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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징계'에 항의하는 KBS 조합원들의 업무거부 이틀째날인 23일 오전 11시 30분, 기자협회 PD협회 연합집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부당징계'에 항의하는 KBS 조합원들의 업무거부 이틀째날인 23일 오전 11시 30분, 기자협회 PD협회 연합집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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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조합원들이 지난 22일부터 이틀 동안 '전면 업무 거부'를 벌이며 양승동 PD, 김현석·성재호 기자 등에게 내려진 '부당 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회사의 경고와 엄포가 있었지만 800여 명의 조합원들이 '집단대휴투쟁'을 결의하고, 업무를 거부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있다.

"KBS 업무거부 투쟁했다고 하는데... TV 보면 뭐 달라진 게 없잖아?"

KBS 내부에서도, 특히 젊은 기자들 사이에서 "(업무거부) 티가 안 나 답답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KBS 업무거부 투쟁하는 거 맞아?

무엇보다 불과 한 달여 전 MBC 파업과 비교되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MBC의 모든 조합원들은 현업에서 손을 털고 거리로 나왔다. 기자와 PD는 물론 아나운서와 앵커, 기술직 조합원들도 모두 빠졌다. 프로그램 결방 및 재방이 불가피했고 이를 통한 '파업 홍보 효과'가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KBS는 미지근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가 않다. 기자협회 소속 기자들 중 간부급을 제외한 모든 기자들이 이번 업무거부 투쟁에 참여했다. 민필규 기자협회장은 "데스크와 간부급을 제외한 100% 기자들이 업무거부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앵커 잘 나오고, 화면 잘 나오고, 보도 잘 나오니  방송이 별 문제없이 진행된 것 같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렇지가 않았다. 기자들의 업무거부 기간 중 보도본부는 종일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일선 기자들이 출입처와 방송국에서 모두 빠지니 그 자리를 부랴부랴 데스크와 간부들이 맡아야 했다.

민필규 기자협회장은 "업무거부 한다고 할 때는 별 반응이 없더니, 막상 업무거부 한다고 하니 난리가 났다. 만나서 얘기하자는 연락이 계속 온다. 데스크들이 리포팅하고 제작 챙기느라고 아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업무거부 이틀째인 지난 23일 KBS <뉴스 9>를 살펴보자

설 연휴를 앞둔 날인 만큼 첫 보도 꼭지는 '한파 속 민족대이동 시작'이다. 차량의 귀성 행렬을 헬기 타고 취재한 리포팅이 맨 처음 나왔다. 김진수 기자다. 공채 14기 고참기자. 현재 <일요진단> 데스크를 맡고 있는 공채 14기 고참기자가 설 연휴에 헬기 타고 귀향 리포팅을 한 것이다.

'분주한 설맞이... 마음은 벌써 고향에...' 꼭지를 맡아 설을 맞은 민심을 전한 이정옥 기자는 KBS 해설위원이다.

"용산 점거 농성에 '전철련 의장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검찰 발표를 전한 민경욱 기자. 아침 라디오 방송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 <생방송 심야토론> 진행자다. 그 역시 뉴스에 긴급 투입됐다.

'용산 참사, '이해'로 극복해야' 꼭지를 전한 이준삼 기자 역시 해설위원이다. '김정일 건재 과시...' 보도를 맡은 이강덕 기자는 정치 데스크. 용산사태 관련한 소식을 전한 장한식 기자 역시 베이징 특파원을 거친 뒤 데스크를 맡고 있으며 박태서, 고영태, 이흥철, 이춘호 기자도 모두 데스크 기자들이다. 대구에서 올라온 기사 역시 주경애 대구 보도 데스크의 입을 통해 전해졌다.

어! 해설위원들이 리포팅하네?

현장에 나가 있는 야근팀 기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데스크들이 보도했다. 스포츠 뉴스 역시 마찬가지. 배재성, 송전헌 등 데스크 기자들의 목소리를 모처럼 들을 수 있었다. 

지난 22일 보도 역시 위 데스크들이 대부분 꼭지를 맡았었다. 이날은 김대회 시사보도팀장과 김시곤 경제팀장도 리포팅에 참여했다.

PD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PD들도 현업에서 손을 털었다. 다만 이틀이라는 한시 투쟁이어서 방송 제작 및 방영에는 큰 차질을 빚지 않은 것이다. 본인이 빠질 경우 '방송 펑크'가 불가피한 상황에 놓인 PD들이 일부 있긴 했지만 이는 노조와 PD협회의 '업무거부' 지침을 거스르는 게 아니었다. 대부분이 업무거부 의사를 밝히고 대휴원을 낸 상태였다.

KBS 최원정 홍소연 아나운서가 22일 KBS 본관 로비에서 열린 기자-PD 연합 규탄집회에 동참해 '부당징계 철회' 구호를 외치고 있다.
 KBS 최원정 홍소연 아나운서가 22일 KBS 본관 로비에서 열린 기자-PD 연합 규탄집회에 동참해 '부당징계 철회'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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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 KBS 기자는 지난 21일 <아침뉴스타임>에서 "떳떳한 방송을 위한 제작중단을 시청자 여러분들이 이해해달라"는 소신발언을 했다. 검은 정장과 블라우스가 눈에 띈다
 이소정 KBS 기자는 지난 21일 <아침뉴스타임>에서 "떳떳한 방송을 위한 제작중단을 시청자 여러분들이 이해해달라"는 소신발언을 했다. 검은 정장과 블라우스가 눈에 띈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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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앵커들은 정상 근무했을까? 물론 부분 그렇긴 하다. 하지만 이소정 앵커는 22일 <아침뉴스타임>에서 검은 정장을 입고, "떳떳한 방송을 위한 제작중단을 이해해 달라"는 소신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윤희 앵커 역시 낮 집회에 열심히 참석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나운서들이 프로그램 진행석을 계속 지켰지만, 이들 역시 조합원들과 떨어져 있는 게 아니었다. 홍소연, 최원정, 한석준, 이광용, 오태훈, 이형걸 등 아나운서들 역시 낮 집회에 참석했다. 아나운서들 역시 모두 이틀간 대휴원을 낸 상태였다.

다만 "아직까지는 '카드'를 남겨둬야 한다"는 것이다.

최원정 아나운서는 지난 22일 집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나운서들도 오늘(22일), 내일(23일) 대휴 다 냈다. 다만 라디오나 TV 프로그램 진행을 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 형태가 '파업'인 것처럼 나타날 수 있어 '출연거부'를 아끼고 있다. 노조 차원에서 수위를 높인다면 출연거부, 리본 착용 방송 등의 투쟁을 고민하고 있다."

KBS 노조는 28일부터 '연장 근로 거부' 투쟁을 지침으로 내린 상태다.


태그:#KBS, #업무거부, #집단대휴, #데스크, #부당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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