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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 여파 속에 공연계도 찬바람이 몰아친다. 이런 때에는 여성들 치마 길이와 립스틱 색깔로 불황 정도를 알 수 있다고 하는데, 공연계에서는 코믹한 공연이 얼마나 많은가로 이러한 정도를 짐작해볼 수 있다. 어려운 주머니를 털어서 즐기는 문화 생활에서 생활의 고통을 잠시라도 훌훌 털어버리겠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사에서는 대학로에서 현재 공연되는 코믹연극의 매력을 살펴볼까 한다. 

 

1, 2, 3탄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대학로 연극에서 입소문 제대로 탔다는 <라이어>, 연극열전 중 연장공연을 거듭하며 대학로 코믹 연극의 새로운 흐름인 <늘근도둑 이야기>, 2008 토니상 2개 부문을 수상하고 한국으로 날아온 영국 웰메이드 코믹 스릴러 <39계단> 등 세 작품이 오늘 주인공이다.

 

1. 라이어 1

 

장      르 : 말로 웃기는 코믹, 탄탄한 상황 설정의 플롯, 대사로 웃기는 코믹 코드

 

무      대 : 전환 없으나 가상의 벽을 놓고 진행 됨

 

배      우 : 5명

 

코믹코드 : 대사가 웃김. 거짓말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으로 상황이 웃기기 때문에 폭소. 배우의 웃기려 하는 의도대로 관객 반응이 즉각 나타남

 

별      점: ★★★☆

 

 

2. 늘근도둑이야기

 

장      르 : 말로 웃기는 코믹. 탄탄한 상황 설정의 대사위주 코믹 코드

 

무      대 : 소품으로 인한 무대 전환 있음(미술관-경찰서)

 

배      우 : 3명

 

코믹코드 : 대사가 웃김. 배우의 표정, 애드립도 관건. 관객과의 소통도 원활. 그 참여 덕에 더욱 몰입 함

 

별      점: ★★★★

 

3. 39계단

 

장      르 : 무대 연출의 기발한 짜임새로 감탄. 심각한 설정 속의 대사 코믹.

 

무      대 : 전환 매우 많음. 장소 이동 회수로는 15회. 장소로는 13개의 장소로 구성.

 

배      우 : 4명

 

코믹코드 : 무대의 연출과 배우와의 호흡이 주는 웃음과 간간이 있는 대사의 코믹.

 

별      점: ★★★★☆

 

위 3개 공연은 각각이 가지는 특성으로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 별점은 필자의 주관적인 관점이므로 참고만 하기 바란다. 

 

<라이어>는 제목 그대로 거짓말이 거짓말을 만들고, 그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해프닝들을 100분 동안 끊임없이 보여준다. 한치도 흐트러짐 없는 거짓말들의 향연은 관객들로 하여금 작가의 치밀한 계산, 배우들의 노련한 호흡과 함께 이 거짓말의 끝은 과연 어디인가, 라는 질문을 가지고 극 안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하지만 과도한 말장난과 성적인 코드는 이런 류 코미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나쁜 평가를 받기도 한다.

 

<늘근도둑이야기>는 2008년 공연계 최대 화두였던 연극열전2의 대표작으로 대학로 코미디 연극의 흐름을 이어간 작품이다. 궁상맞은 늙은 도둑 2명이 한 저택에 들어가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이 작품은 3명의 배우가 2시간 가까운 시간동안 무대를 웃음으로 가득 채워나간다. 사회에 대한 실소와 조롱도 배우들의 대사 속에 잘 스며 들어있으며, 관객들의 참여 또한 중간중간 잘 끌어낸다. 스타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워 일각에서는 연극의 지나친 상업화라는 비난이 있으나, 스타를 기용해 관객 폭을 넓히는 동시에 좋은 공연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은 늘근도둑이야기 그리고 연극열전2가 가진 가장 큰 강점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영국식 코믹 코드 냄새가 물씬 풍기는 <39계단>은, <라이어>의 플롯을 통한 코믹 대비, <늘근도둑이야기> 배우의 연기력과 재치만점인 탄탄한 극본과는 또 다른 강점인 독특한 무대 연출을 갖고 있다. 연극 <39계단>은 알프레드 히치콕이 흑백영화로 영국 활동시 연출한 영화 39계단에 기초를 두었다고 한다. 스릴러 영화를 무대로 옮겨 놓으면서 생길 수 밖에 없는 필연적 공간 한계를 창의적인 무대연출과 그에 맞는 코믹으로 풀어나가는 점에서 기존 연극, 그리고 앞에서 소개한 두 코믹 연극과 다른 강점을 가진다.

 

지난해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나아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는데, 이 작품을 본 한국관객들의 온라인 상 반응은 크게 양분된다. 히치콕을 잘 알고 혹은 신선한 공연을 원했던 관객들은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공연이라는 좋은 평가를 하는 반면, 영국적 코믹 코드 정서에 대해 나쁜 견해를 가진 관객들은 아쉬움을 보인다.

 

대학로의 대표 코믹 연극 세 편이 침체된 공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계속 좋은 공연을 이어나가길 기대해 본다.


태그:#연극, #불황, #코믹, #39계단, #라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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