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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과거사위원회의 통폐합 법안을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월 25일 한나라당 조진래 의원이 여야 102명의 서명을 받아 원폭피해자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2004년 제정된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에서도 배제되고, 위안부 피해자 생활지원법 및 한센인 특별법이 제정되는 속에서도 유독 외면당해왔던 원폭피해자들.
 

정부의 외면 속에 원폭피해자들의 생존율은 일본 피폭자 생존률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피해자 2세는 물론이고 3세대까지 이유 모를 희귀질환 과 원폭증과 유사한 다양한 질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몸은 21세기를 살아가지만 이미 끝나버린 줄 알았던 20세기 일제침략전쟁과 식민지배 그리고 미군이 사용한 핵무기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는 것이다.

 

63년 동안 역사 속에서 잊히고 버려졌던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의 인권이 회복될 수 있을지, 원폭피해자 특별법안을 대표로 발의한 한나라당 조진래 국회의원을 지난 5일 국회의원실에서 만나 보았다.    

 

"과거사위 통폐합 되어도 진실화해위에서 원폭피해 관련 위원회 둘 수 있어"

 

-한국인 원폭피해자 관련 특별법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취지가 궁금합니다. 올해 초선이신데, 원폭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관심을 갖고 준비하기 시작했습니까? 

"당선자 시절이었습니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의 심진태 합천지부장님과 임원 서너 분이 사무실로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일본에서 원폭이 투하되었을 당시, 한국인 원폭피해자가 10%였고 그 중 절반이 합천 출신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미 조승수 전 민주노동당 의원이 17대 때 국회에 이 법안을 발의한 바 있지만 회기가 마감되면서 자동 폐기 되었는데, 이 법안은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면서 강하게 권유하시더군요. 그때부터 원폭피해자 문제와 이 법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법안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한국인 원폭피해자와 그 자녀의 실태조사, 의료비·장제비와원폭피해로 인한 경제적인 고통의 보상과 기초 생활수당 지원, 그리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기념사업 등입니다."

 

-새 정부가 들어선 후 '과거사위 통폐합안'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원폭피해자 특별법 제정은 물론이고 관련위원회 설치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이 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떻게 부딪혀 나갈 계획이십니까?

"과거사정리위원회 통폐합 법안이 발의가 되었지요. 과거사위원회 중 기한이 도래된 네 곳을 폐지하고, 나머지는 진실화해위원회로 통합하는 것입니다. 시한이 남아있는 네 개의 위원회는 존치할 겁니다. 원폭피해자 지원위원회는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소위원회를 두고 실태조사 및 다양한 일을 진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원폭피해자 자녀 아픈 것 유전 아니라면 정부가 먼저 입증해 보여야"

 

- 법안에 원폭피해자의 자녀에 대한 실태조사와 2세 환우에 대한 의료비 지원 등의 항목이 포함돼 있습니다. 정부가 과연 '원폭 2세 환우'들에게도 건강검진과 의료비 지원·생계 지원 등을 실시할까요?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세 환우 문제는 물론 쉽지 않을 겁니다. 법률상으로는 '입증 책임'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유전 문제이지요. 저는 원폭피해자의 자녀가 아플 경우, 일단은 그것이 유전으로 인한 질병인 것으로 추정하고 치료부터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유전인지 아닌지는 아픈 사람 개인에게 입증 책임을 지울 게 아니라, 국가기관이 그것이 유전이 아님을 먼저 입증하도록 해야 합니다.

 

일본에서는 전후 수차례에 걸쳐 원폭피해자 법안을 정비해 피해자를 국가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실질 지원하였습니다. 그래서 일본인 전체 피폭자 63만 명 중 25만 명이 살아있을 정도로 생존율이 높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원폭피해자들을 그만큼 잘 지원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7만 명의 한국인 피폭자는 한국정부가 방치하고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2천6백 여 명이 생존해 있습니다. 이는 일본인 생존율과 비교할 때 10%밖에 되지 않습니다. 생존자의 평균 연령도 74세로 고령입니다. 이 분들에게는 생애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분들의 2세에 대한 지원과 피해보상이 실제적인 보상과 명예회복이라 생각합니다."

