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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행정안전부가 국가인권위원회에 30% 인력감축안을 통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인권위 내부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번 감축안은 단순히 국가기관 살빼기가 아니라 정권 출범 초기부터 계속된 '인권위 흔들기'라는 게 인권위 관계자들의 인식이다.

 

한 관계자는 "행안부가 일방적으로 인권위 직제를 개정한다면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고 규정한 인권위법 위반"이라면서 "이는 전례 없는 쿠데타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행자부는 "20명 증원하라", 행안부는 "62명 줄여라"

 

행안부가 30% 인력 감축안을 내놓은 것은 지난달 22일. 행안부는 현행 5국 22과 체제를 3국 10과로 줄이고 지역사무소도 폐지해 정원을 208명에서 146명으로 감축하라고 인권위에 통보했다.

 

애초 '절반 감축안'을 주장하던 행안부로서는 한발 물러선 셈이지만 인권위로서는 '수용 불가'다. 4국 19과 체계로 지역사무소도 유지하면서 인원은 축소하지 않는다는 것이 인권위 측 개편안이다.

 

양쪽의 실무협의는 계속되고 있지만 의견 차이는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행안부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3월부터는 행안부 권한에 따라 인권위 직제 제정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인권위 측은 "오히려 증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맞서고 있다. 인권위 출범 초기인 2002년보다 진정건수가 2배 늘어나고 민원건수가 10배 늘어나는 등(2007년 통계 기준) 인권 수요가 늘어났지만, 인력은 고작 6명만 늘어났다는 것이 인권위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외부 용역 조직진단 결과 인권위에는 23명의 인원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 전신인 행자부도 지난 2007년 10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자 20명 증원을 인정해 이에 따른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2008년, 행안부는 "정부인력의 효율적 운영"을 이유로 증원을 불인정한다고 인권위에 통보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행안부 안대로 인원을 줄이면, 진정 사건 처리에 드는 시간도 길어지고 광우병 촛불집회 등 대규모 사건에 특별조사관을 내보내는 것도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행안부 사회조직과의 한 담당자는 "인권위가 독립적 국가기구라고 해서 인사·예산의 독립성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비효율적 조직은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인권국, 국민권익위원회 옴부즈맨 제도 등과 인권위의 기능이 중복되고 정책·교육업무에 인력이 지나치게 많이 배정됐다는 주장이다.

 

이 담당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인권위 실무자와 협의했는데 아직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다, 개편안이 확정되지 않으면 인권위 조직도 불안정해지니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면서 "2월까지 협의를 해보고 3월부터 직제 제정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 "전례 없는 쿠데타적 발상"

 

인권위 독립성 문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부터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1월 대통령인수위는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전환하는 내용의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가 인권위는 물론 국내외 인권단체가 반발하자 이를 철회했다.

 

그 뒤 정부 여당은 제성호 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를 인권대사로 지명했고, 한나라당 비례대표 신청을 했던 김양원 목사, 한나라당 윤리위원 출신 최윤희 교수를 인권위원에 임명했다. 특히 최 교수는 공안검사를 지낸 전력까지 있어 자격시비가 붙었다.

 

결국 인권위는 지난 1월 올해 업무계획 중 하나로 내부 '독립성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가기구인 인권위는 국민 여론을 등에 업는 것 이외엔 정부 여당에 대응할 만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


태그:#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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