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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출근 첫 출발위에 주의 자비와 긍휼하심을 간절히 바라면서....
▲ 기도동산 첫출근 첫 출발위에 주의 자비와 긍휼하심을 간절히 바라면서....
ⓒ 문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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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들었던 으리으리한 부자집엘 처음으로 일하러갔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첫 일자리이다.

암수술을 한 후 5년이 지났다. 그동안 경제적으로 심히 어려웠지만 무리해서 일을 하다 혹시 전이 재발이라도 되면 어쩌나 싶어 힘들었지만 참고참았다.

결혼을 하면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책도 읽고 여행도 다니고 하고 싶은 공부도 하면서
안락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리라 꿈꾸었는데 결혼 전이나 후나 그동안 단 하루도 돈걱정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일자리를 구하러다니면서 기도하기를
하나님과 사람앞에 떳떳한 일자리
주일 수요 금요 새벽예배에 방해받지 않을 일자리
너무 힘들어 병나지 않을 만한 일자리
십일조 십만원이상 할 수 있는 일자리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일자리
즐겁고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자리
주변 모든 사람들과 화목하게 지낼 수 있는 일자리를 달라고 기도했다

처음 그 집에 인사를 갔을 때 환자되시는 분 부인 얼굴이 얼마나 온유하고 부드러운지
생전 처음보는 분인데도 너무도 맘이 편안했다.  잠시 후 자부되는 젊은부인이  메모지와 볼펜을 들고오더니 침대에 걸터앉아 날 빤히 보면서 대뜸

"이름이 뭔가요?"

하고 또랑또랑 물었다

그 말에  왠일인지 눈물이 핑 돌았다. 자신의 시아버지를 간호할 요양보호사 이름을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거늘 그 소리에 어이하여 눈물이 나든지.

할아버지는 내내 침상에 누워 주무시고 계셨다. 내가 들어가서 인사를 하자 눈을 한 번 뜨서 웃더니 주무시고 나오면서 내가 인사를 하자 또 한번 벙긋 웃으신 후 주무셨다.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 이마에 상채기가 나 있었다. 얼마 전에도 화장실에서 넘어져 피가 철철 나서 병원으로 간 적이 있다고 하셨다.

월요일부터 일을 시작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기도하고 기도했다. 오직 그 할아버지  기도만 계속했다. 종일토록 그 할아버지 얼굴만 눈 앞에 맴돌았다

내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의로운 해가 떠올라서 치료하는 광선을 발하리니 너희가 나가서 외양간의 송아지같이 뛰리라. -말라기 4:2 -

예전에 내가 침상에 누워서 간절히 암송하던 성경귀절을 외우면서. 못고칠 병이 없으신 주의 자비와 긍휼하심을 구하고 또 구했다. 난생 처음 본 할아버지를 위하여.

그리고 월요일  첫 출근(?)을 했다. 할머니는 그 시간에 외출을 하신다면서 미리 현관열쇠 비밀번호를 알려주셨다. 혹시나 할아버지가 깨어있으면 놀라실까봐 비밀번호를 누르기 전에 그냥 한 번 초인종을 눌러보았다. 그리고 들어갔는데 누워계실 줄 알았던 할아버지가 현관 앞까지 마중을 나오신 것이 아닌가. 아기 걸음처럼 아장아장 걸어서.

할아버지 연세는 78세. 연세대를 나오셔서 수학교수로 재직하신 분이시며 권사님이시다
할머니 역시 교수로 재직하신 분이시며 장로님이시다. 할아버지는 알츠하이머 초기증상이시다. 이야기도 정상적으로 하시고 아장아장 걸어서 화장실도 가시고 진지도 혼자서 드시고 생각해서 결정하는 능력도 있으시다. 다만 기억력이 없으셔서 자꾸만 나에게 밥 먹으라고 성화를 하신다. 한 상에 앉아 금방 밥 먹는 걸 보셨으면서.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이제 하나님의 권능이 어떻게 우리에게 나타날는지 기적과 이적의 하나님을 만날 기쁨에 가슴이 부푼다. 


태그:#기도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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