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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민
 성태민
ⓒ 박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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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다른 영역에 비해 유독 언어영역 점수가 잘 나오는 친구들이 있었다. 딱히 실력이 뛰어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늘 최상위권 점수를 독식했다.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그들은 늘 이렇게 답했다.

"글쎄…. 평소 판타지 소설을 많이 읽어서 그런가?"

중세시대, 드래곤, 아이템, 기사, 마법사 등의 용어가 주를 이루는 소설. 작가가 창조한 가상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조금은 허무맹랑(?)한 이야기. 흔히 말하는 판타지 소설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가장 큰 무기가 되는 소설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판타지 소설은 그리 큰 인기나 명성을 얻지 못하는 현실이다. 독자는 주로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마니아 층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으며, '도움 안되는 시간 잡아먹는 소설'이라는 인식도 팽배하다. 문학계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은 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 지역에 판타지 소설 작가가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것도 고등학교 때부터 책을 출판했다고 한다. 누굴까? 가상세계를 창조하고 용을 만들고 마법을 부리는 주인공을 만들어 내는 그는 누구일까? (설마 날개가 달려있진 않겠지?)

<힐름>과 <무림정령사>의 저자 성태민 작가를 만나 그가 펜을 든 까닭을 들어봤다. 올해 군대에서 전역했다는 그는 날개도 없고 마법도 부리지 못하는 아주 평범한 학생의 이미지였다.

"내가 더 잘 쓸 수 있을 거 같았다"

학생들이 보통 판타지 소설을 처음 접하는 시기는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옆에서 보고 있는 친구 따라 읽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태민 작가 역시 중학교 3학년때, 학교와 학원에서 친구들이 읽는 것을 보고 처음 판타지 소설과 인연을 맺게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책을 출판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원래는 주로 게임을 좋아했어요. 주로 RPG(롤플레잉게임)를 많이 했는데, 사실 이 게임이 판타지 소설을 기반으로 한 게 많았거든요. 게임 탓인지 한두 번 읽어 본 소설이 재미있게 느껴졌고, 그래서 그 후에는 계속 읽게 됐습니다"

성 작가가 처음 읽은 판타지 소설은 '차원 이동'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가능성을 연 사이케델리아. 그간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정통 판타지가 대세였다면, 이후에는 각종 퓨전판타지가 선보이게 됐다. 때문에 나름 선구적인 작품이라 볼 수 있겠다.

"대부분 작가가 그렇겠지만, 책을 읽다보면 나라면 더 이렇게 썼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더 재미있고 더 기발한 발상이 떠오르는 거죠. 저 역시 기존 작품을 조금 더 재미있게 써보자는 생각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고1때 연재를 시작한 성 작가는 주로 노트에 소설을 쓰며 친구들에게 보여줬다. 이들의 반응은 괜찮았다. 빨리 다음편을 보고 싶다며 연재를 독촉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노트에 연재하던 소설은 결국 인터넷 소설 연재사이트에 올라가게 됐다.

공부, 소설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성태민 작가가 출판한 책들
 성태민 작가가 출판한 책들
ⓒ 박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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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3때였습니다. 제가 글을 올린 인터넷 사이트의 경우 추천수와 조회수로 인기 순위를 매기는데, 상위 50위 까지가 보여집니다. 여기 올라가는 인기 소설의 경우엔 출판사에서 제작 의뢰가 들어오는데 저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쳤죠."

성 작가는 실감이 안났다. 한참 공부해야 할 고3이었다. 그런데 책을 내자는 의뢰가 들어왔다. 단순한 자기만족에서 펜을 들었는데, 인기를 끌었고 돈까지 벌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성인이 아닐 경우 출판을 하려면 부모님 동의가 있어야 되더라고요. 고3이라는 민감한 시기에 부모님 허락 받기도 쉽지 않았죠. 다만, 학업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는 약속을 부모님께 드리고 책을 내기로 했습니다."

그해 7월, 성태민 작가는 그의 첫 작품인 <힐름>을 펴내기에 이르렀다. 신인작가의 작품 치고는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약 3천 5백부가 나갔고, 성작가는 권당 180만원씩 7권, 총 1천200여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학생 신분으로는 만지기 어려운 돈을 손에 쥔 성 작가는 받은 돈 모두를 부모님께 드렸다고 전했다.

"판타지 소설 인식 바뀌었으면…."

그로부터 1년 뒤, 성 작가는 다시금 <무림정령사>를 출판했다. 이번에는 권당 280만원씩 5권, 1천4백여만 원의 인세를 거둬들였다. 책도 약 3천부 이상 나가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

<무림정령사>를 출간한 성 작가는 이듬해 군대에 갔고, 올해 전역했다. 그는 현재 군대에서 구상한 두 편의 작품을 출간할 계획이다. 하지만 판타지 작가를 전업으로 생각하는 정도는 아니며, 앞으로의 꿈은 최근 관심을 갖게 된 광고기획 쪽이다.

"사실, 판타지 소설을 내게 된 것도 우연한 기회였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책을 쓸 계획은 아니에요. 무엇보다 판타지 소설 시장이 워낙 어렵고, 또 저는 저대로 하고 싶은 게 있기 때문이죠."

비록 자신이 전업으로 생각하는 분야는 아닐지언정 성 작가는 판타지 소설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우 협소한 시장과 불법다운로드로 인해 생계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 분야도 사서보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어요. 판타지라고 해서 다 나쁜 게 아니고(그는 이 부분에 있어 물론 말도 안되는 억지 소설도 있다고 인정하긴 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소설들이 많거든요. 우리나라에서 헤리포터같은 작품이 나오기 위해선 판타지를 나쁘게 보는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할 거 같아요."

지금까지 그저 평범하게 공부하며 살아왔다는 성태민 작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그는 판타지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예전의 소심한 성격을 바꿀 수 있었다고 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 씩 공상(空想)에 빠져든다는 그의 다음 작품과 또 훗날 그가 만들어낼 광고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판타지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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