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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나무에 화려한 조명...
▲ 밤을 잊은 경주... 벚꽃나무에 화려한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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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벚꽃축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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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봄날이다. 경남 양산에서 경주까지 고속도로를 타고 가면 약 35분정도(양산IC-경주IC)걸린다. 햇살 좋고 하늘 맑은 주말의 날씨, 차를 타고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는데 과연 봄일세. 봄꽃들이 예서제서 온통 시선을 사로잡는다. 벚꽃, 개나리, 목련...봄꽃들이 지천이다. 과연 봄은 꽃의 향연이다. 하지만 이 봄도 곧 가겠지... 좋을수록 빨리 사라지는 것, 봄날은 간다.

화창해서 더욱 외출하기 좋은 날, 남편과 함께 오랜만에 외출을 하는 기분 참 좋다. 죽은 듯 메말랐던 산의 나무들이 연둣빛으로 점점 물들어가고 있다. 시원스레 잘 달리던 차가 이제 다 왔나 보다 싶은데 경주 톨게이트에서부터 막히기 시작한다. 차가 움직일 생각을 않고 10여 분 이상 지체하고 있다.

웬일인가. 경주는 벚꽃이 절정을 이루기 시작하였고 4일은 아침 일찍 제18회 벚꽃마라톤대회까지 있었다. 주말이라 경주의 벚꽃 소식을 듣고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때문인 듯 하다. 차가 막히리라고 예상을 하지 못했다. 겨우 톨게이트를 빠져 나왔지만 시내 진입로는 차량정체가 계속되고 있다.

토함산 가볍게 산행

차량들이 길 위에 멈춰 서서 겨우 한 뼘씩 움직이고 있다. 경주는 길 전체가 마치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해버린 듯하다. 조금 뚫리는가 싶으면 정체하고 서다가다하는 차량들 사이에서 우리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린다. 일단 관광안내소에 들러서 벚꽃구경을 할 만한 장소를 물었다.

안내하는 아가씨는 '경주는 전체가 벚꽃 구경할 수 있다'고 하면서 벚꽃을 구경하기 좋은 장소를 경주관광안내도를 펼쳐놓고 볼펜으로 표시를 하면서 친절하게 안내한다. 토함산 산행을 하고 벚꽃구경을 하려고 하는데 어떤 길이 정체가 덜한지 물어보고 친절한 대답을 듣고 밖으로 나온다.

벚꽃 나무 아래서...
▲ 경주 벚꽃 축제... 벚꽃 나무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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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벚꽃들 사이로 붉게 노을 지고...
▲ 벚꽃 축제 하얀 벚꽃들 사이로 붉게 노을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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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로 관통하는 길을 두고 우회해서 토함산으로 향한다. 차가 덜 밀리긴 하지만 이곳도 곳곳에서 정체를 경험한다. 햇볕 찬란한 이 시간에 벚꽃 만발한 길을 걸어보고 싶지만 남편은 무엇보다도 산이 먼저다. 모처럼 나왔으니 몸부터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두워지면 산행을 꺼려하는 겁이 많은 나 때문에라도 산행부터 먼저 하려고 했다. 토함산을 가볍게 산행하기 좋은 길은 석굴암주차장까지 차로 달려가는 길이 가장 빠르다. 하지만 이 길도 만만치 않네. S자 길로 굽어 춤을 추듯 출렁이는 길을 꼬불꼬불 돌고 돌아가는 길을 한참을 차로 올라간다.

길 양쪽엔 온통 봄꽃들이 꽃구름처럼 둥실둥실 떠 있고 시선을 압도한다. 꽃구름처럼 뭉실뭉실 피어오른 벚꽃들과 목련꽃, 개나리, 진달래... 길 양쪽으로 도열해 있어 바야흐로 봄꽃 축제요 봄꽃 향연 속으로 들어온 것을 실감한다. 겨우 도착한 석굴암 주차장, 여긴 고도가 높아서일까 꽃구경하기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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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벚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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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토함산에 오를 채비를 한다. 석굴암 정문은 거대하게 서 있건만 석굴암 정문 앞 왼쪽으로 들어가 진입하는 토함산 가는 길은 등산로 표지판 하나 보이지 않는다. 매점 뒤로해서 토함산 오르는 길로 접어들자 겨우 작은 표시 하나 나온다.

시간은 오후 5시! 예상했던 것보다 늦게 목적지에 도착하는 바람에 햇살 좋은 시간은 다 지나가버리고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늦은 오후 시간이다. 다행히 이런 늦은 시간에도 우리처럼 산행하는 사람들을 산길에서 맞닥뜨려 반갑고 안심이 된다.

