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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현무암 분출지이며 조선조 초기 백정 출신으로 일부 백성을 모아 황해도와 경기도 일대에서 탐관오리를 죽이고 그 재물을 빼앗아 빈민에게 나누어 줬다는 의적 임꺽정의 전설이 있는 고석정. 흐르는 강물이 추위에 꽁꽁 얼어 있다.
 유일한 현무암 분출지이며 조선조 초기 백정 출신으로 일부 백성을 모아 황해도와 경기도 일대에서 탐관오리를 죽이고 그 재물을 빼앗아 빈민에게 나누어 줬다는 의적 임꺽정의 전설이 있는 고석정. 흐르는 강물이 추위에 꽁꽁 얼어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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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여행은 한적한 곳을 찾아다니면서 호젓한 길을 걸으며, 마음을 다잡아보기도 하고, 눈으로는 호강을 하고 심신을 편하게 하면서 조용한 가운데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덤으로 경제적으로도 절약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단연 겨울 여행 중의 묘미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북적이지 않아서 좋고, 시즌이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저렴해서 좋다. 숙소도 맘에 맞는 걸로 골라 편리한 곳을 얻을 수 있어서 좋고, 정성들여 만든 먹을거리를 음미하면서 즐길 수 있어서 더더욱 좋다. 특히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지를 즐기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며 만끽할 수 있다.

한적한 길을 걸으며 생각을 정리한다든지, 풀리지 않았던 일들도 해결의 방법을 모색할 수 있어서 좋다. 그래서 나는 겨울 바다를 좋아하고 겨울 여행을 참 좋아한다. 많은 곳을 찾아 돌아다니며 기록하고 사진으로 남기며 다양한 모습들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도 기억 속에 저장해 둔다.

점점 기억력이 떨어지는 뇌의 메모리 때문에 고민했던 것들도 해결되었다. 여행지를 다녀온 뒤 느꼈던 부분들을 많은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옮기는 것이 그중에 하나이다.

폭포의 물 떨어지는 곳이 세 군데 있는데 그 모양이 가마솥 같다 하여 '삼부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삼부연 폭포.
 폭포의 물 떨어지는 곳이 세 군데 있는데 그 모양이 가마솥 같다 하여 '삼부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삼부연 폭포.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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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군에 들어서자 "어서 오세요, 태봉의 수도 통일수도의 중심 철원입니다"라는 철원을 알리는 색다른 건축물이 먼저 반긴다. 그동안 많은 곳을 여행했는데, 강원도 철원을 계획하고 여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인 듯싶다.

철원을 여행하면서 느낀 점은 우선 공기가 맑고 인심이 좋은 고장인 것 같다는 점이다. 철원군은 한탄강 계곡의 맑은 물, 금학산, 명성산 등과 어우러져 절묘한 자연경관을 이루고 있어 곳곳에 아름다운 비경을 자랑하는 명소가 많다. 먼저 가까운 '삼부연 폭포'를 찾는다.

'삼부연 폭포'는 명성산 중턱의 조용한 계곡에 있는 높이 20m에 3층으로 된 폭포로 철원팔경중의 하나라고 한다. 사계절 마르지 않는 물과 기이한 바위가 주위 경관과 조화를 이루어 신비로움을 불러 일으키며 폭포의 물 떨어지는 곳이 세 군데 있는데 그 모양이 가마솥 같다하여 '삼부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한다.

폭포에 도착하자 영하의 추위에 물이 꽁꽁 얼어 있다. 가까이 다가가자 얼음 사이로 떨어지는 웅장한 물소리가 들린다. 이로 미루어 대단한 폭포임을 알 수 있다. 절경 앞에 숙연해진다. 자연의 숨소리가 들리는 곳, 이곳이 아름다운 고장 철원이다. 고석정을 향해 가는 도중 '순담계곡' 이정표가 보인다.

순담계곡 돌틈 사이로 흘러내리던 계곡물이 꽁꽁 얼어 차가운 겨울을 알린다.
 순담계곡 돌틈 사이로 흘러내리던 계곡물이 꽁꽁 얼어 차가운 겨울을 알린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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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프팅 장소로 최적지인 순담계곡. 물의 양이 많아 래프팅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래프팅 장소로 최적지인 순담계곡. 물의 양이 많아 래프팅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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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담은 한탄강 물줄기 중 가장 아름다운 계곡으로 알려졌으며 기묘한 바위와 깎아 내린 듯한 벼랑, 연못 등이 많으며 물의 양도 많을 뿐 아니라 계곡에는 보기 드문 하얀 모래밭이 자연스레 형성되어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뒤편에는 래프팅 장소로 최적지인 뒷강이 있어 래프팅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다고 한다.

지금은 래프팅하는 사람들을 볼 수 없지만 돌틈 사이로 흐르던 물이 얼어 고드름 모양을 하고 있다. 겨울의 맛을 내며 색다른 느낌을 주는 순담계곡이 매우 아름답다. 강 중앙에 10m 높이의 거대한 기암이 우뚝 솟아 있는 고석정으로 향한다.

