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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름 : 바다로 간 플라스틱

- 글 : 홍선욱, 심원준

- 펴낸곳 : 지성사 (2008.12.31.)

- 책값 : 8000원

 

 (1) 내 밥그릇이 무엇인지를 알아야지요

 

요즈음 라면 한 봉지는 700원을 넘어섭니다. 850원짜리도 있고 1000원 넘는 녀석도 있습니다. ㅇ마트나 ㄹ마트에 가면 봉지에 적힌 값보다 꽤 싸게 사들일 수 있다고 하나, 비싸기는 마찬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밀 라면’은 값이 얼마나 할까요? 1100원입니다. 항생제와 비료와 풀약과 갖가지 몸에 나쁜 짓을 하면서 짓지 않은 곡식으로 만든 라면 한 봉지 값이 1100원일 때에, 나라밖에서 온갖 항생제와 비료와 풀약을 쓰는데다가 나라안으로 사들일 때에 또다시 약품을 치는 곡식을 화학물질을 섞어 가면서 식품회사 공장에서 만드는 라면 한 봉지 값이 700원이라 하면, 어느 쪽이 비싸고 어느 쪽이 값쌀까요?

 

생협매장에서 사서 먹는 순부두 400그램은 1000원 안팎입니다. ㅇ마트나 ㄹ마트에서 아주 값싸게 사서 먹을 순부두 400그램이라면 500원쯤 되지 않으랴 싶습니다. 500원에 두 봉지를 주기도 할 테지요. 그런데, 유전자조작을 하지 않은 콩으로 빚은 순두부하고, 유전자조작을 한데다가 수없이 많은 풀약과 항생제를 쓴 콩으로 빚은 순두부하고, 이만한 값벌어짐이라면, 어느 쪽이 비싸고 어느 쪽이 값쌀까요?

 

세겹살을 싸게 파는 곳은 한 사람 몫(1인분) 200그램에 5000원도 하고 3500원도 합니다. 드물게 2000원 하는 집이 보이는데 이러한 집은 200그램이 채 안 된다고 느낍니다. 아주 싸다고 하여 200그램이 3000원이라고 치면, 600그램에 9000원입니다. 그런데 생협매장에서 세겹살을 사면 650그램에 9000원이 안 됩니다. 여느 고기집에서 사면 훨씬 눅을 테지만, 우리가 고기구이집에 가서 사먹는 돈을 헤아릴 때에 생협매장 나들이를 해서 ‘항생제 안 먹이고 화학처리된 사료 안 먹이는’ 고기를 사먹는다고 했을 때 드는 돈은 그리 많이 안 듭니다.

 

다만, 생협매장에는 늘 물품이 넘치게 있지 않습니다. 늘 모자라게 있어, 공급날짜를 놓치면 장바구니가 비게 됩니다. 미리 어떤 물품을 받으려 하는지를 알려주어야 장바구니를 채울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장보기가 쉽지 않은 셈이지만, 쓸데없이 사들이는 물품이 없도록 살림을 맞출 수 있고, 꼭 써야 하는 물품만 쓰게 되는 한편, 우리 몸과 밥상과 둘레 터전을 한결 두루 살필 수 있기도 합니다.

 

.. 어두운 밤하늘에 예쁘게 퍼지는 불꽃은 사람들에게 환상을 준다. 촛불이 제 몸을 태워 주위를 밝히고 사라지듯 불꽃도 자신의 모든 것을 스스로 태우고 사라지는 환상을…….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폭죽을 터뜨리고 난 다음날, 같은 해변을 거닐어 볼 것을 권한다 … 가볍고 작아서 사람들 눈에는 잘 안 띄지만, 먹이를 찾는 바닷새들에겐 먹이로 착각하기 쉬운 크기이다. 담배필터를 먹이로 알고 잘못 먹는 새들이라면 이런 폭죽쓰레기도 먹게 될 것이다 ..  (31∼33쪽)

 

 생협매장은 전국 곳곳에 있지 않습니다. 큰도시 몇 곳에 몰려 있습니다. 시골에서는 손수 지어 먹으면 되니 구태여 생협매장이 들어설 까닭이 없다고 할지 모르나, 곰곰이 따지면 오늘날 한국땅에서는 시골에도 생협매장이 있어야 합니다. 몸소 땅을 일구어 먹지 않는 도시사람 모인 곳에는 마땅히 생협매장이 있어야 하고요.

