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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의 눈물' '누들로드' '한반도의 공룡'...최근 인기를 끌었거나 끌고 있는 다큐멘터리들입니다. 다큐가 대세입니다. 반응도 뜨겁습니다. 두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당당히 시청률 순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합니다. 시청자들은 행복합니다. 그 가운데 사라지는 다큐 채널도 있군요. 뜨는 다큐, 사라지는 다큐, 여러분들을 다큐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편집자말]
북극곰 1마리는 한 해 45마리의 바다표범을 잡아먹어야 생존할 수 있다.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얼음바다를 근거지로 하는 바다표범이 줄어들고 있다. 북극곰 역시 먹이 사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북극곰 북극곰 1마리는 한 해 45마리의 바다표범을 잡아먹어야 생존할 수 있다.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얼음바다를 근거지로 하는 바다표범이 줄어들고 있다. 북극곰 역시 먹이 사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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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북단. 하늘과 바다는 한없이 푸르고, 얼음으로 뒤덮인 땅은 눈부시게 희다. 끝 간데 없이 넓은 설원 위에 한 마리 북극곰만이 위태로이 서 있다.

최근 높은 시청률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MBC 창사 47주년 특별기획 다큐멘터리(허태정, 조준묵 연출 작가 노경희)<북극의 눈물> 첫 장면이다. 이 화면은 연출을 맡은 조준묵 피디가 북극에 처음 발을 디딜 때 느낌을 고스란히 담은 것이다.

지난 15일 MBC에서 만난 조 피디는 "북극은 굉장히 예뻤다. 얼음판 한 가운데 서 있으면 황량함과는 다른 적막함이 전해져 왔다. 하얀색과 파란색이 펼쳐지는데 이런 데도 있구나 싶었다"며 당시 느낌을 전했다.

북극에 대해 연방 "예뻤다"며 감탄을 하던 그는 "이 아름다운 곳이 훼손되는 장면을 통해 지구 온난화로 무너지는 북극의 안타까운 모습을 전하고 싶었다"며 프로그램 기획의도를 전했다.

약 5개월 간 북극 촬영 후 편집작업에 여념이 없는 그에게 <북극의 눈물> 제작과정과 한국 다큐멘터리의 현주소를 물었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이누이트들을 닮아가다

-반응이 좋다. 1부 '얼음왕국의 마지막 사냥꾼'은 12.2%(전국, TNS 미디어코리아), 2부 '얼음 없는 북극'은 9.4%를 기록했다. 다큐멘터리로는 꽤 높은 시청률인데 어느 정도 예상했었나?
"시청자들이 자주 접하지 못했던 소재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다큐멘터리가 이 정도 시청률이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시청률만으로 판단하는 건 문제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봤다는 건 좋지만 시청률에 휘둘리기 시작하면 자극적인 걸 찾게 된다."

-왜 하필 북극인가?
"북극이 지구온난화의 리트머스라고 생각했다. 리트머스에 해당되는 북극에 가서 아름다운 모습이 훼손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다."

-북극에 대한 첫인상은?
"굉장히 예쁜 곳이라고 생각했다. 얼음판 한가운데 서 있으면 아무 소리도 안 들렸다. 그런 걸 적막이라고 하는 걸까. 눈앞이 모두 파란색 아니면 하얀색이었다. '이런 곳이 있구나' 싶었다. 세관 검사를 하는데 담당자가 도장 하나 달랑 들고 나와 있더라.(웃음) 다른 의미에서 '정말 다른 곳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회 동안 방송을 보면 참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위는 기본이었고, 처음에는 이누이트들의 생활 습관을 몰라 애를 먹었다. 이누이트들은 시간개념이 별로 없다. 예를 들어 전날 누군가가 아침 11시 사냥 갈 거라고 하면 제작진은 나갈 준비를 마쳤는데 이누이트들은 출발 시간이 넘었는데도 누구 하나 나오지 않더라.

식사도 마찬가지다. 사냥을 나가 식사 시간이 됐는데 도저히 밥 먹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밥 먹자고 썰매를 세울 수도 없었다. 시간이 좀 지나면서 알게 됐다. 이누이트들은 짬짬이 먹더라. 자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배고프면 사냥한 걸로 먹고, 졸리면 썰매 위에서 그냥 잔다. 이누이트들과 함께 지내면서 우리도 그들을 닮아갔다. 그들이 먹는 고기를 먹었고 썰매 위에서 잤다."

-북극의 변화에 대한 이누이트들의 생각은 어땠나?
"이누이트들은 원래 자연 속에서 있는 사람들이다. 나는 '자연과 구분이 안가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경험으로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들 역시 점점 따뜻해지는 북극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나름대로 적응하고 있지만 적응 속도보다 자연 변화가 더 빨라서 당황하고 있었다. 많이 불안해한다."

"북극, 대단한 참을성이 필요하다"

-일각고래나 벨루가 고래, 싸움하는 바다코끼리 등 그동안 국내 자연 생태 다큐분야에서 볼 수 없던 희귀 장면들을 다양하게 담았다.
"북극을 흔히들 '롱텀, 빅 버젯'(long term, big budget)이라고 한다. 다른 곳에 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운송수단은 썰매가 유일한데다 다른 곳에 비해 예측이 불가능하다.

