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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수영공원(좌수영성지)은, 천년의 성지다. 이 성지 안에 있는 노거수들은 다 성품식을 마친 성자들같이 성스럽게 보인다. 이 4월의 청아한 성지의 숲속에 파릇파릇 잎새들이 재잘거리는 새처럼 노래하는 듯.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목신처럼 반은 사람이고 반은 나무 같은 노거수들이 즐비한 수영성지 …이곳 옛 수영성 안에서 성밖을 바라보는 전망도 대단하다. 울창한 노거수와 대비되는 하늘을 닿은 아파트 숲, 그리고 그 너머 바다 위의 배들도 보인다. 
 
수영성은 조선시대의 낙동강 동쪽에서 경주까지의 우리나라 동남해안을 방어했던 수군의 본영인 경상좌도 수군 절도사영이 있었던 곳. 지금은 수영공원 입구에 보존되어 있으나, 원래 지금의 자리에서 200m 쯤 떨어진 옛 수영초등학교 자리에 있었다고 한다.
 
건립 연대는 1692년(숙종 18년)에 좌수사 문희성이 성을 증수할 때 만든 것이라고 추정한다. 오랜 세월에 홍예석이 붕괴될 우려가 있어 1993년 8월에 해체한 후 보수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무지개 모양으로 쌓은 홍혜문, 흔히 돌문 위에 누를 지어 누대 혹은 누문 형식을 취하나, 여기에서는 돌문만을 만들어 놓았다. 좌수영지에 의하면, 수영성에는 동서 남부 네곳에 성문이 있었다고 기록한다. 남문을 주작문이라고 하였는데 6칸 규모로 가장 컸다고 한다.
 
남문 문루 위에는 큰 북을 달아 두고 쳐서 시각을 알리고, 이에 맞춰 성문을 여닫았다고 한다. 이 성문의 전면 우주석의 사각 돌기둥 위에 화강암으로 조각한 박견 한쌍이 배치 되어 있는 것이 특이 하다. 박견은 조선 개를 말한다. 도둑을 지키는 개를 성문 앞에 둔 것은 왜구의 동태를 감시하던 이 성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부산 좌수영성지의 푸조나무는 천연기념물 제 311호이다. 이 나무는 50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키는 18m, 가슴 높이의 줄기가 8.5m, 가지퍼짐은 동서로 23m, 남북 19m, 원줄기 밑부분에 굵은 혹이 많이 발달하고 있다. 푸조나무는 느릅나무에 속한다. 분포는 중남부 지방에 많다. 잎은 어긋나며 둥글고 길쭉한 모양이며 가장자리에는 뽀쪽한 톱니가 있다. 줄기의 껍질은 회색을 띤다. 세로로 나무피에 얕은 줄이 있다. 꽃은 5월경에 피고 열매는 가을에 검게 익는다.
 
이 푸조나무에서는 떨어져도 사람이 다치는 일이 없다고 한다. 나무의 밑둥지 1m 정도의 높이에서 두갈래로 크게 나뉘어져 북쪽 것은 할아버지, 남쪽 것은 할머니 나무로 불리기도 하여 '노부부목'이라 부르기도 하고, 또는 마을의 당산목으로 신이 깃든 '지신목'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는 나무 가까이 성황당이 있어, 할머니의 넋이 이 나무에 깃들어 있기 때문에 마을의 안녕을 지켜준다고 믿는다. 
 

수영공원 안의 곰솔나무는 천년기념물 제 270호. 이 나무는 오래된 큰 나무(노거수)로서 부산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종류. 나무의 나이는 400년 이상이며 키가 22m, 가슴 높이의 줄기둘레가 4. 1m, 가지 퍼짐은 동서로 19m, 남북으로 21,7m이다. 조선시대 이곳에 좌수영이 있을 당시 이 나무에 신이 들어 있다고 믿어, 군신들이 나무로 군선을 보호하고 무사 안녕을 비는 제사를 지내며 신성하게 여겼던 나무. 곰솔은 해송, 흑송이라고 하여 소나무과에 속한다. 분포는 중부 이남의 해안과 도서지방에 주로 자생하는 향토수종이다.
 

 
오백년 노거수, 푸조나무가 마을의 안녕을 지켜준다고 믿는 수영구 주민들은 매해 정월보름이면, 무사안녕을 비는 동제를 올린다. 푸조나무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 있는 서낭당에서 올린다. 이 서낭당은 임진왜란 전에 세워진 것으로, 송씨할매당으로도 불리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 조상은 옛부터 마을의 당산목과 지신목으로서 숭배의 대상이었다. 당산나무는 신령이 깃든 나무로 수호신 역할을 하고, 대개 남성과 여성으로 쌍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할머니 당산, 할아버지 당산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곳의 푸조나무는 오백년을 해로해서 한몸이 된 연리지 노부부목다. 그 넉넉한 그늘 아래 노인들과 아이들이 4월의 향기를 즐기고 있는 목신의 오후, 어디서 애간장을 끊는 호각 소리가 들리는 듯…
 

                                                      

덧붙이는 글 | 부산 좌수영성지(수영공원) 찾으려면 지하철 2호선 수영역에 하차하여 3번 출구로 나오면 팔도시장이 나오고, 이 팔도 시장 안에 소재 한 파출소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태그:#곰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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