 

 농사짓는 사람이 허튼 농사를 안 지어도 일한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서로 돕는 생협이 차츰 자리를 잡아야, 시골이 살고 우리 살림이 삽니다. 우리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서 우리 몸이 바뀌고, 우리 몸이 바뀌는 흐름에 따라 우리 생각이 바뀝니다. 우리 생각 흐름에 따라서 옳고 그름을 가려보는 눈길이 달라지고, 옳고 그름을 가려보는 눈길을 머리속 지식만이 아닌 온몸 삶으로 부대끼게 된다면, 우리 세상은 밑바탕부터 튼튼하게 새로워집니다.

 

.. (갯벌에서)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그들과 함께 나뒹구는 스레기들을 보면 언제나 마음이 불편하다. 아이들이 먹고 버린 과자봉지, 우유팩, 도로변에서 낚시하다 버린 엉킨 낚싯줄과 미끼통, 술병은 늘상 볼 수 있는 것들이고 줄 끊어진 기타가 발견된 적도 있다. 물속에는 오래 전에 버려진 의자, 세발자전거, 생활정보지 거치대 등이 갯벌에 박혀 세월을 보내고 있다 ..  (47쪽)

 

 인천에서 오랫동안 지역 역사를 파헤쳐 온 어르신이 언젠가 “지식인들은 밤낮 민중을 말하지만 밤낮 맥주만 마셔” 하고 따끔한 한 마디를 들려주어서, 옆에서 이 말씀을 듣다가 속으로 피식 웃었습니다. ‘그러게 말야, 참말 그러네’ 하고 생각했는데, 맥주를 마시는 일이 잘못이 아니라 ‘허구헌날 술자리에서만 떠들 뿐이지, 온몸으로 이웃사람과 부대끼면서 이 땅 삶과 참모습을 알아보고 함께하려 하지 않는다’는 소리이거든요.

 

인천에서 살고 있으니 인천을 돌아보지만, 서울에서 지낼 때 서울을 돌아보면서, 또 충청도에서 살아가며 충청도를 돌아보면, ‘자기 텃밭에서 자기 밥그릇을 지키는 틀’을 깨부수면서 땀흘리는 사람을 찾아보는 일이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자기 밥그릇 채우기에서 홀가분한 이들이라 할지라도 이웃 마을 삶터까지 헤아리지 못하기 일쑤이고, 이웃사람 삶과 아픔을 내 삶과 아픔으로까지 삭이지 못하고요.

 

왜 그럴까, 왜 이렇게 좁을까, 왜 이렇게 마음주머니를 북돋우지 못할까 하고 곱씹는데, 아무래도 자기 삶부터 다부지게 붙잡지 못하니 이러지 않겠느냐는 데로 생각이 모아집니다. 어떤 일을 하든 먼저 자기가 어느 집에서 살며 어떠한 밥을 먹고 어떻게 집살림을 꾸리느냐가 그이 삶과 생각을 크게 움직인다고 느낍니다. 밥 한 그릇 좀더 옳게 먹으려 마음쏟지 못하면서 이웃 삶터를 좀더 옳게 헤아리도록 마음쏟지 못합니다. 배고픈 이웃한테 라면상자 선물하면 좋은 일이 될까요? 영구임대아파트가 집없는 사람한테 가장 나은 보금자리가 될까요? ‘일자리 백만 개 만들기’를 하면 실업자가 사라지고, 돈없어 애먹는 사람이 사라질까요? 그러면 그 일자리 백만 개란, 무슨 일을 어디에서 어떻게 하는 일자리일까요?

