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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5일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김태영 합참의장으로부터 북한 로켓 발사를 보고 받고 있다 <사진제공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이 5일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김태영 합참의장으로부터 북한 로켓 발사를 보고 받고 있다 <사진제공 청와대>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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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6일 여야 대표들과의 회동에서 미국 주도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방침을 거듭 밝혀,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PSI 전면 참여가 "북한의 로켓 발사와는 관계없이 대량살상무기(WMD) 확산과 테러방지 등 국제협력 차원에서 검토돼온 사안"이라며, 전면 참여가 적극 검토되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또 "PSI 가입은 우리의 자체적인 판단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발사를 했다 해서 바로 하는 차원의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의 로켓 발사가 PSI 전면 참여의 필요성을 증대시킨다'는 정부의 기존 방침과 온도차가 있다. 외교장관과 국방장관 등은 북한의 로켓 발사와 PSI 사이의 '인과관계'를 강조했던 반면에, 이 대통령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PSI는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를 위해 관련 물자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등 운반체를, 육·해·공에서 검색하고 및 필요 시 나포할 수 있는 군사 작전을 의미한다. 노무현 정부는 미국의 요구와 남북관계를 두루 고려해 PSI의 8개항 중 역내외 훈련의 참관단 파견, 브리핑 청취 등 옵서버 자격으로 가능한 5개항에는 참여하고, ▲정식 참여 ▲역내 차단훈련 시 물적 지원 ▲역외 차단훈련 시 물적 지원에는 동참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때부터 한미동맹 강화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 대응 차원에서 PSI 참여 수준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왔다. 그리고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계기로 이를 본격화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은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킬 위험성을 안고 있다. 북한은 PSI가 국제해양법에서 보장하는 '무해통항권'을 위반한 것이자, 자신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한다며 강력히 반발해왔다. MB 정부가 PSI에 정식 참여할 경우 북한의 반발 강도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왜 PSI '전면 참여'인가?

그렇다면 MB 정부는 PSI 전면 참여에 왜 이렇게 집착하는 것일까? 우선 정부가 '글로벌 코리아'와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을 대외정책의 슬로건으로 내세운 것이 핵심적인 요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PSI를 하나의 보편적인 국제규범으로 간주하고, 대량살상무기 확산 저지와 대테러 전쟁에 적극 동참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PSI 전면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특히 PSI가 미국이 제창하고 주도하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한미 전략동맹' 구축의 필수조건이라는 인식도 강하다.

이러한 정부의 인식은 북한의 반발을 일축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유명환 외교장관은 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답변에서 남한의 PSI를 "전쟁선포로 간주한다"는 북한의 반응은 "PSI에 가입하는 데 하등의 고려사항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외교와 안보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라는 기본 상식조차도 무시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PSI를 보편적인 국제규범으로 간주하고, 이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한미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에는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 우선 국제해양법은 '공해상에서 통항의 자유'와 함께 국제해협, 배타적 경제수역, 영해 및 군도수역에서 '무해통항권'을 보장하고 있다. 다만 해적, 노예무역, 마약 등 불법 활동에 대해서는 인접 국가가 검색 등 개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참고로 전 세계 화물 수송의 약 80%는 바다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PSI의 주된 작전 지역은 해양이다.

이처럼 국제해양법에는 대량살상무기(WMD)의 통과를 금지하는 어떠한 내용도 없는 상태이다. 오히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PSI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나라들은 바다와 하늘을 통해 WMD를 운반하는 것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방향으로 국제법을 개정하자는 일부 요구를 일축해왔다. 자국의 안보전략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 나라는 플루토늄 등 핵물질이 공해와 배타적 경제수역을 통과하는 것은 국제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PSI에 담긴 이중 잣대와 일방주의는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과 목표에서도 드러난다.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 조항에 미국 핵무기의 남한 내 일시 통과 및 재배치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는 요구를 줄곧 거부해왔다. 미국 핵무기를 이동·통과·재배치할 권리는 계속 보유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수출은 군사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발상을 가지고 과연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풀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명박 정부가 공정하고 보편적인 비확산 외교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그 방식은 PSI 전면 참여가 아니라 모든 나라들의 WMD 운반을 금지하는 국제조약 체결이나 개정에 외교적인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PSI 전면 참여를 통해 한미동맹이 강화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 PSI의 창시자인 부시 행정부가 한국에 공식 참여를 요구했고, 이를 노무현 정부가 절반은 수용하고 절반은 거부하면서 한미간에 갈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 대통령은 부시가 아니라 오바마이다. 오바마 행정부 역시 PSI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한국에 참여를 요청했다는 보도는 없는 상태이다. 오히려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이 전면 참여해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태로 빠져들고 6자회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다.

PSI 참여 시 남북관계는 어디로?

