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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여행을 하려 할 땐 가볍게 떠나고싶지만 이것저것 챙길 짐도 많다. 맑은 날씨다.  강원도 태백으로 가는 길, 양산 IC(9:40)를 벗어나 경부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경주, 경산을 거쳐 대구를 지난다. 11시 55분, 금호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를 갈아탄다. 구미시를 지날 쯤, 고속도로 위엔 강풍이 차를 흔들어댄다. 낙엽이 일어서 날아갈 듯 길 위에 높이 솟아올랐다 급하게 낙하한다. 안동을 지난다.

 

이곳 중앙고속도로는 길이 한적해서 좋다. 고속도로를 메울만한 차량들이 별로 없어 여백이 있어 달리기에도 보기에도 시원하다. 11시 50분, 안동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간다. 바람이 높고 차갑다. 11시 55분, 다시 출발해 풍기읍으로 진입한다. 경북 영주의 북부 풍기읍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인삼의 생산지이다. 수삼을 한 채만 구입하고 사과를 샀다. 1시 출발, 단양 쪽으로 간다.

 

소백산이 저 편에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풍기에서 국도를 타고 죽령고갯길을 지나다가 다시 뒤돌아 나간다. 그늘진 높은 언덕길엔 잔설이 남아있는데다 길이 험해보였기 때문이다. 풍기 IC을 지나 단양으로 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는 최대의 죽령터널을 지난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길, 중간지점이 2.3킬로미터 지났다고 표시되어 있다.

 

 

긴 죽령터널을 통과하자 바로 충북이 시작된다. 월악산이 마주보이고 옆에는 태백에서 내려오는 낙동강이 보인다. 물빛이 푸르다. 단양휴게소에서 잠시 휴식, 바람이 높다. 다시 출발, 점점 더 기온이 내려가는 것 같다. 충북제천 IC에서 빠져 나와서 터널을 지나자 강원도다. 영월을 지나면서 영월 초입에 있는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를 그냥 지나갈 수 없다.

 

17세의 어린 나이의 단종을 사방이 강으로 둘러싸인 청령포에 유배시켰던 청령포는 어떻게 생겼을까. 1441년 7월 23일(세종23년), 문종과 현덕왕후 권씨의 사이에서 원자로 태어났던 단종의 이름은 홍위이다. 8세가 되던 1448년(세종30년)에 왕세손에 책봉되었고, 예문관제학 윤상으로부터 학문을 배웠다 한다.

 

1450년 2월에 세종이 승하하고 문종이 즉위하게 되자 그해 7월에 왕세손이었던 홍위는 10세의 나이로 왕세자로 책봉되었고 1452년 5월 18일 문종이 승하한 후 단종은 12세의 어린 나이로 제6대왕에 즉위하였다. 1454년 14때에 여량군 송현수의 딸을 왕비(정순왕후)로 맞이하였던 단종은 계유정난 이후 1455년 6월11일, 세조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15세에 상왕이 되었으며, 1457년 윤 6월 22일, 창덕궁을 출발, 7일 후인 윤 6월 28일, 유배지인 영월 청령포로 유배되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단종은 결국 죽임을 강요당해 1457년 10월 24일 유시에 17세의 어린 나이로 완풍헌에서 승하하였다고 전한다. 영월군 남면 광천리 남한강 상류에 위치한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는 1971년 강원도 기념물 제5호로 지정되었다. 풍기IC에서 제천IC로 나와서 38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영월에 당도한다. 영월, 청령포(2:48)에 도착, 청령포 단종 유배지는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뒤에는 높은 산이 막고 있다.

 

강가에는 몽돌밭, 그 뒤 단종이 거처했던 거처 주변에는 곧게 자란 소나무들이 울창하다. 바람이 차다. 입장료는 1,100원, 도선료 200원 총 1,300원을 내고, 도선을 타기 위해 강 앞으로 간다. 저쪽 강 건너편에는 도선가득 사람을 싣고 이쪽으로 건너오는 도선이 보인다. 서쪽으로 넘어가는 저녁 햇살이 강물 위에 은빛으로 반짝인다. 강 건너편, 단종이 유배당했다는 곳에는 짙은 그늘로 어두워 보인다.