토함산은 가볍게 산보하듯 오르기 친근한 산이다. 흙길로 되어 있어 발이 편하고, 석굴암 주차장에서 시작해 토함산 정상까지의 거리는 약 30분, 왕복 1시간이면 충분하다. 물론 토함산 정상에서 다른 길을 택해 하산하는 길도 있지만 그 길은 좀 험하다. 석굴암주차장에서 토함산 정상까지의 왕복은 가벼운 산책처럼 편하다.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산이라 가족 산행으로 좋다. 제법 고도가 높은 것일까. 이곳까지 봄은 절정을 이루지 못했나보다. 토함산의 봄은 천천히 오고 있다. 진달래도 이제 꽃봉오리가 맺혀있다. 가볍게 남편과 나란히 호젓한 길을 따라 토함산 정상까지 산행을 하고 다시 하산한다.

경주는 지금 벚꽃축제, 밤을 잊다

왕복 1시간 걸렸다. 해는 기울고 마음은 바빠진다. 주차장에 도착, 차를 타고 꼬불꼬불 다시 길을 달려 이젠 불국사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 위에 있는 공원엔 온통 하얀 꽃구름이다. 붉은 해가 서녘하늘로 넘어가는 이 시간, 햇볕 좋은 시간엔 하얗게 눈이 부셨을 벚꽃들, 그 찬란한 흰빛이 점점 스러지고 저녁 이내에 물들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좋아라.

보문호수...
▲ 경주 보문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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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거닐며 봄꽃 향연에 젖어 있다. 벚꽃들 사이로 붉은 햇덩어리가 걸려든다. 조금 여유 있게 일찍 왔더라면 마음껏 길게 이어진 벚꽃나무들 사이로 한참 동안 걸어보았으면 좋으련만, 꽃구름 사이를 조금 걸어보다가 아쉬움을 안고 차에 올랐다. 마지막으로 보문호수를 보고 싶어서이다. 역시 차는 밀린다.

보문호수...
▲ 경주 보문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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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 호수 산책길 따라 걷다...
▲ 경주 보문 호수 산책길 따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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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만에 사람들한테 물어서 들어선 보문단지엔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았다. 밤을 잊은 사람들이 넘쳐나고 어린 꼬마들도 신나게 보문단지 내 광장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장난감 같은 자동차를 타거나 하면서 씽씽 마음껏 달리고 있고, 휘황한 불빛 사이로 가족들과 함께, 혹은 연인들, 부부들이 주변을 돌아보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경주의 봄밤은 밤이 없는 것 같다. 특히 요즘같이 벚꽃축제엔 밤을 아예 잊은 것 같다. 어둠을 밝힌 밝은 불빛들 사이로 어린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넘쳐난다. 보문단지 내에서도 보문호수를 찾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한참을 돌아 보문호수를 겨우 찾았다. 마치 미로 속을 헤매듯 헤매서 겨우 찾은 보문호수가 어둠 속에서 불빛을 받아 강바람에 파도치고 있다.

보문호수...
▲ 경주 보문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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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엔 낚싯대를 드리우고 떠들며 신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과는 무관한 것처럼 무연히 강을 바라보며 앉아 있고, 꽃길 따라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이 있다. 우린 강바람을 맞으며 호숫가를 한참 거닐어보았다. 강바람이 제법 차지만 호수를 끼고 벚꽃 길을 걸어보지 않을 수 없다. 보문호수엔 유람선 타는 곳도 있다.

이 밤에도 유람선 승선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어두운 호수를 도는 사람들도 있다. 주변을 돌아보면서 과연 경주는 신라 천년의 고도임을 실감한다. 고색창연한 건물들, 천년수도였던 경주의 위용을 조금만 돌아보면 알 수 있다. 아름다운 명소들로 넘쳐나는 이곳 경주는 시 전체가 노천박물관과 같다.

밤을 잊은 벚꽃...그리고 ...
▲ 경주 밤을 잊은 벚꽃...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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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색창연한 도시 경주, 보문호수를 둘러싼 산책로를 꽃구름 길과 함께 거닐어보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차를 주차해 놓은 곳을 찾는 것 만해도 미로 속을 헤매듯 찾다가 한참 만에 찾았다. 이제 집으로 가야할 시간, 다음을 기약하며 도로위에 차를 올렸건만 시내에서 차는 자주 막힌다. 길에 핀 벚꽃들을 밤에도 볼 수 있도록 조명시설을 해 놓고 있어 밤에도 벚꽃나무아래서 사진을 찍거나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경주 시내 전체가 벚꽃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쭉 이어진 벚꽃터널이다. 얼마동안은 벚꽃 환한 길이 계속 될 것 같다. 벚꽃이 절정을 이루고 있으니, 시샘하는 비가 오지 않는다면 한동안 벚꽃은 경주시내 전체를 하얗게 수놓을 듯 하다.

덧붙이는 글 | 지난 4월 4일(토)에 다녀왔습니다.



태그:#벚꽃,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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