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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 어렵고 가뜩이나 요즘은 익숙치않은 세로로 되어있어 읽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 장화홍련전 본문 글도 어렵고 가뜩이나 요즘은 익숙치않은 세로로 되어있어 읽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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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소설 장화홍련젼 중 첫 구절>

보통사람은 잘 읽기도 어려운 글귀이다. 이는 강독사들이 읽는 고담소설 책의 본문 내용 중 일부이다. 이 책에는 지금이 책에서는 보기 어려운 글씨들이 많이 등장한다.

가장 많이 쓰인 아래아(ㆍ)하며, 지금은 아예 쓰지도 않는 ㅅ과 ㄷ 자음이 같이 쓰인 ㅅㄷ 등 띄어쓰기에 맞추어 제대로 읽기도 어렵다. 게다가 요즘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세로형식으로 본문이 구성되어 있어 더욱 읽기가 까다롭다.

고담소설 강독사, 후진양성 어렵다

계룡시가 강독사 정규헌 선생의 목소리가 담긴 CD를 제작, 자료화함으로써 고담소설이 후세에 영구히 전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 고담소설 강독사 무형문화재 정규헌 선생 계룡시가 강독사 정규헌 선생의 목소리가 담긴 CD를 제작, 자료화함으로써 고담소설이 후세에 영구히 전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 장화홍련전 책자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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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글자도 어렵고 판소리와는 다르지만 판소리의 근본이 된 고담소설을 낭독하는 무형문화재인 강독사를 계승하려는 후계자들을 양성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고담소설에 음악성을 가미해 재미있게 읽어주는 '강독사'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지도가 낮다는 점 또한 후계자 양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의 경우 기능보유자인 선생이 사망할 경우 후계자가 없기 때문에 강독사라는 무형문화재 내용이 영구히 소멸되는 안타까운 사태가 발생해 전통 문화유산의 명맥을 이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강독사 기능보유자인 정규헌 선생 또한 "본인의 연령상 후진양성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기엔 신체적·정신적으로 애로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자료화 사업을 조기에 추진하여 줄 것"을 계룡시에 건의한 바 있다.

정규헌 선생이 지난해 3월 최홍묵 계룡시장으로 부터 무형문화재 제39호로 지정되었음을 인정하는 인증서를 수여받고 있다.
▲ 무형문화재 인증서를 받는 정규헌 선생 정규헌 선생이 지난해 3월 최홍묵 계룡시장으로 부터 무형문화재 제39호로 지정되었음을 인정하는 인증서를 수여받고 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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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연유로 계룡시가 계룡시의 유일한 무형문화재 제39호로 지정된 강독사 정규헌(73·엄사리) 선생의 목소리가 담긴 CD를 제작, 자료화함으로써 선생의 목소리를 영구히 보존할 수 있도록 자료화했다.

지난해 3월 충청남도로부터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정규헌 강독사는 그동안 관계기관에 후계자 양성의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호소해 왔으며, 계룡시는 선생의 어려운 점을 받아들여 나중에 후손들이 고담소설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그 명맥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선생의 목소리가 담긴 고담소설을 자료화하게 되었다.

CD는 두장으로 43분, 55분 분량으로 제작되었다.
 CD는 두장으로 43분, 55분 분량으로 제작되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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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의 CD에 98분의 분량으로 나누어 제작된 고담소설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고대소설 '장화홍련전'으로 정규헌 선생이 직접 강독한 목소리가 담겨져 있으며, 계룡시는 이를 200장 제작해 100장은 선생에게 홍보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증했고, 나머지 100장은 타 지방자치단체에 배부해 선생의 목소리를 알릴 예정이다.

계룡시 관계자는 "선생의 목소리와 함께 영상도 넣을 계획이었으나 예산부족으로 목소리만 담기게 돼 아쉽게 생각한다"며 "선생의 목소리가 담긴 CD는 책자와 함께 전국 주요기관 등 타 지자체로 보내 홍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규헌 선생, "고담소설 강독문화 널리 알리고 후손에게 전하기 위해 만들었다"

계룡시가 정규헌 선생의 목소리가 담긴 CD와 책자 200장을 제작했다. 이중 100장은 전국 주요기관 등 타 지자체에 보내 홍보할 예정이다.
▲ 정규헌 선생 자료화 계룡시가 정규헌 선생의 목소리가 담긴 CD와 책자 200장을 제작했다. 이중 100장은 전국 주요기관 등 타 지자체에 보내 홍보할 예정이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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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규헌 선생은 영구히 보존될 본인의 유작이 될 장화홍련전 책의 서문에서 '장화홍련전을 녹음하면서'라는 글을 통해 "고담소설을 읽을 때는 구성진 가락의 음악적으로 읽어 듣는 사람의 이해와 흥을 돋우어 슬픈 대목에서는 여기저기서 눈물을 훌쩍이기도 하고 기쁜 대목과 통쾌한 대목에서는 손뼉을 치고 탄성을 지르기도 하면서 밤을 지새우기도 하였다"며 고담소설의 매력을 피력한 뒤, "이와 같이 남이 읽어주는 소설에서 지식과 지혜를 얻어 비록 글은 몰라도 무식하지는 않아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이웃간에 신의와 의리를 지키며 올곧은 생활을 하면 반듯이 부귀영화하고 이에 역행하면 반드시 우환으로 모진 화를 당한다는 진리를 굳게 믿으며 살았기 때문에 예의를 잘 지키는 국민이 되었고 외국에서도 우리나라를 동방예의지국이라 일컬었던 것이다"라며 고담소설의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고담소설을 녹음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고담소설 읽는 강독문화가 현대문명의 눈을 현혹하고 귀를 자극하는 흥행성은 없어도 조상님들이 우리에게 전해 준 소중한 전통문화로서 그 철학을 올바르게 이 세상에 알리고 후손들게 전달하는 것이 조상님들께 보답하는 길이고 후손들에게 대한 도리인 듯하여 녹음을 하게 되었다"며 "이번에 녹음하는 장화홍련전은 계룡시에서 고담소설 강독문화를 널리 알리고 소중히 보존해서 후손에게 전하기 위하여 만들게 되었다"고 밝혔다.

비록 '고담소설 강독'이라는 분야가 익숙하지 않을지라도 조상들의 소중한 전통문화인 만큼 CD로 자료화된 정규헌 선생의 목소리가 영구히 후손들에게 전해지길 간절히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정규헌, #고담소설 강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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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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