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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톱스타 전지현씨의 휴대전화를 복제해 준 심부름센터 대표가 구속됐다. 구속된 김씨는 지난 2006년 10월경부터 2년여간 30여명으로부터 1인당 45만원에서 300만원을 받고 휴대전화를 복제해주거나 위치 추적을 하고 불륜 현장을 확인해 주는 등의 업무를 대행한 혐의다.

 

개인정보 수집 목적 휴대폰 불법 복제 늘어

 

이처럼 휴대전화를 이용한 범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휴대전화가 악용되는 사례는 복제폰과 쌍둥이폰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단순 복제폰이란 통신사에 등록해 개통 사용중인 특정 휴대폰의 전자적 고유번호(ESN)를 복제프로그램을 이용해 다른 기종에 옮겨 등록한 뒤 개통되지 않은 휴대전화로도 통신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복제된 휴대전화는 대출 목적으로 판매된 (깡)휴대폰, 보상 판매 후 가입자 등록이 해제된 공기계 휴대전화, 도난 분실된 장물 휴대전화가 이용된다. 이렇게 불법 복제된 휴대전화는 2차 판매점 내지 2차 판매점에 소속된 개인 딜러들이 판매하거나 단순 사용자가 직접 복제기술자에게 의뢰해 복제하게 된다.

 

다른 한 가지는 쌍둥이폰이 있다. 이는 특정인이 사용하는 휴대폰을 추적하기 위해 사용자 몰래 휴대전화의 모델명과 일련번호 등을 이동통신사 통신망에서 정보 입수해 동일 모델의 휴대폰에 전자적 고유번호(ESN)를 입력해 전파수신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휴대전화가 판매되는 유형으로는 무허가 심부름센터나 소위 해결사 등 범죄와 관련된 조직, 기업 정보 등 이해관계자들이 타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경우에 주로 사용했다. 이번 전지현씨의 휴대전화도 이와 비슷한 형태로 불법 복제된 것이다.

 

핸드폰은 걸어다니는 개인정보 창고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있어 자신의 개인정보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물건이 뭘까? 필자는 휴대전화를 첫 번째로 뽑고 있다. 과거에는 숨겨두고 쓰던 일기장 정도였다면 지금의 휴대전화는 이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필자의 휴대전화에는 전화번호 1000개가 입력되어 있다. 가족들의 휴대전화는 물론 친척들이나 은사님, 그리고 친구들까지 모두 저장되어 있다. 그리고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몇 명의 연예인 전화번호까지 모두 소중한 연락처들이다.

 

또한, 주변 지인들의 기념일은 물론이고 가끔은 급한 메모로도 사용하고 있다. 보고 싶은 사람들의 사진은 물론 기억에 남기고 싶은 멋진 경치를 담아 두기도 한다. 이처럼 나의 생각을 가장 많이 담고 있는 휴대전화는 요즘 필수품 중에 가장 중요한 필수품이 되었다. 이런 휴대전화를 하루라도 집에 두고 출근할 때면 하루 종일 불안하고 궁금해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다.

 

휴대전화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휴대전화를 분실하거나 누군가 불법으로 복제한다면 사생활 침해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휴대전화 복제행위는 통화나 문자의 송수신 내용을 볼 수 있어 그 자체가 정보통신법 위반인데다 다른 범죄 행위에 이용될 위험도 크다. 요즘 이런 문제는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사생활에도 얼마든지 노출될 수 있다. 결국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사생활 유출, 핸드폰이 인터넷보다 치명적"

 

이와 관련해서는 최근 개봉을 앞둔 영화 <핸드폰>에서도 그 위험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줄거리를 보면 핸드폰을 분실한 유명 연예인의 매니저 승민(엄태웅 분)과 이를 습득한 이규(박용우 분)의 사투를 그리는 영화다.