 

..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그 시작점은 알 수 없지만 다도해의 아름다운 바다공원이 거대한 하얀 목걸이를 두르기 시작했다. 낯설고 괴이한 목걸이를 가까이 들여다보니 스트로폼으로만든 부표들이다. 굴과 김 등을 양식할 때 어디에 양식을 하고 있는지 소유주가 위치를 표시하거나, 해수면 아래로 굴의 종묘를 늘어뜨릴 때 가라앉지 않도록 띄우는 역할을 하는 어구이다 … 1년에 우리 나라에서 사용하는 스티로폼 부표는 3500만 개 이상이 된다. 바람에 날리고 파도에 휩쓸린 스티로폼 부표는 다도해의 수많은 섬으로 퍼져 나간다 … 스티로폼은 손으로 살짝 긁기만 해도 떨어져 부스러기가 생길 정도로 약하다 …원래 부표는 깨지거나 망가지면 되가져와 다시 사용하거나 처리해야 하지만, 떨어져 나간 부표를 찾아다니는 인건비가 새로 사는 비용보다 비싸기 때문에 쉽게 포기해 버린다 … 본디 파랗던 바다는 어디로 갔을까? … 생각보다 자주 바다쓰레기가 배들의 항해를 방해한다. 배들의 불안한 항해가 계속되는 것이다. 우리 나라 선박 사고의 1/10이 바다쓰레기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여객선을 타고 가는데 바다 위에서 이유 없이 멈춰 선다면 아마도 대부분 바다쓰레기 때문일 것이다 ..  (52∼60쪽)

 

 

 대통령 이명박 님은 서울과 부산 사이에 물길을 내고, 서울과 인천 사이에도 물길을 트면서 ‘엄청난 일자리를 마련하고 엄청난 돈돌리기를 이룬다’고 외칩니다 그런데, 이런 물길트기만이 아닌 ‘새 고속도로 또 뚫기’와 ‘새 고속화도로 자꾸 뚫기’와 ‘고속철도 늘려 뚫기’와 ‘새 아파트 끝없이 다시 짓기’만 하여도 어마어마합니다. 이런 정책은 이명박 대통령뿐 아니라 야당 정치꾼도 똑같이 되뇝니다. 우리는 어느 정치꾼을 뽑아도 똑같은 정책이 되풀이되고, 똑같은 토목건설 바람을 맞이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치꾼 공약과 정책으로만이 아닌 우리 스스로, 집값이 오르기를 꿈꿉니다. 주식값이 오르기를 꿈꿉니다. 일삯이 오르기를 꿈꾸고, 물건값은 안 오르기를 꿈꿉니다.

 

 그러나 자기 사는 집값이 오르면 물건값이 안 오를 수 없습니다. 물건값이 오르는데 일삯이 올라 보았자 달라질 구석이 없습니다. 물건값이 오른다고 하지만, 가난한 사람이 쓰는 물건값만 오를 뿐인데다가, 가난한 사람이 팔아야 하는 물건은 값을 올리기 어렵습니다. 달걀 하나 넣는 오방떡 하나가 1994년에도 500원이었고 2009년에도 500원입니다. 군고구마 한 봉지가, 붕어빵 한 조각이, 떡볶이 한 접시가, 열 몇 해 앞서와 오늘날 얼마만큼 벌어졌을까요. 우리 입에 냠냠짭짭 씹혀 우리 밥통으로 들어가는 먹을거리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떻게 움직이며, 어떻게 우리 손까지 오게 될까요. 우리는 이 먹을거리를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생각하며, 얼마만큼 제대로 알고 있을까요.

 

 요사이 어느 식료품이든 ‘MSG無첨가’라는 딱지가 붙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딱지를 하나도 안 붙였습니다. 예전에는 ‘엠에스지’라는 녀석을 안 넣었기에 안 붙였을까요 넣었어도 안 붙였을까요. 그런데 ‘엠에스지’를 안 넣었다는 식료품치고 화학착색료와 화학착향료 들을 안 넣은 식료품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들 가운데 생각있고 뜻있고 넋있다고 하는 분들, 더욱이 지식인과 지성인이라고 하는 분들은 이런 먹을거리를 얼마나 속깊이 제대로 알고 있으려나요.

