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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예상했던 수치보다 좀더 안좋게 나온 것 같다." (A 민간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어차피 예상치 아닌가. (웃으면서) 올해 연구소들 경제전망이 모두 틀렸던 것처럼, 차라리 내년에도 (좋은 쪽으로) 빗나갔으면 좋겠다. 하지만 더 나빠질 수는 있어도, 좋게 나올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 같다." (B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위원)

 

12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내년도 경제전망치에 대한 반응이다. 그동안 다른 민간연구소보다 보수적인 경제전망치를 내놨던 한국은행이었다. 그럼에도 내년 한은이 바라보는 한국경제는 '암울' 그 자체다.

 

한은이 밝힌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 올해 성장률 전망치 3.7%보다 크게 떨어진 것이다. 수출과 소비·투자·고용 등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거나, 올해보다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성태 한은 총재가 11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금융비상사태의 경계선에 와있다" "한국경제는 앞으로 상당기간 아주 낮은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발언을 수치로 확인시켜준 셈이다. 한은이 12일 내놓은 경제전망치를 좀더 살펴보자.

 

'마이너스'로 돌아선 올 4분기... 올해는 3.7% 성장

 

눈에 띄는 점은 올 4분기 성장률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이후 한은이 처음으로 내놓은 전망치다.

 

한은이 예상한 올 4분기 성장률은 직전 3분기와 비교해서 -1.6% 성장이다. 이미 올해 1분기부터 전 분기 대비 성장이 0.8%에 불과해, 저성장 국면에 빠진 한국경제는 결국 4분기에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대부분 경제연구소와 전문가들은 올 4분기보다는 내년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은 자료를 보면, 이미 우리 경제는 4분기부터 지표상으로 보면 불황 국면에 접어들었다. 

 

구체적으로 내년 1분기 성장률까지는 내놓지 않았지만, 이같은 마이너스 성장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에 앞서, 올해 3.7%의 성장을 예상했다. 한은은 지난 7월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6%로 내놨다. 이 수치에 비하면 0.9%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11일 "최근 2~3개월 사이에 국내외 경제환경이 너무 급변하면서 각종 경제지표가 너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경제 전망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은이 내놓은 내년 2.0% 경제성장은 국내 민간경제연구소들이 내놓은 전망치보다는 비관적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3.3%를 비롯해, 삼성경제연구소 3.2%, LG경제연구원 3.6%, 현대경제연구원 3.1% 등 대체로 3% 초반대를 보였다.

 

하지만 일부 국내 증권사를 포함해 외국의 투자은행쪽에선 내년 한국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UBS 증권은 지난달에 -3% 성장 전망치를 내놨고, 국내 삼성증권도 지난달 -0.2% 성장률을 제시했다.

 

수출-소비-투자-고용 등 전부문에서 추락... 건설투자만 늘어날듯

 

이같은 낮은 성장의 원인은 무엇보다 내년 세계경제 침체의 골이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있다. 한은은 내년 우리나라의 상품 수출 증가율이 올해 14.7%에서 -6.1%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마이너스 수출 증가율'은 지난 2001년 이후 처음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입장에선 소비 부진과 함께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수출이 줄어들긴 하지만, 국내 소비 위축에 따른 수입도 큰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여, 경상수지는 올해 45억달러 적자에서 내년엔 오히려 220억달러 흑자가 날 것으로 한은에선 예상했다.

 

이같은 수출과 수입의 동반감소는 국내 기업의 매출과 이익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투자 축소 또는 부진으로, 다시 고용 감소로 전개될 수 있다. 고용이 악화되면 가계 입장에선 소득이 줄어들게 되고,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경기불황은 더욱 깊어지게 된다.

 

실제 한은은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을 0.8%로 예상했다. 작년까지 3~4%대를 유지했던 것이 올해 1.5%로 반토막이 나더니, 내년엔 소비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도 올해 이미 -0.2%, 내년엔 -3.8%로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이명박 정부의 대대적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에 따라 건설투자만 올해 -1.0%에서 2.6%로 상승할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SOC 예산만 24조 8000억원이다.

 

 

가계실질소득 줄면서, 서민-중산층 1년내내 '핵겨울'

 

이같은 내수부진과 수출 감소, 기업투자 축소 등은 결국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을 이끌게 된다. 물론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더욱 어려워진다.

 

한은 자료를 보면, 내년 취업자 증가는 올해보다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28만명 수준이었던 취업자 수 증가는 올해 14만명 수준으로 떨어진 데 이어, 내년엔 4만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수치상 4만명이 기록될 뿐이지, 실제 피부로 느끼는 고용상황은 사실상 '제로' 상태나 다름없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경제성장률이 연 2%대로 떨어지게 되면 고용 측면에서 취업자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다"면서 "내년엔 경기불황에 따른 실업문제가 사회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도 "내년엔 무엇보다 가계의 소득 여건이 상당히 악화될 것 같다"면서 "고용사정이 내년에 더 부진하고, 임금상승률도 올해보다 낮아지면, 물가 등을 감안할때 실질임금 증가율은 소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한은은 2010년께 소비와 투자가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경제성장도 4%대로 회복하고, 취업자 수 증가가 17만명 수준으로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선 별 의미없는 수치라고 말했다.

 

A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상당기간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2010년께 국내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에 본격 기업구조조정과 함께, 실물 경제에서 불황의 여파가 본격화되면 맨 먼저 서민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면서 "서민계층의 사회안전망 확대 쪽으로 재정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향후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소비를 조금이라도 진작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태그:#한국은행, #금융위기, #경제위기, #경제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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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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