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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39계단> 임영조 협력연출
 연극<39계단> 임영조 협력연출
ⓒ 에이콤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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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2월 21일(토) 지난해 영국, 미국 그리고 한국을 거쳐 홍콩까지 입성한 2008년 웨스트엔드, 브로드웨이 최고의 히트작 연극<39계단> 동숭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립니다.

그 전에 영국 오리지널보다 더 재미있고 유쾌한 39계단을 만들기 위하여 고생하고 있는 한국 Creative Team의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2008년 영국 협력연출 캐롤라인과 함께 연극<39계단>을 책임졌던 임영조 연출이 2009년에는 그가 재창조해내는 연극 <39계단>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해주셨습니다.


Q. 대체 <39계단>은 무얼 뜻하는가?


39계단?!
 39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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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계단>은 국가 기밀 정보를 수집하여 해외로 빼돌리는 스파이 조직의 핵심 요원을 지칭하는 호칭으로 극중에선 조던 교수라는 캐릭터만이 유일한 <39계단> 요원입니다. 불행히도 조던교수가 죽더라도 다른 <39계단> 스파이들이 남아 있으니 우리는 언제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지요. 어느날 갑자기 낯선 남자나 여자가 이유 없이 다가와 당신 집에 같이 가고 싶다고 말한다면 먼저 물어보세요. 홍어 좋아해요?

Q. 극 중 기차장면에서 보면 역할 바꾸기에 정신없는 멀티맨들을 해니가 진정시키는 모습이 나온다. 마치 구경꾼처럼. 재밌으라고 넣은 설정인가?

연극 <39계단>은 4명의 연극배우가 히치콕의 영화 <39계단>을 보고 재미와 감동을 받아 연극으로 만든다는 설정을 기본으로 하는 연극입니다. 연극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리차드 해니 역을 맡은 배우가 연출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약속한 상황을 넘어 연기할 경우 제재를 가하게 됩니다.

극 중 기차장면에서 멀티맨들의 역할 바꾸기도 약속한 이상의 체인지를 시도했기 때문에 해니역을 맡은 배우가 이에 제재를 가하는 것이죠. 물론 이러한 상황도 미리 계획된 장면들이에요. 그리고 ‘연극을 하고 있다’라는 기본 설정은 배우들 뿐만 아니라 스태프들에게도 적용이 되죠. 예를 들어 전화벨이 약속한 상황에 울리지 않아 해니가 “전화벨이 울리네요”라고 하면 전화벨이 울린다거나, 안개를 표현하기 위해 준비한 포그를 뒤늦게 분사하는 행위들이 모두 이 설정의 영향을 받는 의도된 스탭들의 실수 장면들이에요.

특히 공연을 끝까지 보신 분들은 아시게 되겠지만 극이 정점에 달했을 때 멀티맨2 역할을 맡은 배우의 쿠테타(?)를 통해 관객에게도 ‘연극을 하고 있다’라는 설정이 직간접적으로 공개가 되지요. 눈치 빠르신 분들은 바로 웃음이 터지실 거고, 조금 느리신 분들은 한 박자 늦게 웃으시게 될 겁니다. 옆사람 웃는다고 무턱대고 웃지는 마시고.....^^

Q. 대체 런던과 뭐가 다른가?

연극 39계단  영국 공연사진
 연극 39계단 영국 공연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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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크게 다른 건 한국말로 공연합니다. 간혹 오리지널팀의 내한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캐스트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다는 점 말고는 한국 공연이 훨씬 재밌습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비행기표, 숙박비 생각하면 같은 값에 엄청난 퀄리티의 공연을 보시는 겁니다.

오리지널 컨셉과 뭐가 다른가를 찾으려 노력하시기 보다는 <39계단>이라는 영화를 연극으로 만들 때 어떤 아이디어들이 작렬했는지를 찾으시는 게 더 재밌게 보실 수 있는 방법입니다. 물론 영화 <39계단>을 못 봤다고 해서 절대 걱정하지 마세요. 연극 보시고 영화 보시면 더 놀라실 겁니다. ^^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연극이니까요!!!