가령 곰이 어디서 나타날지 모른다. 다만 현지인들이 경험으로 알고 있을 뿐이다. 그들의 말을 믿고 무작정 나가서 2, 3일을 기다린다. 안 나타나면 날짜는 계속 가고 애간장이 탄다. 때문에 기다려야 한다. 다큐멘터리는 기다림이다. 모든 다큐멘터리가 그렇지만 특히 북극은 대단한 참을성이 필요한 것 같다."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많을 것 같다. 예를 들어 1부에서 이누이트들이 사냥을 하고 돌아오다 얼음이 녹아 길이 사라졌다.
"그때 솔직히 '이거 하나 걸렸구나' 싶었다.(웃음) 우리는 돌발적인 상황에 많이 당황하지 않았다. 1부에 나왔던 개가 썰매에 와서 부딪히는 장면도 우연히 잡혔다. 그 때 앞 썰매개가 발바닥이 찢어져서 이누이트들이 끈을 풀어 논 상태였다. 풀려난 개는 습관적으로 함께 달리던 동료들과 보조를 맞추려 했지만 발이 아파 제대로 뛰지 못했고 결국 넘어져 뒤따르던 썰매에 치이고 말았다. 당시 다른 장면을 찍다가 무심코 돌린 카메라에 그 모습이 잡혔다. 그런 장면 찾는 게 쉽지 않다."

<북극의 눈물>에 사용된 최첨단 항공 촬영 장비인 씨네플렉스. 1주일 대여료가 우리돈으로 1억원 가까이 된다고 한다.
▲ 씨네플렉스 <북극의 눈물>에 사용된 최첨단 항공 촬영 장비인 씨네플렉스. 1주일 대여료가 우리돈으로 1억원 가까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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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업에서 사용된 특수 장비가 있었나?
"항공촬영장비 중 하나인 '씨네플렉스(cineflex)'다. 이 장비는 애초 군사용으로 개발됐다가 BBC 다큐멘터리에서 처음 사용됐다. 쉽게 설명하자면 보통 헬기에서 촬영할 때 문을 떼고 찍거나 옆으로 나와서 촬영을 한다. 우리끼리 '옆치기'와 '덜덜이'라고 하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전체를 담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씨네플렉스는 비행체 정면에 카메라를 달아 360도로 돌려가며 찍을 수 있는 장비다. 덕분에 이번 촬영에서 순록과 곰의 모습을 좀 더 실감나게 담을 수 있었다. 문제는 굉장히 비싸다는 거다. 일주일 대여료가 우리 돈으로 1억 원에 가깝다. 뉴욕에서 이 장비를 빌렸는데 북극까지 오고가는 데만 2, 3일이 걸렸다.

또 날이 안 좋으면 촬영이 힘들어 쓰지도 못한다. 실제 촬영한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좀 싸게 해달라고 넌지시 부탁했다가 '이 장비를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며 퇴짜를 맞기도 했다.(웃음)"

-일각고래나 벨루가고래를 촬영한 수중 화면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수중 촬영은 호수, 풀장, 바다 등 장소에 따라 촬영 분야가 나뉘는데 북극 같은 극지 다이빙 전문가들이 따로 있다. 특히 북극은 수온이 낮고 얼음이 많은데다 물도 시커멓다. 공포감을 넘어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다.

이번 촬영은 독일의 한 여성 다이버가 맡았는데 속된 말로 '북극에 미친 사람'이었다. 그는 '얼음판에 앉아서 바다를 보며 고래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게 제일 행복하다'며 극지 다이버를 선택했다. 촬영하면서 너무 추워 한 번 내려갔다 올라오면 얼굴이 빨개지고 손은 얼어서 우리가 뜨거운 물을 부어주며 진행했다. 그럼에도 그걸 즐기면서 일을 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기회 되면 다시 가고 싶다"

북극 원주민인 이누이트는 사냥을 생업으로 살아 왔다. 하지만 온난화로 인해 얼음이 녹아 사냥이 어렵게 되자 어업이나 농업으로 업종을 전환하고 있다.
▲ 사냥 떠나는 이누이트 북극 원주민인 이누이트는 사냥을 생업으로 살아 왔다. 하지만 온난화로 인해 얼음이 녹아 사냥이 어렵게 되자 어업이나 농업으로 업종을 전환하고 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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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의 눈물>이라는 제목은 어떻게 탄생했나?
"제목은 2년 전 쯤 퓰리처상을 받은 한 사진을 보며 떠올렸다. 빙하가 녹으면서 물방울이 맺혀있는 사진이었는데 감동적이었다. 그 사진 제목이 '북극의 눈물'이었다."

