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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08년 9월 1일 에콰도르로 출발

 

볼리비아 라파스에서 가짜 경찰관 일당을 만나 8월12일에 고스란히 2100달러나 뺏기고 카드까지 정지되고 난 뒤 당분간 국경을 넘는 것은 피하려고 했는데 한 달도 채 안 되어 에콰도르를 방문키로 했다. 집에 있던 자전거 여행자가 페루에서 3개월 체류가 끝나 도장을 찍기 위해 나간다고 하기에 같이 가볼까 하다가 그예 따라나선 것이다.

 

기실 중남미 전체를 거의 혼자서 헤집고 다니다보니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것에서는 다소 해방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둘이 다니는 것은 상당히 유익했다. 그는 영어와 중국어가 되고 에스빠뇰은 내가 라틴에서 몇 달 더 살아 의사소통이 그나마 나아 이렇게 상호보완해가면 될 것 같았는데 예상을 깨지 않았다.

 

페루 리마에서 9월 1일 오후 3시 반 Flores 차를 타기 전 살가이 지내는 옆 버스회사 Cromtex 매표소직원들에게 김기덕 감독의 <빈집>을 선물했더니 반색을 하며 전에 선물한 <태극기 휘날리며> 영화가 너무 재미있다고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버스에 올라타니 긴 시간 심심치 말라고 의례히 틀어주는 DVD만 내리 3편이지만 대부분 내가 본 것들이다. 제일 앞자리에 앉아 시야 확보는 잘 되었지만 선팅을 한 데다 해안과 사막이 연한 지대는 마침 안개, 는개, 이슬비로 인한 흐릿함의 강약연속이라 앞자리에 있는 장점이 적었다.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즐거운 기대감은 바로 회사마다 다른 서비스의 식사인데 저녁은 당연히 차내식으로 제공되었다.

 

나) 9월 2일 화요일

나 1>길거리표 먹거리와 페루 전통식 날해물 세비체

 

10시쯤 Tumbes(뚬베스)에 도착하였으니 18시간 조금 더 소요된 것 같다. 아침을 차내식으로 간편히 커피와 비스켓류로 때웠지만 더운 나라답게 곳곳에서 맞아주는 노상 생과일 쥬스 판매원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한잔씩 청해 마셨다. 위생상태로 따지면 대장균 걱정이 앞서지만 이거저거 따지면 예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여러모로 제한될 것 같아 그쯤 무시하고 시원히 들이키며 해갈하였다.

 

 

시간이 어중간해 아침과 점심 겸용으로 터미널 뒷켠에 있는 세비체집에 들어섰다. 사실 11시 이전이라 문을 연 가게들도 거의 없었고 있어도 12시나 되어야 가능하다고 해 그냥 나왔었는데 보통 이 페루식 회는 아침에 먹는 전통이라 그런지 문도 열려져 있고 사실 더 찾아봤자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날생선이라는 것으로 보면 우리 회와 동일히 연상할 사람도 많지만 레몬즙에 절여 만드는 것으로 초식자인 우리 비위에는 아마도 안 맞을 수 있다. 무엇보다 위에 언급한 대로 바닷가와는 떨어진 곳일수록 신선도도 낮아 찜찜하게 시도하다 보면 배탈이 날수 있으니 주의하자.

 

 

식당의 10살짜리 여자애가 귀여워 사진을 같이 찍었다. 근데 살갗에 닿는 감촉이 거치르다 싶어 녀석의 팔을 보니 웬만한 성인남자보다 털이 많아 보인다. 저것도 후일 외모에 눈을 뜰 때쯤 괜한 열등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쓸데없는 걱정까지 오지랖넓게 해본다.

 

 

나 2>태극기와 한글 티셔츠

 

라틴중 남미는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광장, 그것도 군대의 집결을 위한 Plaza de Armas란 이름의 구심점을 축으로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멕시코를 포함한 중미에서는 이 명칭으로 길을 물으면 고개를 모로 젖는데 아마도 스페인군대중 남미쪽 피사로의 정복군들이 훨씬 호전적이어서 도시문화 자체나 명칭마저도 이런 식으로 뿌리 내린 것은 아닐는지.

 

거기에는 또 반드시 그 도시를 상징하는 대성당들이 위치해 있어 과거 스페인 군인들의 관점과 방식을 자연스레 알 수 있는 곳들이다. 아무리 작은 읍단위 마을도 예외가 없어 여기에서도 먼저 이곳을 찾아 사진을 찍었다. 물론 몇 번이나 국경을 통과하기 전에 들렀던 마을이지만 직접 중심가를 걸어서 찾아오기는 처음이다.

