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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소기업중앙회(아래 중기회)가 이주 노동자들에게는 숙식비를 빼고 최저임금을 줄 수 있도록 한 '외국인근로자 숙식비 부담기준'을 마련한 가운데, 이주노동자 인권단체들은 명백한 차별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중기회는 지난 달 27일 '외국인 근로자 숙식비 부담기준'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회사가 이주노동자에게 기숙사·주택 등 숙박시설과 하루 두 끼를 제공하면 최저임금의 20%(한 달 18만여원)까지 월급에서 공제하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숙식을 제공받는 이주노동자는 한 달 급여가 90만4000원(주 44시간 노동 기준)에서 72만3200원으로 줄어든다.

 

이같은 방침에 인권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이주노동자협회·이주인권연대 등 37개 노동·인권·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이주공동행동'은 8일 서울 여의도 중기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용자들의 대변기관인 경제단체가 최저임금에서 숙식비를 빼도록 한 것은 월권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철승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소장은 "현행 최저임금을 깎으려고 하다가 되지 않으니까 중기회에서 변칙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이 출퇴근할 경우 불안하거나 관리가 되지 않으니까 회사는 대개 컨테이너상자 같은 기숙사를 설치해 놓고 있다"면서 "숙식을 제공하는 것이 복지 차원이 아니라 관리하기 위한 차원이었는데 지금 와서 임금에서 공제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주민과함께 "실질 임금 크게 저하시키는 행위"

 

(사)이주민과함께(옛 '외국인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는 8일 소식직 <창>을 통해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의 최소 8%에서 최대 20% 이상의 금액을 숙식비로 공제한다는 것은 이주노동자의 실질임금을 크게 저하시키는 행위이다"고 지적했다.

 

'이주민과함께'는 "경기불황으로 인해 휴업과 폐업이 이어지고, 환율인상으로 이미 실질임금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이와 같이 숙식비를 임금에서 일괄 공제한다는 것은 이주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고 밖에 할 수 없다"며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만 숙식비 부담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행위이자, 임금에서 숙식비를 공제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의 임금전액불 지급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이는 한국의 노동법과 헌법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숙식 실태는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사무소가 지난해 10월 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응답자의 20%가 사무실과 가건물에서 잠을 잔다고 했다.

 

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64%의 응답자 중 절반이 기숙사 크기가 6.6㎡(2평)이하라고 답하였다. 또 숙소에 샤워시설과 화장실, 취사시설이 없다고 답하였다. 주거비용의 부담주체에 대해, 응답자의 74%가 회사부담, 공동부담 10%, 본인부담 12%라고 답하였다. 식사비용도 회사제공 68%, 본인부담 12%, 공동부담 11% 등이었다.

 

'이주민과함께'는 이같은 실태조사 결과를 근거로 "숙식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는 한 중기회의 주장은 사실과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외국인근로자 숙식비 부담기준'은 이주노동자의 주거실태에 대한 어떠한 고려와 조사도 없이, 임금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중기회의 고육지책이 만들어 내놓은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며 "하지만, 당장 눈 앞에 보이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중기회의 이 기준은 결국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고 노동자의 건강권마저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부산기독교윤리실천운동, 부산외국인근로자선교회, 이주민과함께,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부산연구소, 한국외국인선교회 부산지부, 울산이주민센터, 김해이주민인권센터는 9일 낮 12시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본부 앞에서 '외국인근로자 숙식비 부담기준 철회 촉구 집회'를 연다.


태그:#이주민, #중소기업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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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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