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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윤명
 표윤명
ⓒ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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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소설가다. 교사다.

낮엔 교사로, 밤엔 소설가로 사는 그의 투잡은 퇴근 뒤 매일 거니는 향천사 가는 길에서 전환된다. 메모수첩 하나 들고 산책을 하며 어젯밤 쓴 원고에 이어질 이야기를 구상하다 보면 낮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던 그가 사라지고 상상 속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이야기꾼이 된다.

그의 이름은 표윤명(43), 현재 충남 예산의 신례원초등학교에서 근무한다.

그는 얼마전 두 번째 장편소설 <페르시아1, 2>(휴먼비전 刊)를 출간했다. 첫 장편소설 <아틀란티스>를 출간한지 2년만의 일이다.

그리고 지금 또 다른 소설을 쓰고 있다. 이번에는 역사인물이야기다. 본래 추사 김정희 선생에 대해 쓰려 했는데, 이미 너무 많은 책이 나와 있어 주인공을 바꿨다. 재미있는 사실은 추사선생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우봉 조희룡 선생의 이야기라는 것. 물론 추사선생도 등장한다.

탈고한 뒤 쉬지않고 또 다른 소설을 쓰는 그, 어떻게 그렇게 끊임없이 창작을 할 수 있는 걸까.

"글을 쓰는 작업이 굉장히 즐거워요. 이야기가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다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머릿 속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타자속도가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지요. 스트레스는 탈고한 뒤 출판을 하기까지 받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2001년 처음 소설을 쓰기 전까지 그에게 글쓰기나 책읽기는 매우 낯선 분야였다고 한다.

"학창시절에 읽은 책으로 유일하게 기억 나는 것이 중학교 1학년 때 읽은 삼국지 정도입니다. 대학에서도 국문학이나 창작 같은 분야는 전혀 접하지 못했지요."

서른일곱 살이 되도록 글을 가까이 하지 않은 이가 소설가가 됐다는 얘기다. 그것도 장편소설을 쓰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가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처음으로 쓴 작품은 일종의 성장소설이었는데 원고지 1200매, 장편소설 분량이었다고 한다. 거짓말 같은 그의 소설 입문과정을 들어보자.

"소설과의 만남은 정말 운명적이었습니다. 2001년 4월 5일, 식목일이어서 쉬는 날이라 축구 하려고 아침 일찍 눈을 떴는데 비가 오더라구요. 그런데 난데 없이 '소설을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문방구에 가서는 원고지를 있는대로 다 달라고 했지요. 그게 500매 였는데,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책으로 내려면 얼마나 써야 하는지 모르겠는거예요.

그래서, 서울에 있는 유명한 출판사에 전화를 해서 물었죠. 1200매를 쓰라고 하대요. 바로 원고지를 더 주문하고, 뭘 쓸까 고민하다가 고등학교 때 친구가 '우리가 여지껏 살아온 시간을 글로 쓰면 얼마나 될까' 했던 말이 생각나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 시작하는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러다 보니 1200매가 되더군요."

이 얘기야말로 소설이 아니고 무엇인가. 어쨌든 사전 훈련과정이나 창작공부, 문학에의 꿈 따위가 모두 생략된 이 생짜 초보 소설가의 내공이 놀라울 따름이다. 단편이나 중편 소설이 있는 줄도 모르고 그저 책 한권 분량의 소설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들 어떻게 그 많은 분량의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단 말인가.

"생각해 보면 그 작업이 제겐 습작이 된 것 같아요. 한마디로 무식해서 성공한 경우지요. 그 소설을 끝내고 나서야 신춘문예라는 것이 있다는 것, 중·단편 소설 분량에 대해서도 알았는데 짧은 소설 쓰기는 일도 아니더라구요. 그러고 2년 뒤인 2003년 중편 <저수지>로 심훈문학상을 탔습니다. 제 고향이 산성리 댓골, 지금의 금오주유소 뒷쪽 마을인데, 어렸을때 원탱이방죽에서 많이 놀았거든요. 원탱이방죽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4계절이야기입니다."

그는 이후에 <백제의 눈물>이라는 단편으로 웅진문학상을 받고, 한 두편의 중·단편 소설을 발표한 뒤 장편소설을 썼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타고난 재능만을 가지고 노력없이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7년 전 '운명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뒤 지금까지, 그는 매일 밤 원고지 20매 안팎을 꾸준히 채우고 있다. 때문에 그는 동인활동이나 여타 사회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글을 쓰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교사의 특성상 주어지는 방학이라는 시간도 창작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방학이 되면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하는 생활이 반복되는데, 그는 이 시간들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표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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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리스신화를 바탕으로 한 신화소설 <아틀란티스>를 쓴 계기도 재미있다.

"제가 '풀로 엮은 집'이라는 곳에서 석달동안 문학사에 관한 강의를 들었는데 그때 들은 다양성에 관한 얘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문학에도 국경이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에 세계인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그리스신화를 선택했습니다."

그 뒤 나온 <페르시아>는 역사소설이다. 그는 신화소설이 자칫 판타지로 읽힐까 우려했고, 자연스럽게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소설쓰기로 전환했다. 그리고 다시 한국의 역사인물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표윤명 작가, 그에게는 꿈이 있다.

"해외에 번역돼 읽힐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웃을 때와 웃지 않을 때의 표정, 서른 일곱해 이전과 이후의 삶, 낮시간과 밤시간의 모습이 전혀 다른 이 소설가의 꿈, 역시 남다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무한정보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소설가, #신화소설, #페르시아, #아틀란티스, #표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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