 

- 원폭피해자 특별법이 통과되기까지 예상되는 어려움은 무엇이며, 그에 대한 의원님의 각오는 어떠한지요?

"제정 법률은 성안되어 본회의에서 통과되는 비율이 낮습니다. 그래서 법안을 발의할 때도 여야 간에 두루 상임위원회 위원이나 포럼 활동을 통해 친분이 있는 의원 등 개별적으로 동료 의원들을 만나 102인의 동의를 받아서 공동발의를 했습니다. 이분들이 법안이 제정되는 데 힘을 실어주시리라 믿고, 해당 상임위나 법사위의 심의 과정에서 제가 입법제안 취지를 잘 설명하고 동의를 구한다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통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63년동안 원폭피해자 보호 못한 점, 국회의원으로서 죄송"

 

- 한국인 원폭피해자 및 원폭 2세 환우 분들에게 한말씀 해주십시오.

"한국인 원폭피해자와 원폭 2세 환우는 일본 침략전쟁의 희생자들입니다. 국가 주권이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인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피해보상과 명예회복을 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분들의 아픔과 고통은 1차 책임은 일본에 있지만 한국 정부에도 2차 책임이 있습니다. 63년이 지나도록 관련 법 하나 제정하지 못하고 이제야 다시 법안을 발의하는 현실에 대해 국민 대표인 국회의원으로서 정말 죄송합니다. 18대 국회 의정생활에서 원폭피해자 특별법안 통과에 가장 역점을 두고 피해자 여러분의 한을 풀어드리며 2세 환우들에게도 희망을 주는 활동을 펼쳐 나가겠습니다."

 

-특별법 제정과 관련하여 정부나 관계부처, 동료의원과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동료의원들께선 3분의 1이 법안 발의에 동의해주셨으니 저와 같은 생각일 것이라 믿습니다. 정부는 예산 때문에 이 법안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할 겁니다. 이 법안은 피해자 지원뿐 아니라 명예회복을 위한 각종 사업에도 예산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는 오래 전부터 평화박물관이 세워져 세계에 핵 피해의 실상을 알리고 다시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평화의 메시지를 발신하는 산 교육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도 북핵이 시끄러운데, 일본과 같이 평화박물관을 조성하고 다양한 원폭피해자 관련 명예회복과 기념사업을 해나간다면 오히려 북핵에 대해 우리 국민이 경각심을 느끼는 산 교육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해당 부처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줄 것을 부탁합니다."

 

먹다 남은 음식 재사용 못하게 하는 식품위생법 개정안도 발의

 

- 함안, 의령, 합천을 지역구로 활동 중인데, 지역을 자주 다니십니까? 최근에 합천에 가신 적이 있다면 어떤 일로 다녀오셨는지요?

"주말마다 지역에 가려고 노력합니다. 한번 내려가면 3개 지역을 거의 들리는 편입니다. 최근에는 2주 전에 합천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함안 JCI(청년회의소)에서 '변화의 시대에 있어서 JCI지도자의 나아갈 방향'을 주제로 특강을 했습니다. 지역 현안에 대해서 토론을 많이 하였습니다."

 

- 당선 후, 지난 몇 개월의 의정생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국회에 오기 전에는 국회가 왜 이렇게 고비용 저효율 활동을 하는가 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국회에 와보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국회는 결과보다 절차를 중시하는 곳입니다. 또 타이밍의 예술이 중요하다는 걸 자주 느낍니다. 대화와 타협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기에, 밖에서 국회를 바라볼 때의 부정적인 생각은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언론과 국민들께서 국회를 비판하는 점도 잘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 원폭피해자 특별법 외에 준비하고 있는 다른 법안이 있습니까?

"제가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인데요. 원산지 표시, 식품안전 등과 관련된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먹다 남은 음식을 다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식품위생법, 전자상거래시 원산지 표시를 강화하는 전자상거래법 등을 발의했습니다. 그리고 위생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학원 급식 시설도 위생관리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개정하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태그:#원폭피해자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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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주부이자, 엄마입니다.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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