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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가 북핵(北核)사태와 촛불시위 확산이 한국 경제에 미칠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조사단을 파견키로 한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 <조선일보> 2003년 1월 10일 사설 "핵과 '촛불', 그리고 무디스의 우려"에서

"IMF의 '행동 대장'이라는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최근 우리 은행들 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미 정부로부터 수백 억 달러씩 공적자금을 받은 씨티그룹과 AIG는 삼성전자보다도 높은 우량등급(Aa3)에 그냥 놔두면서 말이다. 편파적이다 못해 이런 횡포가 없다." - <조선일보> 2008년 12월 2일 이준 논설위원 칼럼 "'IMF 콤플렉스' 뛰어넘어야 해법 보여"에서

조중동, 세계 신용평가기관 정략 활용

노무현 정부 당시 조중동의 신용평가 관련 기사분류
 노무현 정부 당시 조중동의 신용평가 관련 기사분류
ⓒ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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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는 <조선일보>가 노무현 정권 출범 직전에 내보낸 사설이고, 후자는 이명박 정권 출범 후 금융위기 상황에서 내놓은 칼럼이다. 이같은 극단적인 '변화'에서 볼 수 있듯, '조중동'이 세계 신용평가기관을 정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16일 '조중동의 경제보도는 얼마나 믿을 만한가 ① 국가 신용평가 관련 보도' 제하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민언련은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3년과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08년, 각 1년 동안 조중동이 한국에 대한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전망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분석했다"고 밝혔다.

우선 민언련은 이번 분석 결과 "조중동은 지난 노무현 정부와 현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제신용도 평가관련 보도에서 자신들에 목적에 따라 신용평가사를 폄하하거나 과장하는 등에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특히 "조중동은 노무현 정부인 2003년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여중생 촛불시위, 북핵사태 등을 빌미로 국가 신용등급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자 이를 부각하며 경제위기가 도래할 것처럼 연일 대서특필했다"고 밝혔다.

민언련은 또 "이 신문들은 2008년 6~7월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국면에서도 국제 신용평가사 관계자가 '촛불시위가 계속되면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는 보도로 경제위기 가능성 부각에 세계적 신용평가사들을 단골로 등장시켰다"고 분석했다.

결국 그간 조중동은 "각종 사설과 기사에서도 신용평가사들의 경제전망을 인용해 노무현 정부에 대한 경제위기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세계적 신용평가사'에서 'IMF 행동대장'으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조중동의 '신용평가' 관련 기사 분류
 이명박 정부에 대한 조중동의 '신용평가' 관련 기사 분류
ⓒ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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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은 신용평가 기관에 대한 조중동의 이같은 '신뢰'는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작년 6~7월까지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즉, 당시 조중동은 신용평가사들의 전망을 인용해 촛불시위로 경제전망이 어둡다는 기사와 사설 등을 내놓으며 신용평가사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후 경제위기 국면에 봉착하자 신용평가 기관들에 대한 조중동의 태도는 돌변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민언련은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놓자 조중동은 외신보도와 신용평가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면서 "이명박 정부에 불리하면, '세계적 신용평가사'에서 'IMF 행동대장'으로 깎아 내린다"고 주장했다.

민언련은 "정략적 경제보도는 독자에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며 "조중동은 자신들이 반대하는 세력을 공격하는 데 필요하면 국제신용평가사의 부정적 전망을 부각하고 절대적인 기준인 양 보도하다가,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권에 불리하면 단박에 표변해 신용평가사들의 말이 믿을 수 없거나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치부했다"고 조중동의 정략적 보도행태를 비판했다.

민언련 보고서 나타난 언론의 보도태도 '변신' 사례
"이제 국제신용평가회사들도 북핵, 촛불시위 및 반미기류가 미칠 경제적 파장에 대해 묻고 있다. 반미·반한 기류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한, 미 지도층이 적극 나서야 한다." - <중앙일보> 사설 "잘못가는 반미·반한 기류", 2003년 1월10일

"무디스가 북한 핵사태와 여중생 치사사건에 따른 촛불시위 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 - <동아일보> 사설 "반미시위 대가로 신용추락하면", 2003년 1월10일

"광우병 소동과 촛불시위 사태가 한국의 국가 신인도(信認度)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외국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 <조선일보> 사설 "세계 언론에 비친 우스꽝스런 한국의 모습", 2008년 7월 10일

"세계적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미국산(産)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가 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으며 외국인 투자도 꺼리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동아일보> 기사 "무디스 '쇠고기 시위, 한국 경제성장 저해할 수도', 2008년 6월 28일

"영국계 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10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돌연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것을 두고 국내 금융·증권가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조선일보> 기사 "신용평가사의 신용은 몇점? 피치, 경제지표 호전에도 등급은 강등 '이상한 판정'", 2008년 11월 12일

"시장이 불안해할 때 던지는 이들의 부정적 평가는 휘발성이 가위 폭발적... 이런 신용평가사의 행태에는 비판이 적지 않다. 예고를 못 하고, 사후 평가만 한다는 것이다." - <중앙일보> "말 한마디에 시장 흔들… '저승사자' 돌아왔다", 2008년 10월 9일

덧붙이는 글 | 김태헌 기자는 <오마이뉴스> 9기 대학생 인턴기자 입니다



태그:#민언련,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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