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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매화꽃
 아름다운 매화꽃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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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 피면
그대 오신다고 하기에

매화더러 피지마라고 했지요

그냥 지금처럼
피우려고만 하라구요.

김용택님의 시 '매화꽃 환장하게 흐드러졌네,' 모두

김용택 시인은 매화꽃들에게 활짝 피지 말고 피우려고만 하라고 했는데 꽃은 이미 활짝 피어났더군요, 정말 환장하게 흐드러졌더라고요. 산자락도 마을안길도, 섬진강변도 온통 흐드러진 하얀 매화꽃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피어나고 있는 홍매화
 피어나고 있는 홍매화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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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와 고목
 매화와 고목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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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활짝 피어버리면 기다리던 임이 왔다가 금방 가버릴까 봐 피우지 말고 '그냥 피우려고만 하라'는 마음이 참 애처롭게 다가오는 짧은 시입니다. 금방 가버린 허전함보다 기다리는 마음으로 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애절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우리나라의 기후가 언제부턴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여름은 너무 길고, 봄과 가을은 너무 짧아진 것입니다. 봄인가하면 어느새 여름이고 가을인가하면 어느새 겨울입니다. 김용택 시인도 너무 짧아진 봄을 느끼고 쓴 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아직 가까운 근처에서 눈 소식이 머물고 있는 이때 소리 없이 피어난 화사한 매화꽃은 과연 사군자의 으뜸자리를 지키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설중매를 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 청초한 매화꽃 속에 포옥 안겨본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요.

줄기와 꽃
 줄기와 꽃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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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술이 더 예쁜 매화꽃
 꽃술이 더 예쁜 매화꽃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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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 어둠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 있네.

뼛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하던

희디흰 봄 햇살도 꽃잎 속에 접혀 있네,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 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

눈 속에 묻어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네,

꽃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살아갈수록 겨울은 길고
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

그래, 알고 있어 편하게만 살 순 없지
매화도 내게 그렇게 말했단다.

눈이 맑은 소꿉동무에게
오늘은 향기 나는 편지를 쓸까

매화는 기어이
보드라운 꽃술처럼 숨겨두려던
눈물 한 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

수녀시인 이해인님의 '매화 앞에서' 모두
매화나무 묘목을 접붙이는 부부
 매화나무 묘목을 접붙이는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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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으로 뒤덮인 관동마을 풍경
 매화꽃으로 뒤덮인 관동마을 풍경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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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계절도 그렇지만 아무래도 봄은 기다림의 계절입니다. 추운 겨울을 나며 따스한 봄을 기다린 것이 어디 사람들뿐이겠습니까? 나무들도 꽃들도, 산 속의 동물들도 모두모두 봄을 기다렸겠지요.

이별은 슬픔입니다. 그리고 뼛속깊이 한기가 들게 하는 외로움이지요. 그래서 다시 만난 그리운 사람처럼 꽃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함을 느끼는지 모르겠습니다. 활짝 핀 매화꽃 따라 이미 와버린 봄, 짧은 봄은 와르르 웃음 터뜨린 꽃 잔치 속에서 그렇게 소리 없이 가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매화꽃이 피면 보고 싶은 사람, 시인은 그래서 정겨웠던 추억 속의 소꿉친구에게 향기 나는 편지를 쓰고 싶은가봅니다. 향기를 머금은 매화의 영롱한 눈물 한 방울 담은 편지를-

매화꽃과 개나리꽃
 매화꽃과 개나리꽃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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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 터널
 매화꽃 터널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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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별 만사 중에
독수공방이 상사난이란다. 좋구나, 매화로다.

안방 건너 방 가로닫이
국화 새김의 완자문 이란다. 좋구나, 매화로다.

어저께 밤에도 나가자고 그저께 밤에는 구경가고
무삼 염치로 삼승버선에 볼 받아 달람나, 좋구나, 매화로다.

나무로 치면 행자목, 돌로 쳐도 장군석
음양을 좇아 마주섰고, 좌청룡, 우백호 한가운데는
신동이 거북의 잔등이 한 나비로다, 좋구나. 매화로다.

녹차밭과 매화꽃
 녹차밭과 매화꽃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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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타령은 서울지방 12잡가 중 한 곡인 '달거리'의 노랫말 중에 '좋구나 매화로다'입니다. 이 '매화타령'은 조선 선조임금 때 평양기생 매화가 연적이었던 춘설에게 사랑을 빼앗기고 탄식한 노래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곡명은 매화타령이지만 실제내용은 매화꽃이 주인공이 아니라 남녀사이의 사랑을 주제로 한 것입니다. 굿거리장단에 맞춰 경쾌하고 흥겹게 부르는 매화타령은 다른 잡가와 달리 가사 한 절마다 후렴이 한마디씩 붙는 점이 특징입니다.

전남 광양에 있는 백운산 등산을 마치고 내려온 광양시 다압면 관동마을은 주변 산자락은 물론 마을 고샅길과 마을 앞 도로변까지 온통 매화꽃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향기롭고 화사한 매화꽃 속에 묻혀 읊조려본 시와 노래가 꽃샘추위 속에 성큼 다가온 봄의 향기 속에 젖어들고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흐드러진, #매화꽃, #이승철, #섬진강변, #시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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