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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문제를 풀기 위해선 사회 모든 구성원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국민이 우리의 기도를 보면서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를 갖도록 하는 게 목표다." - 수경 스님

 

"(오체투지 순례가) 시국과 무관하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시대를 외면하는 것은 기도라 할 수 없다. 시대와 소통하는 것이야말로 기도다." - 전종훈 신부

 

오는 28일부터 75일간 진행될 '2차 오체투지 순례'를 앞두고 순례단의 수경 스님과 전종훈 신부가 20일 서울 화계사 국제선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변화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깊고 아픈 소회를 밝혔다.

 

지난해 지리산 노고산부터 계룡산 신원사까지 이마와 무릎, 팔꿈치를 땅에 내던지는 고행길을 걸었지만 지금에 와서도 '사람, 생명과 평화의 길'을 찾는 순례단의 화두가 더욱 절실해졌기 때문일까. 두 성직자의 소회는 무겁고 깊었다.

 

수경 스님 "용산참사 대하는 불교계 시각에 큰 충격"

 

수경 스님은 "근자에 용산 참사를 대하는 불교계의 어른들이나 중진들의 시각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며 "종교계, 특히 내가 몸담고 있는 불교계를 바라보면서 불교를 통해 우리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가게 하길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게 아닌가 하는 심정이 든다"고 말했다.

 

수경 스님은 또 "지식인 사회나 시민 사회와 이명박 정부와의 관계를 보면서도 왜 저런 방식으로 문제를 풀려고 할까 고민이 됐다"며 "한국 사회가 전체적으로 거꾸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를 극복할 수 있는 반딧불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것이 안 보인다"고 토로했다.

 

전종훈 신부 역시 "우리 사회가 지금도 점점 더 어디가 끝인지 모르게 나락으로 떨어져가고 있고 그 결정판이 용산참사"라며 "이들과 함께 아파하고 슬퍼하고 희망을 찾아야 할 종교와 성직자들이 현장에서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불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오체투지 순례가 지난번과 비교해 만만치 않음에도 더욱 가야하는 이유였다. 

 

계룡산에서 북한 묘향산까지... "시대와 소통하는 것이야말로 기도다"

 

오체투지 순례단은 오는 28일부터 공주 계룡산 신원사부터 서울과 임진각 망배단까지 총 230km의 길을 순례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세웠지만 뒤이어 순례할 북한 묘향산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작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로 방북해 오체투지 순례 계획을 알린 전 신부는 이에 대해 "최근 베이징에서 북측의 실무자와 만나 육로 및 직항로를 통해 묘향산까지 이동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그에 대한 북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 서울 및 수도권 순례 역시 쉽지 않다. 순례단은 5월 13일 서울지역에 들어서서 17일 서울시청 앞, 18일 명동성당과 조계사를 지나갈 예정이다.

 

그러나 수도권 등 도로를 통행하는 차량의 수도 많고, 작년 순례에 동참한 이들이 최대 2천여명에 이르렀던 점 등을 감안할 때 당국이 행사를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수경 스님은 "우리로서도 서울을 통과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청와대에서 경찰을 통해 순례단의 서울 통과를 막을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모든 어려움 앞에서도 순례를 향한 마음은 꺾이지 않았다. 두 성직자는 되레 기자들에게 "오체투지에 참여하라"고 권했다.

 

수경 스님은 "지금 시대의 아픔은 이명박 대통령 때문에 생긴 것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라며 "참말로 몸과 마음을 던져서 (문제를 풀어갈) 씨앗을 만들 수 있는 그런 기도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 신부는 오체투지 순례를 "지금 많은 사람들이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성을 잃고 쩔쩔 매고 있는 상황"이라며 "온 몸을 던져서 이 시대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오체투지순례, #용산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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