 

해가 바로 산 위에 반쯤 걸려 있다. 은빛으로 부서지는 강의 수면, 주변의 강물 빛은 짙은 옥빛을 띠고 있다. 육지 속의 작은 섬으로 떠 있는 단종유배지 청령포는 옥빛 넓은 강물이 허리띠처럼 두르고 있다. 저기 저 건너편에서 이쪽으로 건너올 수 없었단 말인가. 크게 넓어보이지도 않는 이쪽과 저쪽 강 사이를 건너지도 못하고 외딴 섬처럼 따로 홀로 거처하며 그는 어떻게 시간을 보냈을까.

 

도선이 이쪽으로 건너온다. 많은 사람들이 선착장에 내린 뒤에 우리는 도선에 올라탄다. 배를 타자마자 곧 도선은 움직여 우리를 금방 건너편에 내려놓는다. 도선은 사람들이 모여들 때마다 빠르게 움직여 사람들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울창한 송림과 단종의 슬픔을 간직한 육지 속의 작은 섬으로 도선이 이어주고 우린 도선에서 내린다. 동글동글한 몽돌 밭에 발을 딛는다.

 

제법 넓은 몽돌자갈이 깔려 있고, 강물이 띠를 두르고 이곳을 육지속의 작은 섬으로 구분 짓고 있다. 어떻게 이런 육지 속에 작은 섬을 발견하고 이곳까지 유배하게 만들었을까. 자갈돌 깔린 길을 걸어 단종이 유배되어 거처하던 곳으로 걸어간다. 청령포는 동.남북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이고 서쪽으로 육육봉이라 불리는 험준한 암벽이 높이 솟아 가로막고 있어 나룻배를 이용하지 않고는 밖으로 출입할 수 없는 마치 육지속의 섬처럼 떨어져 있는 곳이다.

 

단종은 이 적막한 곳에서 외부와 단절된 유배생활을 했으며 당시에는 이곳에 거처할 수 있는 집이 있어 호장 엄홍도는 남몰래 밤이면 이곳을 찾아 문안을 드렸다고 전한다. 그해 뜻밖의 홍수로 강물이 범람하여 청령포가 물에 잠기게 되어 단종은 영월 동헌의 객사로 처소를 옮겼다 한다. 지금 청령포에는 영조 2년(1726년)에 세운 금표비와 영조 39년(1763년)에 세운 단묘유지비가 서 있어 그 옛일을 전하고 있다.

 

저녁 그늘이 짙게 내리고 있다. 이쪽저쪽을 둘러보아도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단종어가 뒤쪽엔 험준한 산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짙은 옥빛 강물로 세상과 단절시켜 놓은 이곳에서 단종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우린 알 길이 없다. 다만 슬프고 애달팠을 단종의 한 가닥 마음을 읽을 수 있을 뿐이다. 단종이 거처했던 처마 밑에 걸린 시조가 눈에 띈다.

 

‘천추의 원한을 가슴

길이 품은채

적막한 영월 땅 황량한 산 속에서

만고의 외로운 혼이

홀로 헤매는데

푸른 솔은 옛 동산에

우거졌구나

고개 위의 소나무는

삼계에 늙었고

냇물은 돌에 부딪쳐

소란하다

산이 깊이 맹수는

득실거리니

저물기 전에 사립문을

닫노라‘

 

단종어가와 단묘유지비, 금표비, 청령포수림지, 망향탑, 관음송...들을 둘러보고 다시 도선을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간다. 배 가득 사람들을 싣고 도선이 이쪽으로 건너온다. 한배 가득 탄 사람들이 내린 도선에 올라탄다. 짧은 거리의 강을 건넌다. 물빛이 맑다. 물 속엔 피라미들이 한 무더기로 모여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 짧은 거리의 강물이 단종을 유배시키고 있었단 말인가. 옥빛 띠를 두른 듯한 강물이 그를 하나의 섬으로 만들었었단 말인가. 해가 설핏 기울고 있다. 강물 위엔 저녁 햇살이 만드는 은빛 비늘이 시리도록 눈부시다.


태그:#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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