 

 

광장 무대는 올 2009년 3월 중 금요일밤 저곳 광장에서 상설로 진행되는 공연에 내가 개인적으로 찬조공연을 하기로 한 곳이다.

 

 

“형님, 저기 웬 태극기가 찍혀 있을까요?”

“응, 어디어디?”

 

관광안내문 태극기를 보니 KOICA 멤버중에 관광요원이 있다는 소릴 들은 것 같은데 바로 그들의 업무중 하나의 결과물이 아니었나 싶다. 그것을 더 확인시켜준 것은 국경넘는 버스회사의 안내판과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도 이런 똑같은 형식을 접할 수 있다. 다만 한국과 페루 공동의 국기가 들어갔으면 모양새가 맞을 법한데 한쪽은 태극기, 한쪽은 페루 소도시를 상징하는 문양으로 대치되어 있어 급이 다소 안 맞는 것 같다.

 

내가 한국 사람 입장에서도 그런 생각이 드는데 혹여 다른 페루아노가 의문을 제기해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2009년도에 출입국사무소를 보니 그 위치에 자신들 다른 안내문을 걸어놓아 이 관광안내판 상당 부분이 겹치게 되어 있다. 의도적으로 그런 건지 아니면 그 자리가 포인트가 되는 자리라서 급한 공고문을 거기다 부착했는지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국경을 통과하는 의례때 대기하고 늘어선 서양 여행객 중에 한글과 한문으로 안전지대라는 티셔츠가 보여 본능적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지만 흔들림이 심하여  바로 삭제를 해야 했다. 이래저래 태극기와 한글을 페루 최북단 도시에서 마주치니 기분이 좋다.

 

근데 여기서 또 다른 한국 관련 이름들이 보인다. 코리아 모터라? 여기서 모터는 자동차가 아닌 원동기를 말하는데 물론 미리 짐작들 하겠지만 당연히 중국제품인데 저런 이름으로 판매되어도 되는지 저윽이 우려감이 든다. 판매원이 직접 인정을 하였지만 다른 페루아노들에게도 순순히 한국이름만 도용한 제품이라 말할 건지 아닌지는 모를 일이다. 사실 이런 식의 가게나 영업현장들은 내가 확보한 것만 해도 상당히 많다.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곳곳에서 눈에 띈 것만 따로 모아 사진을 올린 적도 있으니까.

 

 

한국 이름을 내건 모터사이클은 올해 페루 윗쪽을 다녀오다 치클라요 밑의 샤냐유적지 원동기에도 코리아모터라고 붙여져 있어 이 제품이 여기까지 내려온 것인지 아니면 한국 이름을 도용한 것이 곳곳에서 성행되는지 실태는 잘모르겠다. 어쨌거나 이름만 코리아 모터바이크는 이 시내를 누빌 것이다. 중간에 서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고.

 

다>뚬베스는?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에콰도르를 거쳐가기 위한 최북단 소도시로 판 아메리카 도로가 해안선을 따라 쭉 위아래로 연결된 곳이다. 프란시스코 삐사로가 남미를 들어올 때 제일 먼저 이쪽 항구를 통해 들어왔다는데 그의 이름을 딴 항구와 작은 강이 바로 근교에 위치하고 있다.

 

근교에는 정글과 해안 등 다양한 자연생태체험을 할 곳들이 많은데 삐우라 가는 길에 위치한 망꼬라는 그중 남미에서도 꽤 알려진 해수욕장이라 타국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오는 곳이다.

 

 

보통 남미에서 보이는 동상은 거개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지만 나란히 비중을 차지한 동상들은 피사로와 대칭대는 라틴의 해방자 볼리바르와 아르헨티나의 산마르틴일게다. 우리가 방문할 에콰도르 과야킬에도 독립영웅인 두 거인의 만남을 기념하는 조각상이 있지만 남미의 침탈과 독립의 역사는 이곳 뚬베스에서 상징적으로 재현되는 것 같다.

 

자, 이제는 에콰도르로 넘어가볼꺼나.

덧붙이는 글 | 문화의 레일 / 관계의 레일   Rail Art 박우물  http://blog.daum.net/railart/


태그:#페루 뚬베스, #국경넘기, #태극기와 한글, #아르마스 플라사, #라틴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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