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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수도권의 유일 재보궐선거 지역인 '부평을'에 여당과 야당이 전력을 투입해 사활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GM대우 프레임'이 깨지면서 조직력 대결로 치닫고 있다.


4월 29일 실시되는 5곳의 국회의원 재선거 지역 중 정동영 전 장관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전주 덕진을 제외하고 모든 지역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어, 막판 주말 표심이 당락의 향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각 당은 이번 주말에 총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박연차 리스트'와 'GM대우 유동성 자금 지원' 등 여야 정쟁의 주요쟁점이 이번 부평을 재선거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자, 각 당은 조직력 대결을 벌이고 있다. 여기다 한나라당 이재훈 후보 폭행사건, 부정선거 폭로·비방전 등 진흙탕 싸움도 계속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은 더욱 선거에 무관심해 투표율이 상당히 낮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쟁점 사라진 부평을 남은 건... 여야 지도부 '외나무다리 대결'


한나라당 인천지역 국회의원의 좌장을 맡고 있는 이윤성 국회 부의장과 조진형 의원 등은 부평을 재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세 명 중에서 한 명을 공천해주기를 당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 지도부는 민주당 텃밭인 전북지역과 친박(박근혜)계 후보와의 대결이 예상된 경주지역을 제외하고 울산 북구와 부평을에 경제전문가를 공천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이는 두 지역 모두 공업화된 도시로 특히 자동차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특수성을 감안한 것이다. 또한 민주당이 4월 재보선을 '이명박 정권에 대한 중간 심판' 성격으로 몰아가는 것을 차단하고 '경제 프레임'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결국 부평을 재선거에 이재훈 후보(53)를 전략 공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도 대우자동차 출신의 홍영표(52) 후보를 전략 공천했다. 이는 지역 출신인 최원식 변호사와 지방의원을 거쳐 국회의원(비례대표)을 지낸 홍미영 전 의원보다 이 후보와 대칭점을 이루는 데 홍 후보가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부평을 재선거는 초반부터 GM대우 회생 방안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회 과반을 점하고 있는 여당의 이재훈 후보가 '낙하산 공천'이란 비판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됐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15일 부평을 방문해 "미국 본사가 어떻게 돼도 인천 부평의 대우는 정부와 함께 확실히 살릴 것"이라며 이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지난 19일 인천을 방문해 "산업은행 지분을 매입해서라도 GM대우를 회생시키겠다"며, GM대우 문제를 부각하며 이 후보를 지원했다.


이에 민주당은 재보선 특성상 정권에 대한 중간심판의 성격이 짙음에도, '정권 심판' 구도를 버리고(?) GM대우 관련 공약을 발표하며 맞불작전을 폈다.


이는 민주당이 지난해 촛불민심에 이어 'MB악법'에 대한 민심을 모아낼 수 있는 'MB정권 심판'을 쟁점화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선 한나라당의 'GM대우 프레임'에 민주당이 갇혔다는 분석도 나왔다.

 

 

민주당, 이젠 '정권심판' 들고 나온 김응호 후보 사퇴종용?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응호 민주노동당 후보만이 MB악법 저지, 경인운하 저지, 이명박 정권 심판 등의 선명한 정치적 구호를 들고 나왔다. 김 후보의 지지율은 수도권에서 민노당의 지지율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4월 재보선에서 주요 관심 지역인 울산 북구에서 김창현 민노당 후보와 조승수 진보신당 후보가 극적으로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김응호 후보에게 기자들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울산은 민주당 후보가 사퇴하고 단일화를 했는데, 김 후보는 (민주당과) 선거연합 의향이 없냐는 전화다.


부평을에서 민주당과 민노당의 선거연합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민주당은 당초 선거연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4월 재보선에서 형성될 수 있는 전선은 'MB악법 저지'를 위한 반민주·반신자유주의 전선이었다. 울산 북구에서 선거연합이 후자에 가깝다면 부평을에서 반신자유주의 전선은 가능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부평을에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대책본부장을 지낸 홍영표 후보를 공천한 것은 FTA 저지 투쟁을 벌여온 민노당과의 선거연합을 배제한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럼에도, 일부 민주당 당직자들은 "울산 북구에서 민주당 김태선 후보가 사퇴했으니, 김응호 후보도 MB정권 심판 차원에서 사퇴해야 하는 게 아니냐"면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23일 민주당 복수의 관계자는 "울산에서 우리가 양보했으니, 부평에서는 민노당이 양보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인천 지방의원 150명 투입

 

정치 쟁점도 사라지고, 선거연합도 사라진 상황에서 남은 기간 동안 박빙의 대결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조직 대결밖에는 없다.


