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월 20일(현지 시간) 미국은 오바마의 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 나라가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식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들썩였다. 특히 워싱턴 DC, 그 안에서도 취임식장인 국회의사당, 백악관 그리고 내셔널 몰이 이루는 삼각형 안쪽은, CNN의 예상처럼 백만 명 이상이 모였을 정도로 골목골목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국회 의사당에서 엄숙하게 진행된 취임식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다가, 혹시 지금이라도 길거리로 나가면 취임식 퍼레이드에서 오바마를 혹시 만나 볼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말도 안 되는 기대를 품고 무작정 워싱턴으로 지하철을 타고 나섰다. 퍼레이드는 일반에게 공개되는 행사이기 때문에, 위치만 잘 잡고 있으면 그가 지나가다 손을 흔들거나, 아주 운이 좋으면, 악수를 청할 수도 있으니까….

퍼레이드가 시작되기 한 시간도 전에 나름대로 목 좋은 곳이라고 생각되는 곳에 내렸다.  길거리는 이유도 없이 "오바마, 오바마"를 외치는 사람들과 오바마 티셔츠, 모자, 목도리, 포스터, 배지, 달력 등을 파는 상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게다가 퍼레이드가 있을 대로변에 가기 위해서는 2중의 장벽을 통과해야 했다. 소지할 수 있는 가방의 사이즈도 작은 핸드백 사이즈란다. 그런데, 나는 커다란 카메라 백을 메고 있는데다가, 바리케이드 앞에는 이미 퍼레이드가 끝나고 난 뒤에도 들어가지 못할 만큼의 긴 대기 행렬이 있었다.

어쩌겠는가,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오바마를 만날 가능성을 더 높여보기 위해 퍼레이드가 끝나게 될 백악관 근처로 자리를 옮겨 보았다. 하지만 퍼레이드가 언제 시작 되는지, 시작되었다면 어디쯤 와 있는지, 도무지 알 수도 없었다. 철조망 너머지만, 온통 퍼레이드가 있을 대로 쪽으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옆을 보니 누군가 오바마를 껴안고 있는 게 아닌가.

오바마의 실물 크기 사진을 세워놓고 사진을 찍고 있다.
▲ 오바마와 포옹하는 시민 오바마의 실물 크기 사진을 세워놓고 사진을 찍고 있다.
ⓒ 김상민

관련사진보기


재빨리 사진을 찍고 보니, 기념품 가게 앞에 세워 놓은 실물 크기의 오바마 사진이었다. 그러고 보니, 미소 짓고 있는 오바마 사진 옆에는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또 몇 십 명이 벌써 줄을 서 있었다.  진짜 오바마는 어차피 코빼기도 못 볼 텐데, 오바마 실물 크기 사진이라도 옆에서 찍는 게 낫겠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다.  사실 오바마는 퍼레이드 속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오바마를 수퍼맨으로 만든 그림을 팔고 있다.
▲ 수퍼-오바마 오바마를 수퍼맨으로 만든 그림을 팔고 있다.
ⓒ 김상민

관련사진보기


수퍼맨이 되어 미국을, 아니 지구를 지켜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수퍼-오바마 포스터를 팔고 있는 사람은 "한 장에 5달러! 아저씨, 사진 찍는 데 1달러!"를 외치고 있었다. 군중들 중에는 오바마의 사진이 실린 신문을 들고 뭔가 외치고 있는 여학생도 있었다.

오바마의 사진이 실린 신문을 들고 한 여학생이 뭔가 외치고 있다.
▲ 여기에도 오바마 오바마의 사진이 실린 신문을 들고 한 여학생이 뭔가 외치고 있다.
ⓒ 김상민

관련사진보기


아마 백악관에서 가장 가까운 서점일 듯한 '보더스'라는 서점도 온통 오바마로 도배되어 있다. 오바마를 특집으로 다룬 잡지들과 달력, 오바마의 자서전, 사진집, 인형까지 빼곡하게 진열되어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는다.

백악관 옆 한 서점 창을 가득 채운 오바마 관련 서적들
▲ 서점에도 오바마 백악관 옆 한 서점 창을 가득 채운 오바마 관련 서적들
ⓒ 김상민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미국인들의 가슴 속에 이미 오바마는 이미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그들의 바람대로 (가능할 것 같지 않던) 변화를 이루어 내었다. 그러나 아직 이것으로 미국의 꿈이 이루어졌다고, 미국인들의 변화의 대한 열망이 완성되었다고 말하기는 너무나 이르다. 오늘은 뜨거운 축제의 날이지만, 내일부터는 차가운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산적한 경제 문제와 외교문제, 무엇보다도 (한국처럼 몇 십 년 전으로 퇴보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미국의 건설에 얼마나 다수의 국민들과 전세계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정책들을 실현해 내야만 한다. 오바마는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오바마에 대한 희망을 적은 종이판을 들고 있는 시민
▲ 희망 오바마에 대한 희망을 적은 종이판을 들고 있는 시민
ⓒ 김상민

관련사진보기


미국의 희망은 그들 만의 희망이 아니라 다른 모든 세계의 희망이어야만 한다. 오바마가 미국 그들만의 희망을 넘어서 모두의 희망을 읽어내고 진정한 변화의 길을 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태그:#오바마, #취임식, #희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