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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 아트 작가 오대호와의 인연

오대호의 정크 아트 '병정 개미'
 오대호의 정크 아트 '병정 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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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전남 함평에서 생태ㆍ문화관광 해설 전국 경연대회가 열린 바 있다. 그때 국향대전이 함께 열려 함평의 축제장(자연생태공원)에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그 때문에 주차장에서 경연대회가 열리는 축제장까지는 걸어가든지 곤충열차를 타고 가야 했다. 곤충열차 줄이 너무 길고 길 양쪽으로 설치된 꽃길이 좋아 나는 그 길을 걸어 넘어갔다.

그런데 거기서 만발한 국화꽃 외에 소위 정크 아트라는 것을 만나게 되었다. 당시는 그것이 정크 아트인지도 모르고 작품성에 감탄한 적이 있다. 쇠에다 생명력을 불어넣다니. 어떻게 하면 철제를 저리 잘 조합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지나쳤다. 그게 작가 오대호의 작품인지는 이번에 그의 작업장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때 찍은 사진들을 찾아보니 병정개미, 나비, 남녀 로봇 등이 보인다.

오대호의 작업장 아트 갤러리
 오대호의 작업장 아트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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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호 작가는 현재 충북 음성군과 충주시의 경계에 있는 가섭산 중턱 아트 갤러리에서 정크 아트에 몰두하고 있다. 아트 갤러리는 그의 작업장 이름이다. 아트 갤러리에 가기 위해서는 읍성읍 읍내리에서 318번 지방도를 따라 용산리 방향으로 가야 한다. 3-4분쯤 가다 보면 가섭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이고 이 길을 한 7-8분 올라가면 정크 아트의 아지트인 아트 갤러리가 나온다.

작업장에 이르니 길 주변에서부터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런 부류의 작품들을 함평에서 본 기억이 난다. 길가에 아트 갤러리란 현판이 세워져 있고, 그곳을 왼쪽으로 돌아 한 단을 올라가니 오대호 작가가 추구하는 정크 아트의 산실인 작업장이 나온다. 이곳은 작업장 겸 생활공간으로 대부분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다.      

가섭산 산자락에 펼쳐 놓은 예술혼

정크 랜드 박물관 모형
 정크 랜드 박물관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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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전에 전화 약속을 해서인지 오대호 작가가 벌써 마당에 나와 있다. 서로 수인사를 하고 작업장 안으로 들어간다. 첫 인상이 참 좋다. 턱수염을 길렀는데 그것이 더 친근감을 준다. 사무실 겸 작업장으로 들어가니 벽에 책장처럼 칸을 나눈 전시장이 세워져 있다. 그 안에 수십 점의 소품이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앞에 잠수함처럼 보이기도 하고 실린더처럼 보이기도 하는 금속제품이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이 바로 2010년 말 완공을 목표로 6월에 작업을 시작하는 정크 랜드(Junk Land) 박물관 모형도란다. 정크 랜드는 오대호 자신의 정크 아트 10년을 결산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보은군이 170억을 투자해 청원ㆍ상주간 고속도로 속리산 나들목 근방에 세울 예정이다. 지금 지방자치단체 여기저기서 오대호의 정크 아트 박물관을 유치하려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못으로 만든 개
 못으로 만든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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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는 지금 이곳 정크 랜드에 전시할 작품을 구상하고 만드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만든 작품은 3000점이 넘는다. 이곳 아트 갤러리에 있는 작품은 그 중  1/20 정도 밖에 되질 않는다. 그는 지금까지 만든 작품을 주제에 따라 아홉 개 정도로 나눈다. 그러나 작품을 살펴보면 분류의 기준이 주제이기도 하지만 대상물인 경우가 많다. 이들 아홉 개 주제는 새와 곤충, 식물, 동물, 로봇, 캐릭터, 소리, 키네틱, 추상, 동화이다.

앞의 다섯 가지 주제는 눈에 보이는 것으로 일종의 공예 개념이 강하다. 그러나 뒤의 네 가지는 오대호만이 할 수 있는 오대호적인 주제로 창의성과 독창성이 돋보인다. 소리는 미술과 음악의 결합이고 키네틱은 움직이는 예술품이다. 추상은 구상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일종의 상상이고 동화는 이야기이다.

오줌싸개
 오줌싸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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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타기
 말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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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호 작가는 이 중에서 먼저 동화를 이야기한다. 동화라는 주제는 동심의 세계를 표현한다. 오줌싸개, 바람개비 돌리기, 말타기 놀이, 철봉, 낚시질 등이 그것이다. 자신의 어릴 때 체험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있다. 그러면서도 해학이 있다. 오줌싸개는 고추를 만지며 쑥스러워 한다. 그리고는 키를 뒤집어쓰고 소금을 얻으러 간다.

그는 지금 소리와 움직임에 빠져 있다.

스피커를 이용한 오디오 아트
 스피커를 이용한 오디오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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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호 작가는 최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작품을 보여 주기 위해 필자를 다른 공간으로 안내한다. 소리와 움직임을 보여주는 예술이다. 금속과 목재 속으로 스피커가 들어간 작품이다. 철판과 알루미늄 같은 금속 그리고 버려진 나무에 스피커를 장착하고 그것을 오디오와 연결하여 소리를 낸다. 오 작가가 오디오의 스위치를 넣자 스피커를 통해 음악이 흘러나온다. 정말로 쓸모없는 물건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멋진 음악이다. 이게 바로 오대호가 추구하는 오디오 아트(Audio Art)이다.

