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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속에 취업의 관문을 돌파하려는 지금의 20대는 '인턴세대'다. 기업인턴, 행정인턴, 청년인턴, '알바'형 인턴부터 '취업 보장'형 인턴까지 다양하다. 그 어느 때보다 인턴세대의 고민이 깊다. 어둠의 터널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겨울 가뭄에 목이 타 들어갔던 일부 지역 주민들처럼 숨이 턱턱 막히는 '취업란'에 직면해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인턴세대의 명암' 기획을 연재한다. 이 기획시리즈에서는 다양한 인턴들의 고민과 전문가들의 조언, 인턴제도의 장·단점 등을 두루 살펴본다. [편집자말]
주덕한 전국백수연대 대표.
 주덕한 전국백수연대 대표.
ⓒ 권박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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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백수가 돼서 가사 돌보미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1998년에는 온라인모임 전국백수연대를 만들었다. 2004년 홍사덕 의원이 "촛불시위에 나오는 젊은이들은 직장이 없을 것"이라고 발언하자 국가인권위에 인권침해 진정서를 냈다. 2006년 전국백수연대를 정식 민간단체로 등록시키고 실업극복국민재단 희망청 센터장이 됐다. 요즘은 취업취약계층 청년들을 지원하는 노동부 뉴스타트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원조 백수' 주덕한 대표 이야기다.

<오마이뉴스>와 만난 주덕한 전국백수연대 대표는 "청년실업은 개인의 능력문제가 아니라 일할 수 있는 '권리'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에게 "청년들과 사진 찍는 것은 좋아하지만 지속적으로 대안을 만들지 않는다, 당의 핵심공약인 청년실업 해소 정책도 잘 모르더라"고 쓴소리를 냈다. 청년인턴제에 대해서도 "채용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애초 취지인데, 임시직으로만 활용하려면 다른 이름을 붙여라"고 일축했다.

2월엔 말 잘하더니 3월엔 인터뷰 거절, 왜?

13년을 백수로 지낸 달인으로서, 새내기 백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자기 기획을 갖고 좋아하는 분야에서 경력을 만들어라, 그리고 백수라는 것에 위축되지 말고 인간관계를 넓혀라, 백수일수록 연애하라"는 것이었다.

주 대표 인터뷰는 지난 4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의 한 건물 로비에서 약 두 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인터뷰에 들어간 비용은 단돈 2450원. 근처 공공기관 구내 할인매점에서 빵과 음료수를 사왔기 때문이다.

주덕한 전국백수연대 대표.
 주덕한 전국백수연대 대표.
ⓒ 권박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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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실업이 사회의 큰 화두다. 백수들이 많이 늘었다.
"재미있는 게 방송국이나 신문사에서 회원들 섭외해달라고 하는데, 2월에는 나가서 말 잘하던 친구가 3월이 되면 인터뷰 안 하려고 한다. 언론에 '대학 4학년'이라고 나가는 것과 '무직'이라고 나가는 게 다르기 때문이다. 실업문제는 당사자가 알아서 대처하기 어려운데도, 다들 너무 위축돼서 자기 목소리를 안 내려 한다.

우리에게는 일할 수 있는 '노동의 권리'가 있는 것 아닌가. 프랑스에서는 실업대책 제대로 만들라고 청년 수십만 명이 시위하는데, 한국에선 개인의 능력 문제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대학 총학생회가 불러서 토론회에 가보면 50명 정도 와 있는데 대부분 학생회 간부들이고 일반 학생 거의 없다. 토익 공부해서 스펙 올려야 할 시간에 토론회 오기 아깝다는 것이지."

- 10년 전과 지금, 백수들의 성향이나 의식을 비교해보면 어떤가?
"IMF 때는 희망이 있었다. 지금은 힘들어도 다시 좋아질 거라고들 생각했다. 정부 정책을 믿어보자고 금반지도 내고…. 지금은 3년 뒤 뭐하고 있을까 생각할 때 답이 안 나온다. 직장인들도 불안하다. 백수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 일본 백수들도 그렇더라. 예전에는 프리터(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고 남는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사람들)족은 자기 꿈이 따로 있고 생계수단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지금은 단지 취업을 못해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 취업하려면 눈높이를 낮춰야 하나?
"눈높이, 지난 10년 동안 들었던 얘기다. 한 측면에서는 세대차이다. 누구나 논밭에서 일하던 1960년대나 고도성장기였던 1970~80년대를 기준으로 보면, 일을 안 한다는 것을 이해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가 바뀌었다.

아무 데나 취업하라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비합리적이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데 개인도 몸값 높일 권리가 있는 것 아닌가. 대학생 한 명 졸업하려면 학원 보내고 등록금 내고 자격증 따고 투자한 돈은 굉장히 많다. 그리고 나서 80만원대 일자리 갈 수 있나.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가는 경우도 거의 없는데, 당장 주거비에 이후 결혼비용·교육비…. 전망이 안 보이는데 눈높이 낮추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10년 뒤에 그 사람 인생 책임질 수 있나."

"청년인턴, 다른 이름을 붙여라"

"대한민국은 백수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백수 공화국이다."
ⓒ 부산청년희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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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간 청년실업정책을 지켜봤을 텐데 어떻게 평가하나.
"정치하시는 분들이 이 문제에 관심은 있는데 대안 만드는 노력이 부족하다. 진보든 보수든 비슷하다. 간담회에선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지속적으로 관심 갖는 정치인 한 명도 못 봤다. 2004년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 5대 핵심공약 중에서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예스프로그램이란 게 있었다. 그런데 선거 끝나고 만난 의원들 중 그걸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당황했다. 나중엔 내가 찾아가는 것도 귀찮아하더라. 청년실업자와 만나서 사진 찍는 것은 좋아하는데….

노동부 담당부서들은 바뀐 것 같다. 같이 얘기하자고 하고 제안해 달라고 한다. 아직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인턴제 바꾸려면 조사·평가 제대로 해서 보고서 내고 데이터 밝혀야 한다. '국민의 정부'도 '참여정부'도 안 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다."

- 청년인턴 등 지금의 실업정책은 어떻게 보나.
"지금 상황이 워낙 위기니까 실업률 방치할 수 없어서 임시로 만든 측면이 크다. 그런데 예산과 인력을 투입한 만큼의 효과는 없다. 차라리 그 예산을 통째로 청년층에게 나눠주는 게 낫다는 생각까지 든다. 인턴 자체가 채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본말이 전도됐다. 임시직으로 쓰려는 개념이라면 다른 이름을 붙여야지."

- 이제 갓 백수가 된 청년들에게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은?
"작더라도 자기 기획을 갖고 백수생활을 하라. 청중이 아닌 주최자가 되어 행사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누구나 생각하는 일자리나 스펙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살아남을 방책을 찾아보자. 이를테면 개를 좋아한다면 '개 탐정' 경력은 어떨까. 전봇대에, 강아지 사진 아래 '딸 잃어버렸어요' 적어놓은 전단 있지 않나.

백수도 연애해야 한다. 취업이 안 돼서 방황하다가 (위축돼서) 실연하는 백수들이 상당히 많다. 좋아하는 감정 억지로 끊고 스스로 고립될 필요 없다. 오히려 연애를 많이 해야 감정적으로 지원을 받는다. 인적네트워크도 많이 만들어라. 명함 만들어서 돌려라(실제로 주 대표는 하얀 손이 그려진 전국백수연대 대표 명함을 만들었다). 혼자 고민하지 말고 롤모델을 정해서 찾아가라. 그런 인맥이 만들어지면 아무래도 기회가 늘어난다."


태그:#인턴세대, #인턴, #주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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