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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입춘, 드디어 봄입니다.

봄의 흔적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려보지만, 겨울에도 푸르던 이끼만 보일 뿐입니다. 아직 새싹이 움터오는 것을 보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가을 떨어졌을 낙엽, 온전히 자신을 주고 흙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자연은 가는 모습조차도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숙연합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자연적인 삶을 살아가지 못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봄이 온다고 모두 봄을 맞이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봄을 느끼고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봄을 간절히 기다리던 사람만이 깊은 봄의 속살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봄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봄이 우리 일상 여기저기에서 솟아오르는 것처럼, 우리 삶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속에 들어 있는 의미도 보려고 하는 이들에게만 보이는 것입니다. 보려고 하지 않으면 어느 것도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보려고 하는 것이 보이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을 보면서 절망감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거짓이 승리하는 것 같고, 불의가 정의인 것처럼 군림하는 것을 볼 때면 절망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절망하지 않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봄은 땅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오고 있었습니다.

지의 식물 이끼, 말 그대로 ‘흙의 옷’ 역할을 하는 이끼는 한겨울에도 푸름을 잃지 않았습니다. 이끼가 품어준 수많은 씨앗과 실뿌리들은 다른 곳에서보다 편안하게 겨울을 보냈을 것입니다.

 

봄이 오면 지천에 피어날 것들, 그냥 잡초 혹은 ‘이름 모를’이라는 불리는 풀들이 가장 먼저 새싹을 내고 있습니다. 들풀 중에서는 서민 혹은 민중이라고 할 만한 들풀이 가장 먼저 새싹을 내고는 봄이 옴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들의 몸부림을 보니 눈물이 나려 합니다. 우리의 역사도 밑바닥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이끌어왔으며 이끌어가는 것입니다.

 

 

완연한 봄이 오기 전 꽃샘추위가 통과의례처럼 옵니다.

꽃샘추위가 오면 먼저 피어난 꽃이나 새싹들이 얼어 터집니다. 흔한 점나도나물의 새싹도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꽃샘추위에 얼어 터질지 모릅니다. 그러나 새싹은 꽃샘추위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게 두려웠다면 새싹을 올리지도 아니하였을 것입니다. 

 

역사의 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사회적인 약자들이 더 많은 고통을 감내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약자들을 위로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일 것입니다. 그들에게 빚진 심정으로 다가가 그들의 상처를 감싸주는 것이 사람의 도리요, 종교의 역할일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못할지언정 돌을 던지고, 신의 이름으로 저주를 한다면 역사의 반역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

봄을 간절히 기다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하는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이죠.

 

 

입춘, 점나도나물의 새싹을 본 김에 이전에 찍어두었던 꽃을 찾아보았습니다.

흔할 때에는 그저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제 막 새싹 올라오는 계절에 화들짝 핀 꽃을 보니 신비스러운 아름다움을 간직한 수수한 꽃임을 다시 한번 각인하게 됩니다.

 

올해 점나도나물의 꽃이 피어나면 이전보다 더 많이 바라봐 주어야겠습니다. 봄이 온다고 그 소식을 알리려고 부지런히 긴 겨울을 뚫고 달려온 점나도나물의 새싹, 비록 봄의 전령으로 알려진 매화나 춘란 정도의 대접을 받지는 못하지만, 점나도나물의 삶이 그들의 삶보다 덜한 것이 아니기에 나는 민중을 닮은 이 꽃을 행복하게 바라볼 것입니다.

 

봄이 왔습니다.

봄의 속살을 보고 싶으신가요? 간절하게 보고 싶은 만큼 봄은 보입니다. 봄의 속살은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에게 보입니다. 그 봄, 만나러 가지 않으시겠어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카페<김민수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입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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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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