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부산 제일화학 석면 공장 피해자와 가족 22명이 10일 부산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석면 피해자들이 부산환경운동연합에서 모임을 열고 있다.
 부산 제일화학 석면 공장 피해자와 가족 22명이 10일 부산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석면 피해자들이 부산환경운동연합에서 모임을 열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침묵의 살인자'로 알려진 석면 피해자와 그 가족 22명이 법원에 집단 소송을 냈다. 지금까지 석면공장 근로자 유가족과 인근 주민이 개별적으로 소송을 낸 사례는 있으나 집단으로 내기는 처음이다.

부산지역석면추방공동대책위와 전국석면피해자와가족협회,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산의료연대회의, 부산지하철노동조합, 전국금속노조 한진중지회, 부산환경운동연합, 한국노동안전보건부산연구소, (사)환경과자치연구소는 석면 피해자들과 함께 10일 오전 부산지방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해배상청구 소장을 냈다.

이들은 제일화학과 대한민국정부, 일본 니치아스(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제일화학은 부산 연산동 일원에서 1969년부터 공장을 가동하면서 석면을 생산해 왔다.

일본 니치아스(주)에 대해, 이들은 "일본정부의 고시에 의하여 청석면 생산이 금지되자, 한국에서 청석면 제품을 생산할 목적으로 제일화학과 합작하여 1971년 6월 2일 '제일아스베스트' 주식회사를 만들어 청석면 제조라인을 제일화학 공장 내에 설치하여 1992년까지 청석면을 생산하게 한 일본 니치아스(주) 또한 제일화학 노동자의 석면피해가 있게 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석면이 발암물질로서 이에 노출될 경우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제일화학과 합작으로 청석면 제조라인을 설치하여 노동자들로 하여금 석면제품을 생산하도록 만든 니치아스 주식회사는 공해병 수출의 책임을 지고, 제일화학 피해자가 그동안 겪었던 정신적, 물질적 고통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일화학에 대해, 이들은 "일본 니치아스로부터 석면방직제품의 설비 및 기술을 이전받아 1969년 10월경부터 부산 연산동에 석면제품 생산공장을 신축하여 석면사, 석면포 등을 2006년까지 약 37년간 석면방직 제품을 제조한 제일화학은 작업자들의 건강을 위하여 안전한 조치를 해야함에도 작업자들에게 제대로 된 보호구를 지급하지 않은 채 석면분진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에서 장시간 근로를 하게 하였으며 환풍기 등 방진설비를 제대로 가동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석면 피해자들은 "작업자에게 석면 위해성과 석면 노출로 인한 질병의 내용이나 예방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 또한 실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석면 피해자들은 대한민국 정부에도 책임을 묻고 있다. 이들은 "1970년부터 석면문제로 인하여 석면의 위험성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석면을 취급하지 못하도록 감독하거나 불가피하게 취급해야할 경우 석면질환에 노출되지 않도록 감시·감독해야 할 대한민국 정부는 석면피해가 발생하기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심지어 위해성이 심각하다고 알려져 있는 청석면과 갈석면 조차도 1997년이 되어서야 사용을 금지하였고, 10년이 지난 2007년이 되어서야 석면시멘트제품 등의 제조·사용·수입을 금지하였으며, 2009년이 되어야 모든 석면제품의 제조·사용·수입이 금지될 예정이다"라며 "이렇듯 책임방기와 석면문제에 대한 늦장 대응으로 정부에 석면피해의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석면 피해자와 가족들은 제일화학과 대한민국정부, 일본 니치아스(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석면 피해자와 가족들이 부산환경운동연합에서 모임을 갖고 있는 모습.
 석면 피해자와 가족들은 제일화학과 대한민국정부, 일본 니치아스(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석면 피해자와 가족들이 부산환경운동연합에서 모임을 갖고 있는 모습.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석면 피해자 더 나타날 것"

집단소송을 청구한 22명 이외에 더 많은 피해자들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피해자와 가족협회는 "파악된 사망자 29명 중 석면 관련 질환으로 사망한 피해자는 18명이며 그 중 산재로 인정받은 피해자는 단 3명밖에 없다"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석면으로 인하여 사망하였지만 아직까지도 파악되지 못한 피해자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며, 현재 석면폐로 인하여 고통 받고 있는 많은 피해자들이 있다"고 밝혔다.

석면과 관련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석면 공장 인근에 살았던 원아무개(사망 당시 62세)와 김아무개(사망 당시 44세)씨 유가족이 지난 11월 13일 국가와 제일화학을 상대로 1인당 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부산지방법원에 냈다.

지난 해 12월 대구지방법원은 석면 방직공장에서 일하다 석면에 노출돼 악성중피종으로 숨진 원아무개(사망 당시 46세·여)씨의 유족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1억6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석면으로 인하여 고통 받고 있는 석면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석면피해자가 겪고 있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모든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한번 노출되면 다시 노출되는 일이 없어도 장기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 석면폐, 중피종 등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하는 석면은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 국제발암성연구소(IARC)에 의하여 모두 발암성물질로 정해져 있다"며 "오히려 회사는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피해자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고, 피해자 발굴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석면피해 노동자와 가족들의 집단소송은 빙산의 일각이며, 앞으로 더 많은 피해자들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석면을 취급했던 모든 회사와 석면문제를 방기한 책임이 있는 정부는 석면피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과 석면문제 해결을 위하여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석면 피해자와 가족들은 소장을 제출한 뒤 이날 오후 부산환경연합에서 '전국석면피해자와 가족협회 결성 1주년 기념행사'와 총회를 가졌다.


태그:#석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