작가 오대호는 "기계에서 소리를 꺼낸다"는 표현을 쓴다. 사람들은 쓸모없는 쇳덩어리에서 어떻게 소리가 나올까 하고 의아해 한다. 그런데 그 소리가 괜찮은 차원을 넘어 좋기까지 하다. 한 마디로 기발한 착상이다. 기발함을 넘어 웃기기까지 하다. 그는 또한 현재 소리를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소리의 발자취를 예술로 풀어보자는 또 다른 꿈을 가지고 있다.

오케스트라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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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호는 고물 스피커 1000개를 모아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1000개의 스피커가 이뤄내는 멜로디와 화음 그리고 박자가 기대된다. 현재 그가 들려주는 음악은 팝 종류라서 오케스트라 같은 웅장함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음악전공자와 공동 작업을 하면 그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구스타프 말러의 천인 교향곡에 비견되는 천 스피커 교향곡을 기대해 본다.

고물을 모아 예술을 만들려는 그의 아이디어와 꿈이 대단하다. 그가 지금 투입하고 있는 노력을 생각하면 머지않아 소리에 혼을 집어넣을 수 있을 것 같다. 소리에 혼을 집어넣고 정크로 불리는 쓰레기 고물에 혼을 집어넣는 날 그는 정크 아트의 최고봉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지금도 다른 사람보다 세 배는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

키네틱 아트 돌고래
 키네틱 아트 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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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오대호가 심혈을 기울이는 또 다른 장르는 키네틱 아트이다. 키네틱 아트라면 움직이는 예술이다. 대표적인 작품이 돌고래이다. 돌고래를 6등분하고 그것을 동력장치와 연결,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전원을 넣자 돌고래의 몸뚱이가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20세기 초에 시작된 키네틱 아트의 변형이다. 작가는 이 돌고래에 스피커를 달아 소리까지 내는 예술을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오디오 키네틱 아트가 된다. 오대호 작가의 상상력이 무궁무진하다. 

오대호의 인생 역정

작업장 앞에 선 오대호 작가
 작업장 앞에 선 오대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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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오대호는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의 대학 기계공학과에 들어갔다가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아 졸업을 하지 못했다. 이후 지방의 공대 기계과와 미대 조소과를 졸업했다. 그는 1990년대 음성군 삼성면에 기계자동화 공장을 세워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IMF때, 받은 어음들이 부도나는 바람에 회사 문을 닫았다. 이후 2-3년 동안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이때 그는 부가가치 높은 사업이나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예술에서 길을 찾았다. 그 중에서도 예술의 3D 업종인 정크 아트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신의 전공인 기계와 조소와 관련이 있다. 그 때가 1999년이었다. 몇 년 뒤 그는 음성군 읍성읍 가섭산 아래 집이 경매에 나온 것을 보고 그 집을 샀다. 이곳에서 그는 6년째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처음 정크 아트에 몰두하면서 그는 5년 뒤에 미술계에 입성하는 목표를 세웠다. 그 결실이 2004년 8월의 국제 마임페스티벌 초대전(춘천)과 10월의 Hi Seoul 페스티벌 초대전(서울)으로 나타난다.

이후 그는 매년 작품 전시회수를 늘려나간다. 2006년에는 함평 나비축제 초대전 등 5회, 2007년에는 서울 N 타워 정크 아트 특별기획전 등 7회 전시회에 참여한다. 2008년에 그는 전주, 아산, 의왕, 안양, 군산, 포항, 구미, 부천, 광주 등 지방 자치단체들로부터 초대를 받아 기획전과 초대전을 연다. 그런데 2009년 들어 자신의 작품 활동을 되돌아보면서 약간의 회의도 들었다고 한다.

작가 오대호가 아끼는 작품
 작가 오대호가 아끼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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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전시활동을 하면 축제조형물 제작자 밖에는 안되겠구나 하는 자각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2009년부터 "정크 아트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예술로서의 가치 부여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3000여 점의 작품을 만들었다. 그 중 그의 작품이 많이 있는 곳이 전남 함평과 충북 청원의 청남대이다.

현재 서울의 갤러리에서 작가 오대호에게 접근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작품에 대한 갤러리의 독점권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사실 예술가가 화상에게 코가 꿰이면 그의 작품성과 예술성은 죽는 경향이 있다. 다행히 오대호는 동생의 물질적인 지원으로 2005년부터 정크 아트 주식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를 새로운 문화 Fund로 만들어 나가는 게 정크 아트 작가 오대호의 목표이다.

에이엘씨 작품
 에이엘씨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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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동생의 후원을 받은 대표적인 미술가로 빈센트 반 고흐의 예로 들었더니 자신은 그런 차원은 못된다고 겸손해 한다. 또 오대호 작가는 고흐처럼 그렇게 괴팍한 성격을 지닌 것도 아니다. 후덕하고 겸손한 외모에 소탈한 차림이다. 그렇지만 그의 손을 거치면 나무와 고무 돌과 쇠 그리고 플라스틱이 새로운 예술로 탄생하게 된다. 그는 최근 에이엘씨라는 경량콘크리트를 이용한 작품에도 손을 대고 있다. 이것은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그의 상상력이 어디까지인지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 정크 아트의 선구자 오대호를 소개한다. 그는 현재 충북 음성에 정크 아트 주식회사를 세우고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쓰레기 예술 또는 고물 예술로 불리는 정크 아트와 오대호의 작품 세계를 3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정크 아트는 서양에서 비디오 아트만큼이나 주목받는 장르이다.



태그:#정크 아트, #오대호, #아트 갤러리, #오디오 아트, #키네틱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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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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