 

 우리가 입는 옷은 어떻게 빨아서 입고 있지요? 빨래를 할 때 빨래틀이라는 녀석을 쓰나요, 두 손을 쓰나요? 빨래하는 데 쓰는 비누는 어떤 세제인가요? 빨래는 어디에서 어떻게 말리나요? 옷은 얼마나 사입고, 우리가 사입는 옷은 어떤 천으로 지어졌는지 아나요? 커피와 초콜릿만 공정무역을 하면 될까요? 이런저런 흐름은 알 까닭 없이 그저 ‘공장노동자’이면 다 똑같은 ‘노동자’일까요? 이 나라에서 지식인이라 하는 분들은 얼마나 자기 집살림을 알고 있을는지, 얼마나 스스로 옳게 집살림을 꾸리고 있을는지, 얼마나 아름답게 집살림을 이웃나눔으로 펼치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성을 아버지와 어머니 한 글자씩 붙여 ‘김신 아무개’나 ‘최박 아무개’처럼 적으면 두 성을 평등하게 다루는 셈일까요? 어머니 또한 당신 아버지한테서 받은 성일 텐데?

 

.. 이렇듯 이름을 외우기도 쉽지 않은 해로운 화학물질들이 우리가 늘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 제품을 생산할 때에 사람의 건강이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생산가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를 먼저 따진 결과이다 ..  (96쪽)

 

 지난날 신동엽 시인이 피를 뿜으며 외친 “껍데기는 가라”는 온갖 쇠붙이 무기만 가라는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전쟁무기만 없으면 된다는 외침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삶자락 어느 구석이든 겉치레와 겉발림이 없어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살림을 꾸려야 하고, 우리 손으로 우리 삶을 가꾸어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두 손에 비누거품 가실 날 없고 진물이 빠질 날 없는 손으로 연필을 들고 깃발을 들고 가방끈을 조여야 합니다. 두 손으로 기저귀를 빨고 아기를 어르며 밥짓고 찌깨 끓여낼 수 있은 다음에 논문을 쓰든 소설을 쓰든 기사를 쓰든 해야 합니다. 아버지 어머니한테서 당신 살아온 이야기 듣던 귀로 민중이든 시민이든 국민이든 서민이든 하는 사람들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내 아이뿐 아니라 옆집 아이한테 놀이노래 불러 주고 자장노래 불러 주는 입으로 역사든 진보든 혁명이든 보수든 개혁이든 반동이든 읊어야 합니다. 바닥 없는 하늘이 없고, 기둥 없는 집이 없습니다. 모래알에 기둥을 박아 보았자 집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삶을 단단하게 이 땅에 뿌리내리지 않고서는 어떠한 일이건 운동이건 뭣이건 해낼 수 없고 이룰 수 없으며 맞이할 수 없어요. 오로지 돈만 바라보는 주제에 무슨 사회운동이며, 오로지 돈밖에 모르는 주제에 어인 대학졸업장이며, 오로지 돈셈밖에 안 하는 주제에 웬 자기계발입니까.

 

 사회운동은 자기 삶을 고치는 일입니다. 대학교란 자기 마음을 뜯어고치는 일입니다. 자기계발이란 나한테 있는 사랑과 믿음을 송두리째 이웃과 동무하고 나누는 일입니다.

 

 

 (2) 《바다로 간 플라스틱》이 밝히는 바다쓰레기

 

 《바다로 간 플라스틱》은 고작 150쪽 조금 넘기는 얇은 책입니다. 집에서 아기 어르고 재우고 먹이는 틈틈이 책을 넘기고 들추고 하니 며칠 만에 다 읽게 됩니다. 줄거리를 살피면, 잘게 잘게 쪼개어져도 사라지지 않는 플라스틱이 바다로 가면 쓰레기로 남을 뿐 아니라, 바다를 삶터로 두는 온갖 목숨붙이들이 크게 다치거나 죽는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리들이 찬찬히 눈길을 두지 않으면서 망가지는 바다 이야기를 하고, 우리들이 알면서도 더럽히는 바다 이야기를 합니다.

