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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는 밭일 하다가 아 낳고 바로 한 시간도 안 돼서 다시 밭에 가서 일했다 아이가"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없었지만 종종 할머니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기의 탯줄도 당신 손으로 자르시고 좀 쉬다가 툴툴 털고 다시 일을 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 하지만 그때야 제대로 병원에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그려러니 했다. 그러나 집에서 혼자 애를 낳는다니...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가정 분만. 병원이나 조산원이 아닌 집에서 아이를 낳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갈 수록 이 가정 분만을 하는 사람들도 늘고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병원에 갈 수 없어서가 아니라 산모가 집에서 아기를 낳겠다고 선택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그 수가 많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유럽국가 특히 네덜란드, 영국 등에서는 가정 분만을 하는 경우가 비교적 많다. 하지만 가정 분만이 그동안 '안전성'을 두고 논란이 계속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한 연구에서 가정분만이 병원에서 분만하는 것과 안전성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가정 분만이 병원에서 분만하는 것과 안전성에 있어 큰 차이가 없었다는 연구를 보도한 <BBC>
 가정 분만이 병원에서 분만하는 것과 안전성에 있어 큰 차이가 없었다는 연구를 보도한 <BBC>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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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공영방송 <BBC>는 '산부인과학저널(BJOG)'에 실린 가정 분만의 안전성에 대한 한  연구 결과 병원에서 분만하는 것 보다 더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15일 보도했다.

가정 분만 비율이 30%에 달하는 네덜란드의 국립연구소 연구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총 53만 건의 출산에서 가정 분만과 병원 분만에서 산모나 아기의 사망률 차이가 크지 않았다. 

가정 분만은 그동안 안전성 문제로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미국산부인과학회는 1975년부터 가정 분만을 엄격하게 반대해 왔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가정 분만을 하면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권장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06년 모든 여성들에게 가정 분만과 병원 분만 중 하나를 선택 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이에 따른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현재 가정 분만을 선택할 경우 조산사 등 의료 인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응급시 이송 체계가 갖춰 시행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1988년 이후 가정 분만이 계속해서 늘어났다. 영국 통계청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영국과 웨일즈에서는 2.7%의 산모가 가정 분만을 택했다.

가정 분만을 다룬 미국 헐리우드 다큐멘터리 영화 <비즈니스 오브 빙 본>(2007)의 한 장면.
 가정 분만을 다룬 미국 헐리우드 다큐멘터리 영화 <비즈니스 오브 빙 본>(2007)의 한 장면.
ⓒ 비즈니스 오브 빙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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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는 기사에서 이번 연구는 네덜란드가 유럽 내에서 출산 중 혹은 축산 직후 태아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시행면서 당시 네덜란드 당국은 높은 비율의 가정 분만이 그 원인인 것으로 생각했으나 연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연구는 조산사의 도움으로 가정 분만을 계획한 여성과 병원 분만을 계획한 여성들의 '위험 가능성'을 비교한 결과 모성 사망률과 태아 사망률 또는 출산으로 인한 발병률에는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기사는 이번 연구는 둔위분만이나 선천성기형 등 후유증 발병 위험 가능성이 적은 '저위험 산모'만을 대상으로 해 보편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좀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 국립연구소 응용과학 연구팀의 시모네 바위텐데익 교수는 "분만 시작 때 저위험 산모는 조산원과 함께 가정 분만하는 것이 병원에서 분만하는 것만큼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결과들은 진통이 느껴질 때 위험 가능성이 적은 여성들에게 가정 분만을 권유하는 정책을 강화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정 분만을 한 여성 중 거의 3분의 1은 후유증이 발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후유증이 나타난 산모들은 병원에서 분만을 했더라도 후유증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는 여성들이었다고 연구는 밝혔다.

연구는 가정 분만에 대한 몇몇 주의 점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가정 분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숙련된 조산사가 있느냐의 여부라고 강조했다. 또한 출산을 처음하거나 소수 민족 산모의 경우 후유증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병원에서 분만을 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루이스 실버톤 국립 조산대학의 부 사무국장은 이 연구에 대해 "가정이 병원만큼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준 중요한 성과"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에서도 가정 분만의 비율과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분만을 전문적으로 도와줄 조산사의 수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조산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02년에는 889건, 2006년에는 1242건이었다. 하지만 조산사 수는 계속 줄어들어 현재 1310명(2007년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정 분만에 대한 국가차원의 실질적 지원도 전무한 상황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내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출산, #가정 분만, #분만, #자연분만,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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