-현지 촬영 못지않게 중요한 게 편집인데 이번 작품에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TV라는 매체는 타이트샷(Tight Shot)의 매체다. 극단적인 장면이 많다. 일종의 양념 역할을 하는 거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큰 그림 위주로 많이 보여주려고 했다. 여타 다큐멘터리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진다고 할 수도 있지만 아름다운 걸 봤을 때 시청자들이 감정이입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만약 지루했다면 프로그램 망치는 거고.(웃음)"

-안성기씨를 내레이터로 선택했다. 이전 <황하>에도 영화배우 강신일씨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배우들을 내레이터로 선호하는 이유가 있나?
"배우들을 선호하는 건 아니다. 보통은 성우나 아나운서와 일하기를 좋아한다. 발음이 정확하고 전달력이 좋다. 다만 프로그램 성격에 따라 선택할 뿐이다. <북극의 눈물>은 정보를 무조건 전달하기보다 감성적으로 전달하는 게 중요했다. 안성기씨 목소리는 금속성이 있다. 날카롭지 않으나 쇳소리 같은. 한겨울 창문에 낀 성에 긁는 소리처럼 건조한 느낌이 내가 생각했던 북극과 맞아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다행히 안성기씨도 흔쾌히 응해주셨다."

-3부 방영 후 메이킹 다큐멘터리를 방영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메이킹 다큐멘터리를 넣는 이유는 제작진의 고생을 좀 알아달라는 의도인가?
"약간 생색도 내고 싶었고.(웃음) 제작진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다. 북극은 (메이킹 다큐멘터리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이유는 우리가 이 장면을 이렇게 찍었다고 분명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어떤 시청자는 국내에서 제작한 줄 모르고 있었고, 또 어떤 시청자는 어떻게 찍었을까 궁금해 하기도 한다."

-북극 현장을 충분히 담았나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다. 아마 그걸 만족하는 피디는 별로 없을 거다. 사실 국내 제작 환경만 보면 다큐멘터리 피디들이 일하기 힘들다. 그나마 이번 경우에는 시간이나 비용 면에서 지원을 좀 받긴 했지만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1년만 더 찍고 싶다. 그랬다면 해외 다큐멘터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힘들었지만 북극이라면 기꺼이 다시 간다. 다큐멘터리 피디라면 고생하는 건 당연하다. 이제 북극에서 어떻게 (촬영)해야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개인적으로 다큐멘터리 제작에 관한 가치관이 있다면?
"자기검열을 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한테 떳떳하지 않는데 당위적으로 이렇다고 해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것에서 벗어나자. 이런 생각 때문에 내가 만든 프로그램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망설이지 말고 달려 나가야 되는데 자꾸 주춤주춤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 자기반성, 자기 검열, 자기모순에 대해 좀 더 생각해야 한다. 독이 될 때도 있고 득이 될 때도 있지만 말이다."

조준묵 피디, <PD수첩>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 만들어
<북극의 눈물>을 연출한 조준묵 피디
▲ 조준묵 피디 <북극의 눈물>을 연출한 조준묵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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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묵 피디는 1995년 MBC에 입사해 <우리시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PD수첩> <황하> 등을 제작해 왔다. 과거 그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사회성이 강했다. 특히 <이제는……>과 <PD수첩>을 통해 친일파 문제, 송두율 교수, 'KAL858기 폭파사건' 등 굵직한 이슈들을 다뤄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제작해 왔음에도 그는 <PD수첩>류의 사회 이슈적인 프로그램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저 해당 부서로 발령이 나서 제작했을 뿐이란다. 하지만 그의 말을 좀 더 들어보면 그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송두율 교수 문제를 제기할 때는 우리 사회가 비겁하다고 생각했어요. 김현희 사건을 다룬 이유는 담당 팀장이 신문을 줬는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이 문제로 기자회견을 하는 내용이었어요. 신부님들도 나설 정도인데 뭔가 있을 것 같고, 또 외면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최소한 그분들의 목소리는 들어봐야 하지 않나요."

하지만 조 피디는 이런 프로그램들을 제작한 후 "설화에 많이 휩쓸렸다"며 "기본적으로 직설적이지 못한 성격 탓에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오히려 그는 2007년 방영됐던 <야마다 사장, 샐러리맨의 천국을 만들다>같은 프로그램이 자신에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사회성을 담보하면서 강변하지 않고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그런 프로그램"이 그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북극의 눈물>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조 피디는 전했다.

조준묵 피디는 추천 다큐멘터리로 허태정 피디(<북극의 눈물> 공동 연출)의 <MBC스페셜-평양의 미국인 뉴욕필 평양 2박 3일>과 다니엘 고든의 <천리마 축구단>을 꼽았다. 한편 그가 가장 좋아하는 다큐멘터리는 농구라는 매개를 통해 미국 흑인 청년들의 꿈과 좌절을 다룬 <후프 드림스>(Hoop Dreams, 1994)다.  

"다큐멘터리가 인문학"이라고 굳게 믿는 그는 다큐의 매력으로 "승부의 맛"을 꼽았다. 그가 말하는 승부는 남과 경쟁하는 게 아니다. 시청자, 나아가 한 사회를 대상으로 스토리를 만들어서 전달한다는 것을 그는 승부라고 말한다.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남들도 느끼게 하는 것, 바로 조 피디가 말하는 다큐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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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북극의 눈물, #조준묵 피디, #북국곰,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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