5일 오후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탈북난민인권협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세종로 한국통신앞에서 북한 로켓 발사를 규탄하며 모형 미사일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 박찬성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대표가 경찰에 시너를 압수당한 뒤 라이터 기름을 구입해와서 뿌리고 있다.
 5일 오후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탈북난민인권협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세종로 한국통신앞에서 북한 로켓 발사를 규탄하며 모형 미사일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 박찬성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대표가 경찰에 시너를 압수당한 뒤 라이터 기름을 구입해와서 뿌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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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영해, 영공, 영토를 맞대고 있고, 군사적으로 긴장관계에 있으며, 북방한계선(NLL) 갈등을 안고 있는 한국에 PSI는 다른 나라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PSI가 이란과 함께 북한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정부의 인식은 안일하다 못해 위험천만하다. 권종락 외교차관은 4월 3일 국회 답변에서 "우리가 PSI에 가입한다고 해서 북한이 위협적으로 느낄 필요는 없다"며, "무력충돌 우려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남북관계에 끼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PSI는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가 아니기 때문에 PSI의 본질을 이해하면 그런 우려를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대방인 북한의 생각은 정반대이다. 북한은 2006년 10월 핵실험 직후 노무현 정부가 PSI 참여 여부 검토에 착수하자, "남조선이 미국의 반공화국 제재·압살 책동에 가담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6.15 공동선언에 대한 전면부정으로, 동족에 대한 대결선언으로 간주할 것이며 해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3월 30일에도 PSI를 "조선반도에 전쟁의 불 구름을 몰아오는 도화선"으로 규정하고 한국 정부의 "PSI 참여시 우리는 즉시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할게 될 것이라는 것을 엄숙히 선포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MB 정부가 PSI 전면 참여를 선언할 경우, 북한은 이를 6.15와 10.4 선언의 정면 위반이자 대결선언으로 간주하고 초강경 조치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높다. 예상되는 조치로는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지구 유출입 차단 등 '키 리졸브' 훈련 기간에 선보였던 압박 조치를 재개하고, 서해상에서 해안포 및 지대함 미사일 발사 훈련, NLL 월선 등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는 남북관계 악화 국면과 맞물려 군사적 긴장고조는 물론 무력 충돌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PSI 참여는 향후 남북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기회의 창'마저 닫아버릴 것이라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북미관계나 6자회담의 진전에 따라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를 정상화할 필요성을 느낄 때가 올 수 있다. 그런데 PSI에 참여한 상태에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북한은 남한의 PSI 참여를 6.15와 10.4 선언의 전면 부정이자 대결선언으로 간주하면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려면 이러한 대결정책부터 철회하라고 요구할 것이 확실하다. 반면 한국이 PSI에 참여한 상태에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려면 여기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된다. 향후 정책적 유연성을 위해서라도 PSI 참여라는 자충수를 둬서는 안 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대안은 무엇인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5일 오후 5시 세종로 외교부 브리핑실에서 이날 오전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인공위성 발사를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유 장관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입술을 깨물고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5일 오후 5시 세종로 외교부 브리핑실에서 이날 오전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인공위성 발사를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유 장관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입술을 깨물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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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PSI에 가입해도 남북관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있는 그대로의 북한'이 아니라 'MB 정부가 희망하는 북한'이다. 집권 이후 대북정책이 실패하고 남북관계 악화를 막지 못한 이유도 북한에 대한 '희망적 사고'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햇볕정책을 비난할 때에는 북한의 '악의'를 강조하고,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고 'PSI 참여해도 남북관계에 문제가 없다'고 말할 때에는 북한의 '선의'를 기대한다. MB 정부의 대북정책의 새 출발은 이러한 자기분열적 북한 인식부터 고치는 것에 두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필자의 주장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수출을 그대로 방치하자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PSI와 같은 군사적 방법은 공정성도 형평성도 부족하고 사태만 악화시킬 뿐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북한의 미사일 수출도 막고 북한도 만족시킬 수 있는 '윈-윈'은 미사일 협상을 재개하는 길 뿐이다. 1996년 시작된 북미간의 미사일 협상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수출 중단과 미국의 현물 보상을 주고받는 방안이 2000년에 타결 일보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이를 전면 중단시키면서 미사일 협상은 '잃어버린 8년'을 겪어야 했다.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4월 3일 말한 것처럼 "이제 그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미국은 이미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양자대화나 6자회담의 의제로 삼을 방침을 밝히고 있다. 북한 역시 미사일 협상 재개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이 해야 할 일은 PSI에 가입해 남북관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냉각기를 슬기롭게 넘기고 북미, 혹은 6자회담에서 미사일 협상을 요구하고 지지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남북관계의 파국도 막고, 한미관계도 돈독해질 수 있으며, 북한의 미사일 수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모든 관련 주체에게 이로운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정욱식 기자는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로 일하고 있으면서, 블로그 '정욱식의 뚜벅뚜벅' http://blog.ohmynews.com/wooksik/ 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태그:#PSI, #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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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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