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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는 사고현장에 뛰어들어 얼굴에 피가 흐르는 운전자를 응급처치한 후, 119에 연락해 병원으로 이송시킨 용감한 시민을 알리고 싶다.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이처럼 좋은 일을 한 사람은 널리 알려 사회의 귀감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을 한사코 숨기려 했지만 그의 차에서 해병대 마크와 명찰을 보았다."

 

기자에게 익명으로 제보해 온 어느 시민의 말이다. 2008년 12월 어느 날 교통사고 현장에서 부상당한 시민을 구조한 한 시민이 뒤늦게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그는 전중찬(52)씨로 충남 아산시 염치읍 석곡2리 마을이장이며 평소 지역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기로 유명한 인물이다.

 

"사고를 목격한 순간 나도 모르게 현장으로 움직여졌다. 이 땅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새삼스럽게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왠지 부담스럽다."

 

한사코 본인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것을 그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인 '석곡2리'의 따뜻한 인정과 '해병전우회'의 사회봉사정신을 알려야 한다고 설득해 어렵게 인터뷰를 가질 수 있었다.

 

당시 사고는 한 승용차가 아산시 한올여고 사거리에서 가로수와 부딪혀 일어났다고 한다. 전 이장은 "사고와 함께 운전석과 조수석 에어백이 모두 터졌다. 그러나 운전자는 어디에 부딪혔는지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가 된 채 정신을 잃고 차에 갇혀 있었다. 또 차량은 인도위에 뜬 채로 엔진이 정지되지 않은 채 계속 진행하려고 했다"고 했다.

 

인도에 걸쳐진 차량이 내려앉을 경우 앞으로 가게 돼 2차 사고의 위험이 우려된 전 이장은 급히 엔진부터 정지시킨 후 군대에서 배운 절차대로 응급구조를 했다고 한다.

 

전 이장은 또 "교통사고 환자를 잘못 다루면 오히려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선 군대에서 훈련받은 내용을 떠올리며, 환자를 안정시킨 후 지혈부터 실시했다. 그리고 시민들의 협조를 얻어 119에 연락해 병원으로 후송시켰다. 그게 전부다. 작은 도움하나 줬을 뿐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제보자에 따르면 "당시 20여 명의 시민이 목격했지만 누구하나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운전자는 피를 흘리며 차안에 갇혀 있는데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때 이분이(전중찬 이장) 어디서 나타났는지 침착하게 현장을 정리했다"고 했다.

 

타고난 희대의 오지랖

 

마을주민들에 의하면, 전 이장은 800마지기(52만8928㎡, 16만평)의 어마어마한 벼농사를 짓는 농사꾼이다. 주변사람들은 공식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개인이 짓는 농업규모로 국내 최대가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농사를 많이 짓는다고 더 많은 소득이 보장된 것도 아니지만 그는 광적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남의 땅일지라도 땅이 놀고 있는 꼴을 못 본다는 것이 주변사람들 이야기다. 그가 농사꾼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의 넓은 오지랖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마을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용왕제 행사가 무슨 이유인지 중단됐는데, 이를 올해 다시 부활시켰다. 또 지난해에는 모든 마을사람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추진해 다녀오고, 반응이 좋아 다시 추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밖에도 마을의 대소사뿐만 아니라 군대의 주특기를 살려 아산시를 끼고 도는 곡교천을 비롯한 각종 저수지와 하천의 환경정화에도 앞장서는 등 그의 넓은 오지랖의 끝은 어디일까 싶을 정도다.

 

그의 말대로 어쩌면 교통사고현장에서 그가 행한 그의 선행은 그가 하는 다른 모든 일과 비교하면 아주 작은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 충남시사> 2월 5일, <주간 충남시사> 2월 10일, <교차로> 2월 11일 자 송고했습니다.


태그:#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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