 

제작사측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핸드폰>이 주목받는 이유는 핸드폰이 인터넷보다 더 쉽게 더 치명적으로 사생활 유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시각을 국내 최초로 담아낸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이번 영화를 통해 최첨단 기술의 편리성 뒤에 가려졌던 휴대폰의 사생활 유출이라는 이면을 볼 수 있길 바란다"고 소개했다. 한번쯤 영화를 관람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법률적인 부분에서도 여러 가지가 적용된다. 먼저 휴대전화 복제는 전파법 위반에 해당된다. 전파법 제84조2항에 보면 '전자파 적합 등록을 하지 아니한 기기를 판매할 목적으로 제작 또는 수입한자'와 같은 조 제3항 '제46조의 규정에 의한 형식점검에 합격하거나 형식등록을 한 기기 또는 제57조의 규정에 의한 전자파적합등록을 한 기기의 성능을 개조 변조 복제한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음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대한 조항이다. 제3조 1항에 보면 '우편물의 검열, 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조 제5항에는 '누구든지 단말기기 고유번호를 제공하거나 제공받아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톱스타 전지현씨의 복제전화와 관련해서 구속된 김씨는 전파법, 통신비밀보호법, 신용정보보호에 관한법률, 정보통신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가 적용되었던 것이다.

 

연예인들의 휴대전화 사생활은 팬들에 의해서도 많이 침해받는다. 실제로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모 연예인(가수)도 전에 그런 비슷한 문제로 직접 상담한 일이 있었을 정도다. 현재 연예인들이 극성팬들의 스토커 수준의 감시와 휴대전화번호 노출로 겪는 피해는 위험수위를 넘었다.

 

그럼 누구나 한번씩은 경험할 수 있는 경우를 보자. 예를 들어 택시를 타고 가다 휴대전화를 택시 안에 두고 내렸는데 이를 본 택시기사가 주인에게 찾아주거나 분실물 신고를 하지 않고 습득한 휴대전화를 평소 거래하는 사무실을 찾아가 복제(개조)했을 경우 택시기사와 휴대전화를 복제해준 사람은 어떤 처벌을 받을까?

 

먼저 택시기사는 형법 제360조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한다. 물론 전파법에 의해서도 처벌이 가능하다. 또한 이를 제조해준 사람은 전파법 제84조 제3호, 제46조(위에서 설명)에 의해 처벌받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내 휴대폰은 안전할까?

 

자신의 휴대전화가 복제됐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일단 영상전화 기능이 없는 2G 단말기 이용자는 눈여겨봐야 한다.

 

첫째,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다른 전화로 걸어보면 알 수 있다. 우선 휴대전화 전원을 끈 뒤 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는데 "전원이 꺼져 있습니다"라는 안내 멘트 대신 대기음이 들리거나 엉뚱한 사람이 받으면 일단 복제됐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 상대방이 보냈다는 문자메시지가 자주 오지 않는다면 의심해 볼 수 있다. 또한 통화시 잡음이나 혼신이 자주 발생하면 복제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문자 메시지는 기지국과 단말기간 한차례 가입자 인증 교신만으로 전송이 완료되기 때문에 먼저 교신이 이뤄진 단말기로만 전송이 된다. 따라서 복제된 단말기로 문자가 수신되면 원본 단말기에서는 문자를 수신하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보통 때보다 휴대전화 요금이 많이 나왔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갑자기 통신요금이 많이 나온다면 복제된 휴대전화로 누군가 소액 결제 등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럴 때는 이동통신사 고객센터나 휴대폰 불법복제신고센터로 신고하면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한편,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3세대(G) 단말기는 가입자 정보를 담은 가입자인증모듈(USIM)칩이 내장되기 때문에 이 칩 복제가 현재로는 어렵다"고 말한다. 현재 자신의 휴대전화가 어느 기종인지 확인이 불가능하다면 자신이 가입한 해당 업체에 문의하면 된다.

 

현대인에게 있어 휴대전화만큼 중요한 물건이 없다. 그러나 그런 물건으로 자신의 가장 중요한 개인정보 유출은 물론 사생활이 침해받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연예인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만큼 이번 기회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한번 점검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태그:#전지현, #경찰, #휴대전화, #불법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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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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