 밑 쪽에 가슴과 팔 날개쪽에서 통증이 있다. 그리고 높은 아파트나 건물 높은 곳에서 밑을 보면 어지러움과 고소공포증이 있다. 무섭다. 게다가 떨어진 기억이 쉬이 잊혀지지 않고 있다. 그로 인한 죽음에 대한 공포심으로 스트레스가 심하다. 두어번 정신이 혼미해진 적도 있었다.
사고 후 입속에서 이상하게도 양치질을 하면 피가 나오고 또 피가 고여 있기도 하다.자꾸 냄새가 난다고 하여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겁난다.  대인기피증으로 인한 사회 부적응증도 나타나고 있다. " 

그와 대화를 마치고 헤어졌다. 집으로 들어가는 그의 어깨가 오늘 따라 무척이나 무겁게 느껴졌다.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그는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사고후 무서워 출근을 스스로 포기 했다고 한다. 지금은 현대차 사내 하청에 다니고 있다.

10년전에도 대기업 사내 하청 노동자는 작업하다 추락하여 생사를 넘나 들었다. 12미터에서 추락하여 의식을 잃은 그를 두고 동료 모두 죽었다고 생각 했다고 한다. 그러나 3일 만에 의식을 되찾은후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말한단다. 나도 페인트 칠 관련 작업을 해서 신나 냄새가 얼마나 독한지 잘 알고 있다. 신나 냄새를 오래 맡아 어지럼증이 생길때도 가끔 있다.

10년후 대기업 사내 하청 노동자가 작업하다 또 떨어져 이번엔 다리가 부러지고 뼈가 으스러지는 중대 재해가 발생했다. 기업주는 작업 노동자가 안전하게 작업에 임할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당연히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몇 만 톤급 초대형 배 한척 만드는데 있어 수많은 노동자들이 숨지거나 다치거나 직업병에 시들리는게 현실이다.

오죽 했으면 현대중공업 다니는 한 하청 노동자 시인은 일 터를 가리켜 '죽음의 공장' 이라고 시를 지었겠는가.
대기업 바로 앞에 대형 병원이 들어서 있습니다.
▲ 울산대병원과 현대중공업 전경 대기업 바로 앞에 대형 병원이 들어서 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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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세상을 등진 모든 노동자의 명복을 빌며 다친 노동자들의 빠른 쾌유를 빈다. 하루 빨리 산업재해 없는 안전한 일 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태그:#비정규직, #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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