 

.. 바다에서뿐만 아니라 하늘에서도 앨버트로스의 비극은 일어난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 하늘 높이 나는 앨버트로스가 항공기나 높은 관제탑에 부딪쳐 몇 년 사이 수천 마리가 죽었다. 높이, 그리고 멀리 나는 새가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는 하늘과, 언제라도 편히 쉴 수 있는 안전한 바다는 이제 없다. 보존하고 복원하기 위한 우리들의 노력만이 남았을 뿐이다 ..  (71쪽)

 

 단출하게 참 잘 엮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이런 살가운 이야기를 살가이 녹여낼 만한 가슴이 우리들한테 얼마 없겠구나 싶은 생각 또한 듭니다. 참말, 우리들은 이런 이야기책을 지식으로만 여기고 우리 매무새를 고쳐나가는 삶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바닷가에서 불꽃놀이 하는 일도 골칫거리이지만, 도시에서 불꽃놀이 하는 일도 골칫거리입니다. 이런 불꽃놀이를 아름답다고 느끼는 마음과 눈길도 안타까운 한편, 이런 불꽃놀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기사로 다루고 하는 우리 마음결도 슬픕니다. 바닷가에서만 안 하면 될 불꽃놀이는 아니니까요.

 

.. 우리가 사용하고 버린 생활용품이 모래톱이나 갯벌에 더 깊이깊이 박혔다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언젠가 유물로 발견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 마구 쓰레기를 버려대면 아마 여기저기 썩지 않는 유물로 가득한 유적지가 너무 많아서, 우리 후손들에게는 더 이상 보존하고 지켜야 할 소중한 유적이 아닌 몰상식한 선조들의 더러운 쓰레기더미로 눈총을 받을 것이 뻔하다 … 이곳의 어민들은 돈을 받고 하는 일이 아니다. 스스로 자신의 삶의 터전인 바다를 가꾸고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오래오래 후손들까지 안정적으로 고기잡이를 할 수 있는 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동참하는 것이다 .. (81, 82, 87쪽)

 

 

 구멍가게에서 맥주 한두 병 사다 마시면서, 맥주 겉에 붙은 종이딱지를 살며시 뜯어내어 말리곤 합니다. 하루쯤 두면 빳빳하게 되어 책갈피로 쓸 수 있거든요. 동네 마실을 하면서 자동차 앞유리에 끼워진 광고쪽을 빼들거나, 전철 광고판에 꽂힌 또다른 광고쪽을 빼내어 책갈피로 쓰곤 합니다. 모두 쓰레기가 되어 길바닥에 나뒹굴게 될 일을 생각하면, 한 장이라도 덜 쓰레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손전화값 알려주는 청구서가 오면 알맞게 잘라내어 책갈피로 씁니다. 잘 갈무리를 해 둔 다음, 나중에 아이하고 종이접기를 할 때 써도 되고요.

 

 요즈음 세상은 우리 스스로 쓰레기를 안 만들려고 애써도 어쩔 수 없이 쓰레기가 나오고 넘치고 널립니다. 이런 세상에서 한 사람 움직임은 그저 나비 팔랑거림밖에 안 된다고 느껴지지만, 그래도 한 목숨 살아가면서 조그맣게나마 몸부림을 치면서 살고 싶고, 이렇게 몸부림을 치는 동안 제가 바라보는 길과 제가 걷는 길을 좀더 곰곰이 되짚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든 저는 이 나라를 망가뜨리고 싶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돈을 벌고 쓰면서 살아야 할 테지만, 돈에만 매이지 않을 생각입니다. 착한 돈은 50만 원 겨우 벌 수 있다면 50만 원만 벌고, 50만 원도 못 벌게 된다면 못 벌면서 살림을 꾸릴 생각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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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간 플라스틱 - 쓰레기와 떠나는 슬픈 항해

홍선욱.심원준 지음, 지성사(2008)


태그:#생태환경, #환경책, #책읽기, #바다쓰레기, #환경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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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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