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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심리상담사인 야마와키 유키코가 교실 내 집단따돌림의 심각성과 그 해결책을 제시한 책
▲ 나쁜 교실 아동심리상담사인 야마와키 유키코가 교실 내 집단따돌림의 심각성과 그 해결책을 제시한 책
ⓒ 웅진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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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요?

아들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였다. 4명이 한 그룹이 돼서 감정에 대한 토론을 했을 때였다.

한 여자 아이가 자기는 뚱뚱하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해서 '슬프다'고 말하자, 다른 아이가 "뚱뚱해서가 아니라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라고 하더란다. 따돌림을 당하는 것이 정말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일까?

타고난 신체의 열세는 개인의 선택 사항이 아니다. 그런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따돌림 자체가 부당한 폭력이라는 증거다. 물론 몇 가지는 따돌림을 당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지나치게 잘난 척을 한다던지, 청결 상태가 불량하던지, 너무 작든지 등 아이에게 잠재된 폭력성이나 가학성을 부추기는 요인들 말이다.

그러나 저런 이유들로 한 학급에서 동급생들이 한 아이를 자살로 내몰릴 정도까지 따돌림을 하는 사회는 결코 건전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물론 인류 문명이 발달된 이래, 어느 사회에서건 다소의 집단따돌림의 형태가 있긴 했다. 범죄자를 사회에서 격리 시키거나 전염병 환자들을 격리시키는 것, 윤리 도덕적으로 지탄 받는 사람을 마을에서 내치는 것이 그런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건 간에 서로 어울려 사는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방법으로 한 인간을 정죄하는 방법이 최선책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사실 위의 이유가 아니라면 그 어떤 이유도 따돌림을 당할만한 이유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나쁜 학교>는 도쿄 아동상담센터에서 연간 100가족 이상을 상대로 상담치료를 하고 있는 야마와키 유키코가 자신의 상담 경험을 토대로 쓴 책이다. 그녀는 학교에서의 집단따돌림이 날이 갈수록 잔혹하고 교묘해지고 있는 현실을 우려한다.

그녀 역시 "왕따를 당하는 아이한테도 뭔가 문제가 있으니까 친구들한테 괴롭힘을 당하는 거겠지"라고 이야기하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현실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차마 이런 말을 입에 담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학교에서 발생하는 집단따돌림은 아이들의 정상적인 감각이 둔화된 상태에서 일어나는 심각한 현상이며 교실은 '교실의 악마'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힘이 맹위를 떨치는 '지옥'이라는 표현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왕따, 이지매, 불리잉(bullying)에 넘쳐나는 공포의 학교

학교에서의 집단따돌림이 갖는 문제의 심각성은 가해자가 집단이다 보니 개인의 도덕적 감각이 무뎌져 그리 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며 점점 강도를 더해가는 가학성을 즐긴다는 데 있다. 반대로 집단따돌림의 피해자인 경우 부모에게 말하지 못한 경우가 74%나 된다고 하니 혼자 괴로움을 당하며 열등감, 상실감, 공포, 두려움, 우울증, 거식증 등에 시달리다 급기야는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정신적인 황폐를 경험한다. 정신적 신체적으로 파멸에 이르는 것이다. 

R군은 학교에서 '더러운 녀석'이라고 불린다. 반 아이들은 R군의 물건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R군의 책상과 서랍 안에다 쓰레기를 마구 버린다.

"이건 쓰레기통에다 버려야지"라고 말하면서 R군의 책상으로 와서, 지우개 찌꺼기와 연필을 깎은 찌꺼기, 청소하면서 나온 쓰레기까지 모조리 R군의 책상 안에다 넣는다. 방과후, 쓰레기통 안에 쓰레기가 남아있으면, 쓰레기를 버리는 당번 아이는 R군의 책상 위에다 쓰레기통을 아예 거꾸로 올려놓는다. 그리고는 폐품, 빈 캔 등을 가지고 와서 R군 앞에다 우르르 쏟아 붓고, 그것을 먹으라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R군의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집단적으로 떼를 지어 웅성거리기도 한다.

"네가 왜 냄새가 나는 줄 아니? 쓰레기를 먹고 살아서 그런 거야."

저 정도가 되면 왕따를 당하는 아이의 경우 학교가 악마들이 우글거리는 악마의 소굴쯤으로 비칠 것이다. 학교 내 집단따돌림의 형태는 어른들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교묘하고 잔인하다. 교사와 부모들에게 들키지 않을 정도의 작은 폭력을 끊임없이 행사하는 것부터 모두가 단 한 마디도 말을 걸지 않기, 급식에 온갖 오물을 집어넣기, 공범 관계를 연출하면서 돈 뜯어내기, 소문의 진원을 알 수 없는 악성 루머 퍼트리기 등 셀 수 없이 많다.

'왕따' 없는 세상 꿈꿀 수 없는가?

따돌림은 마음의 질병이다. 어른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아이들 사이에 전염되어 가는 바이러스이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의 특징은 이상해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아노은 사람이 큰 타격을 입는다. 타격을 받지 않으려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야만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타격을 받지 않으려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가해자로 변한다.

집단따돌림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를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집단따돌림을 시키는 아이들은 따돌림의 이유를 가해자 자신이 만들어 냈음에도 나중에는 그 이유를 자신들이 만들어 낸 픽션이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왕따' 없는 세상은 꿈조차 꿀 수 없는 것일까? 저자는 집단따돌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 규칙을 크게 두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한 가지는 집단따돌림의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관점이고, 다른 한 가지는 '따돌림을 없앤다'는 근본적인 해결에 대한 관점이다.

피해 학생을 지킨다는 관점은 부모가 상처 받은 아이의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여 외상과 더불어 심리적인 상처도 아물게 하는 일이다. 더불어 아이에게 '왕따'의 책임을 묻거나 성급하게 가해자나 학교에 책임을 묻지 말고 시간을 두고 이성적으로 해결하라는 것이다.

따돌림을 없애기 위해서는 학교 측과 긴밀한 대화를 하고 따돌림 사실을 학교 전체에 알리고 학부모와 학교가 따돌림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알리라는 것이다. 또 집단따돌림을 예방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가해자의 중심에 있는 아이에게 그 역할을 맡기는 방법도 고려해 보라고 충고한다.

"그동안 너희 반에서 따돌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단다. 그리고 반 아이들 전원이 다 같이 했다는 것도 다 알아. 앞으로 이 따돌림 문제를 없애기 위해서, 우리 학부모들도 다 함께 노력해 갈 거야."

저런 식으로 어른들의 인식과 자세를 아이들에게 확실하게 전달하여 학부모와 학교가 하나 되어 따돌림이라는 악을 근절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게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아, 이번 일은 아무래도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구나"라고 느끼게 하고 앞으로는 변명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 스스로 따돌림의 나쁜 점을 느끼게 되면 자기 자신을 소중히 하는 만큼 가해 행위도 점점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어디서나 가장 중요한 것은 도에 지나치지 않는 관심과 사랑이다.

친구를 친구라고 부르며 모두 하나 되는 행복한 교실, 우리 아이들의 희망이다.

덧붙이는 글 | <나쁜 교실>은 아동심리 상담가인 야마와키 유키코 가 지은 것을 김현희가 옮겼으며 웅진주니어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나쁜 교실

야마와키 유키코 지음, 김현희 옮김, 엄효용 사진, 웅진주니어(2007)


태그:#집단따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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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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