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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귤나무야, 조금 기다려. 넓은 화분에 너를 옮겨줄게

 

 

내일은 분갈이를 해줄까?

 

이파리가 웃자란 금귤(낑깡)나무가 뒤로 넘어질 것 같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거실로 들여온 금귤화분에 물을 줄 때마다 분갈이타령만 하고 있다. 금귤은 두 해전, 먹고 난 씨앗을 무심히 베란다 흙 통에 던져놨더니 그게 싹이 나서 작은 화분에 옮긴 것이다.

 

흙이 담긴 널찍한 고무다라이엔 그 동안 대파를 심어 뽑아 먹기도 하고, 초록빛 이파리를 보는 재미에 생감자를 묻기도 했다. 계절이 바뀌자 빼빼하게 키만 훌쩍 자란 감자이파리를 쑥 뽑으면 뿌리에 대롱대롱 매달린 콩만한 감자가 참 귀여웠다.

 

금귤을 다른 화분에 옮길 때만 해도 이게 제대로 잘 자랄지 싶었다. 어쨌든 일년 정도를 자기가 ‘알아서’ 컸으니 나는 이따금씩 화분이 마른 듯 하면 물이나 줄 뿐이었다. 그렇게 자란 금귤나무 가지가 젓가락 굵기만큼 해지더니 이파리 사이로 가시도 나 있다.

 

‘어, 제법이네’

꼴을 다 갖춘 금귤나무가 대견했다. 거실에서 물만 먹고 자라는 나무는 가지가 위로 올라갈수록 이파리가 커지면서 싱싱하게 자란다. 분갈이를 해줄 땐, 지렁이가 들어있는 영양 흙도 넣어줘야 한다. 근데 좀 번거롭다. 하나를 건드리기 시작하면 베란다에 걸려있는 이런저런 것들을 끄집어내서 정리한다면 하루 꼬박 매달려야 될 것 같아서다. 설날도 다가오는데 명절이나 지나고 할까 망설이고 있다.  

 

미나리뿌리 한 컵으로 싱싱함이 가득해요

 

 

푸성귀가 비싸다. 겨울철이라 그런지 재래시장에서도 상추 한 근에 2500원이다. 랩으로 포장된 조선오이 두 개는 마트에서 1700원이다. 물김치를 하려고 재래시장에서 미나리 한 단을 사려하니 얄팍하게 손에 잡히는 게 2500원이었다. 그나마 같은 양에 마트보다 500원이 싸다.

 

미나리 이파리는 부침개 해먹을 때 쓰려고 따로 잘라놓고 줄기만 물김치에 넣었다. 그리고 미나리 뿌리는 둥근 컵에 깔고 물을 넣어주었다. 금귤나무 옆에 놔두고 하루가 지나니 삐죽하게 올라오는 연둣빛 미나리. 일주일이 되자 금귤 키의 반이 되었다.

 

미나리가 자란 열흘 동안 거실은 푸릇한 공기로 가득해보였다. 식구들이 모인 주말 저녁엔 생선찌개를 했다. 줄기와 이파리가 너무 여려서 버릴 게 없다. 보글보글 끓는 찌개국물 위로 미나리를 올리니 그 맛이 특별하다. 겨울철에 미나리를 사게 되면 뿌리에 물을 담아 한 번 더 길러 먹어야 느낄 수 있는 맛이었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미나리, #금귤, #생선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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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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