Q 각색할 때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영국사람이 아니라서 제일 어려웠습니다. ^^; 낯선 지명이나 사람 이름,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문화적 관습들을 익숙하고 친숙한 표현으로 각색하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어요. 대표적인 예로 ‘해덕’이라는 대구류의 흰살 생선 대신 ‘홍어’라는 음식을 선택한 것이었어요. 영국 공연에서는 주인공 해니가 스파이 애너벨라에게 ‘해덕’을 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해덕‘은 대구보다 질이 낮은 생선이거든요. 그래서 영국사람들은 손님접대용으로 ’해덕‘을 권하는 것을 좀 민망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해덕’이라는 생선은 아주 생소한 음식이거든요. 더군다나 손님에게 잘 권하지 않는 생선이라는 것을 아는 분들은 정말 극소수일 겁니다. 그래서 너무너무 한국적이긴 하지만 먹기 힘들고, 처음 만난 여성에게 권하기에는 부절적한 ‘홍어’를 사용해 비슷한 효과를 내보려고 했습니다. 그것도 삭힌걸로!!

Q 캐스팅은 만족스럽나? 어떤 <39계단>을 예상하는가?

연극 39계단 배우들.  박해수, 이석준, 정수영, 임철수, 홍태선(왼쪽부터)
 연극 39계단 배우들. 박해수, 이석준, 정수영, 임철수, 홍태선(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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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씀드리는게 낫겠네요. 넘치는 창의력 결승석준, ‘으르렁’ 예쁜 미소수영, 모찌코 40대 헤어해수, 초특급 AAA형 아랍태선, 나날이 진화하는 원숭철수. 우리 모두가 기대하는 반응 “쟤들 뭐니!!!”

Q 멀티맨들이 화제였다. 이들의 역할 포인트는 무엇인가? 어떤 점을 중점으로 봐야 하나?

08년도 연극 39계단 멀티맨 권근용, 김하준
 08년도 연극 39계단 멀티맨 권근용, 김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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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멀티맨의 핵심은 변신입니다. 중요한 건 변신의 핵심이 무엇이냐는 것이죠. 열 사람 같은 한 사람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이 열 사람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바로 포인트입니다. 한 사람의 배우가 열 가지 캐릭터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재현해 가는 개념인데요. 배우가 캐릭터를 제시하면 웃음을 주긴 하지만 감동과 놀라움을 주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하지만 배우가 캐릭터를 재현해 내는 순간을 보시게 되면 감동과 놀라움을 경험하게 되실거구요. 웃음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될 거예요. 멀티맨들이 순식간에 캐릭터를 바꾸며 재현해내는 순간을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Q 가장 연습하기 어려웠던 장면?

사실 장면 연습보다는 모든 등장인물이 이중연기를 해야한다는 점이 힘들었어요. 모든 배우에게 배우라는 캐릭터가 기본적으로 주어져 있고요, 그 배우 캐릭터가 연기하는 <39계단> 영화 캐릭터들이 있지요. 그러니까 주인공 해니도 엄밀히 말하면 1인 2역을 하게 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기차장면에서 멀티맨들이 역할 바꾸기에 심취해 약속 이상의 체인지를 하면 연출자로서의 해니가 다른 배우들을 통제합니다. 이때 해니는 해니역을 하고 있는 배우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머지 3명의 배우들도 마찬가지로 배우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그 배우 캐릭터가 다시 <39계단> 영화 캐릭터를 연기합니다. 이러한 이중적인 장치를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연습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

히치콕
 히치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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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계단>은 상상의 계단입니다. 상상은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지요. 두 시간 동안 함께 상상하세요. 행복해집니다. 참고로 영화감독 히치콕은 자신의 작품에 깜짝 출연을 합니다.

우리 연극에도 히치콕 감독이 깜짝 출연을 합니다. 어디에 출연했는지 찾아보세요. 행복해집니다. 연극을 사랑하시는 관객여러분 행복하세요!!

덧붙이는 글 | 장병욱 기자는 연극 <39계단>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연극, #39계단, #히치콕, #임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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