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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에게 책 읽기는 '학습'이 아닙니다. '놀이'죠. 재밌는 놀이. 아이들 책 읽는 걸 보면 정말 즐겁게 읽어요."

 

금지(9·화순초교2)와 윤재(8·화순초교1), 연년생 남매와 함께 날마다 '책읽기 놀이'를 즐기는 맞벌이주부 오정숙(41·전라남도 화순군 청풍면 세청리)씨의 얘기다.

 

농촌 마을의 보건진료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녀의 아이들과 함께하는 책읽기 놀이가 눈길을 끈다. 직장일과 살림살이만으로도 버거운 맞벌이 주부이면서 아이들의 독서교육까지도 척척 잘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어주던 오씨는 틈나는 대로 아이들과 함께 책을 보고 줄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책 내용을 토대로 아이들과 역할놀이도 즐긴다. 신문을 오려붙여 테마신문을 만드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책과 신문 보는 것을 아이들이 놀이삼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셈이다.

 

지금은 '으뜸맘'으로 소문이 나있지만 그녀가 애초부터 아이들의 훌륭한 독서선생님이었던 건 아니다. 여느 맞벌이 주부처럼 자신의 존재를 잊고 일과 아이들에 치여 살며 힘들었다.

 

 

"아이들이 서너 살 때였을 거예요. 책을 읽어 주기 시작했었죠. 다른 게 있었다면 이왕 하는 것, 즐겁게 해주자고 마음먹었다는 것뿐입니다. 책읽기 놀이를 시작한 셈이죠."

 

오씨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저녁식사 이후. 그녀는 물론 유치원 종일반에 다녔던 아이들도 모두 피곤할 시간이었지만 함께 책을 읽었다. 한두 번 읽어주자 아이들은 날마다 읽어달라고 졸랐다.

 

아이들이 혼자서 글을 읽게 된 뒤로는 따로 책을 보고, 책 내용과 관련된 그림을 그리고 역할놀이도 했다. 금지와 윤재도 재미있어 했고 그녀 자신도 뿌듯했다. 아이들이 책 읽는 재미에 빠지면서 엄마의 퇴근시간을 손꼽아 기다렸다.

 

"엄마가 책을 읽어주고 또 같이 책을 보다보니 아이들도 '엄마와 함께 놀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았습니다. 엄마한테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행복해 하기도 하구요."

 

 

아이들은 책 한 권을 사다주면 한번 보는 걸로 끝나지 않았다. 같은 책일지라도 보고 또 봤다. 그때마다 아이들은 상상의 나래를 펴며 동심을 쑥-쑥- 키워갔다. 부모로서 흡족한 것은 당연지사. 책을 사더라도 본전을 뽑았다는 생각에 아깝지도 않았다.

 

책을 읽은 다음에는 아이들의 뒷얘기를 모두 들어주는 것도 엄마의 몫이다. 책의 줄거리를 제대로 파악했는지 확인하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아이들은 앞 다퉈 책 내용에 대해 조잘댔다.

 

신문 읽기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 가운데 하나. 일기 쓸거리가 부족할 땐 신문에 나온 관심사 하나를 오려 붙이고, 주제를 하나 정하고 그 내용을 오려 테마신문을 만드는 것도 재밌는 놀이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신문'을 만든데 이어, 최근 지방신문을 활용해 화순지역 소식을 엮은 '고인돌신문'을 만든 것도 이의 일환이다.

 

오씨 가족의 책읽기는 주로 거실에서 이뤄진다. 텔레비전과 소파를 치우고 책으로 진열된 거실은 아이들에게 훌륭한 독서실이자 놀이방이 됐다. 늘 책이 눈에 보이고 손만 뻗으면 책이 닿으니 아이들도 좋아했다. 밖에 나갈 때도 책을 한두 권씩 챙겨가지고 나갔다. 여느 집안처럼 텔레비전 소리가 흘러나오지 않는 거실은 책장 넘어가는 소리만이 정적을 깰 뿐이다.

 

 

"그날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또 역할놀이를 하다보면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루 동안 쌓인 피로도 말끔히 풀리는 기분이죠."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날마다 아이들이랑 놀아주고 얘기를 들어주는 게 피곤하지 않냐는 물음에 대한 그녀의 대답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은 이들 남매의 단골 출입처가 됐다. 매주 한두 차례씩은 찾는다. 금지는 지난번 겨울방학 때만도 100권 넘게 책을 읽었다. 지금까지 본 책 가운데서 〈마법의 시간여행〉이 제일 재미있었단다. 윤재는 〈보물찾기 시리즈〉와 〈메이플 스토리〉를 꼽았다.

 

"지금까지 볼 수 없는 것을 마음껏 상상하고, 또 아는 것이 많아지니까 책 읽는 게 재밌어요. 수업시간에 발표도 많이 할 수 있고요. 또 괜히 공부도 잘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딸 금지의 얘기다. 지난해 2월 유치원 졸업기념으로 문집 〈나비야! 오너라〉를 냈던 금지는 올해 두 번째 문집도 내고 싶단다. 평소 글쓰기를 열심히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난과 짱구, 도라에몽을 좋아한다는 아들 윤재는 "초등학교에 들어갔으니 책을 더 열심히 보고, 많은 친구들을 만나서 신나게 놀고 싶다"고 했다.

 

"나들이 길에 아이들이 한마디씩 내뱉는 말에서 깜짝깜짝 놀라요. 아주 오래 전에 봤던 책의 내용을 이야기하고 또 연계를 시키더라구요. 학교생활은 물론 나중에 커서 사회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금지와 윤재가 지금처럼, 앞으로도 책 많이 보면서 발랄하게 커줬으면 좋겠습니다."

 

두 아이의 사이에 껴서 조잘대는 이야기를 다 들어주며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엄마 오씨의 소망이다.

 


태그:#오정숙, #금지와윤재, #으뜸맘, #세청보건진료소, #화순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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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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