의적 임꺽정의 동상이 의연하게 버티고 있어 부정부패를 일삼는 탐관오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이곳을 다녀와야 할 사람들이 없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의적 임꺽정의 동상이 의연하게 버티고 있어 부정부패를 일삼는 탐관오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이곳을 다녀와야 할 사람들이 없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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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정'은 남한 대륙의 유일한 현무암 분출지이며 조선조 초기 백정 출신으로 일부 백성을 모아 황해도와 경기도 일대에서 탐관오리를 죽이고 그 재물을 빼앗아 빈민에게 나누어 주는 일을 하다가, 토포사 남치근에게 붙잡혀 죽었다는 임꺽정의 활동무대로도 널리 알려져 있어 많은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굽이쳐 흐르는 물줄기에도 의연하게 버티고 있는 '고석정'의 모습이 부정부패의 뿌리였던 탐관오리들을 혼내고 빈민들을 위해 싸웠던 임꺽정의 의적을 높이 기리는 듯 보였다. 계단을 오르는데 현무암 분출지답게 주위에 구멍이 뻥뻥 뚫린 현무암을 이용하여 고석정까지 내려가는 계단을 만들어 놓은 것이 눈에 띈다.

고석정과 주위에 '위험하니 올라가지 마세요'라든지 '수영금지'라는 안내 문구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몇몇 이곳을 찾는 사람들만이 고즈넉한 고석정의 쓸쓸함을 지켜보고 있다. '한국의 나이아가라'로 널리 알려진 직탕폭포로 향한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닮았다는 직탕폭포에서 아들을 면회 온 가족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닮았다는 직탕폭포에서 아들을 면회 온 가족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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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탕폭포'는 한탄강 상류에 기암절벽과 자연적인 'ㅡ' 자형 기암으로 이루어진 폭포로서 그 웅장함과 기묘함 그리고 아름다움이 겹쳐 철원팔경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풍부한 수량으로 자연미가 넘치는 이 폭포는 폭 80m, 높이 3m로 속칭 "한국의 나이아가라"로 널리 알려졌다.

과연 나이아가라만큼 멋진 곳일까 상상을 하면서 직탕폭포에 도착하자 잠시 실망감이 몰려온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듯이 예상했던 만큼이 아니기에 조금은 실망했지만 군부대가 많은 곳인지라 군에 입대한 아들을 면회 온 가족들이 폭포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정감이 가면서 흐뭇하다.

이곳 역시 얼어 있는 얼음 속으로 흐르는 물줄기 소리가 대단했다. 예전에 부모들은 자식이 최전방으로 입대하게 되면 노심초사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물 맑고 경치 좋은 곳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는 아들을 대견스럽게 생각하는 표정이다.

'직탕폭포' 아래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철원의 아름다운 비경 중 4곳을 여행하다보니 해가 저문다. 내일을 기약하며 숙소로 향한다. 눈도 마음도 즐거운 강원도 철원 여행, 그 곳곳에 숨은 매력에 시나브로 젖어 간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로 유명한 월정리역의 녹슨 기차가 분단의 아픔을 느끼게 한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로 유명한 월정리역의 녹슨 기차가 분단의 아픔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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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차를 기다리는 손님도 없는 텅빈 역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객차를 기다리는 손님도 없는 텅빈 역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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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원산으로 달리던 경원선 철마가 잠시 쉬어가던 곳으로 현재 비무장지대 남방 한계선 철책에 근접한 최북단 종착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월정리역에 도착하자 분단의 슬픔을 안고 있는 모습이 역력히 엿보이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간절한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6.25 전쟁 당시 이역에서 마지막 기적을 울렸던 객차의 잔해가 이제는 녹이 슬어 앙상한 모습으로 처절하게 버티고 있는 모습이 분단의 아픔을 실감케 한다.

철원에 거주하는 '산들바람기자단'이 '철원 다시보기 '이벤트 행사로 건초더미를 이용하여 만들어 놓은 작품.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철원에 거주하는 '산들바람기자단'이 '철원 다시보기 '이벤트 행사로 건초더미를 이용하여 만들어 놓은 작품.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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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표정들이 인심 좋은 사람들이 사는곳, 철원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
 재미있는 표정들이 인심 좋은 사람들이 사는곳, 철원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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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끝자락에 동송읍 쪽에서 고석정을 향해 가다 보니 넓은 들판에 건초더미를 이용하여 만든 우스꽝스러운 조형물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지역 특성을 살려 특별한 이벤트를 하고 있는 철원군민들의 정성이 엿보인다.

간간이 지나치다 만나는 강원도민들의 특유의 구수한 사투리와 소리 없는 미소가 철원 여행 중 꽁꽁 얼었던 추위도 녹여주고 그동안 지쳤던 심신을 편안하게 해준다.


태그:#철원팔경, #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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