23일 저녁 7시경 이재훈 후보 선거사무실에서는 40여 명이 교육을 받았다. 이들은 한나라당 부평을 중앙위원들이다. 이들이 나가자 이번에는 한나라당 소속 인천시의회 의원, 기초 의원 수십여 명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미 부평을 지역에서 각자 연고자를 찾아 만남을 진행했다.


한나라당 부평을 재선거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조진형 의원은 "후보가 외부에서 와 낮은 인지도에서 출발했지만, 좋은 출발을 하고 있고 이제 한나라당 조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면서 "이로 인해 바닥 민심이 서서히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한 당직자는 "부평을 조직이 체계를 갖고 가동된 지 3일 됐지만, 이미 민주당 조직력을 뛰어넘는다. 지방의원 150여 명의 투입이 매우 주요한 역할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며, "이들의 연고를 가동하면 하루 5표씩만 모아도 4~5일이면 승리를 확신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한나라당은 조진형 의원 부개3동, 이윤성 의원 산곡2동, 조전혁 의원 산곡1동 등 인천지역 현역 의원을 각 동 책임 의원으로 임명하고, 그 밑에 각 지구당 소속 지방의원 등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


민주당, 현역의원 총 투입․.. 당대표 매일 방문

 

민주당도 조직력 이외에는 더 이상 선택할 카드가 없어 보인다. 정세균 대표는 전주 덕진에서 정동영 후보의 압승이 예상되면서 부평을에 사활을 걸고 선거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 대표는 부평을 매일 방문하고 있다. 선거캠프 관계자들도 이제는 의전보다는 밀착형 선거 유세전을 짜주고 있다.


또한 민주당도 각 동별로 책임 의원을 배치하고 거기다 현역 국회의원, 지역위원장 등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 산곡 1동 책임의원 이낙연, 산곡2동 박명석, 산곡4동 천정배·박지원, 청천1동 추미애·이시종 의원 등을 배치하고 있다. 수도권 의원들은 매일같이 시흥과 부평을 지역을 방문해 선거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1인 10명 연락처 받기'운동을 통해 연고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부평을 당원 3000명에게 독려전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여기다 민주당은 정동영 후보 출마와 홍미영 전 의원 공천 탈락으로 일부 이탈한 호남 민심도 100% 끌어안기 위한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민노당, 울산 진보단일화 탄력... "특권과 무능 넘어 진보세력 승리"

 

울산 북구의 단일화 소식에 김응호 민노당 후보 캠프 분위기는 한층 고무된 분위기다.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의 지지선언에 이어, 진보신당, 진보적 시민단체 등이 진보진영 단일후보인 김응호 후보에 대한 승리를 위해 공동 선거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GM대우노조와 현장조직도 공개적으로 김 후보 지지를 선언해 더욱 고무돼있다.


여기다 계양산 골프장 저지, 경인운하 반대, 카드수수료 인하 운동 등을 통해 맺어온 시민사회의 지지도 함께 받고 있으며, 진보신당과의 단일화로 진보신당 지지층의 결집도 예상하고 있다.


이용규 민노당 인천시당 위원장은 "반MB 연대를 실현하기 위해 단일화를 기대하는 민주당에 우리는 '노(NO)'라는 입장을 밝힌다"면서,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서 날치기 처리된 한미 FTA를 추진하고 부자감세와 방송법 개악에 동의하는 '오락가락' 행보로 국민의 지탄을 받은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는 민주노동당의 민생정치와 거리가 먼 일"이라고 말했다.


민노당은 남은 선거운동기간 동안 생활밀착형 공약으로 유권자에게 다가가고, 지역의 진보진영이 최대한 결집하는 선거운동으로 한나라당, 민주당의 구도를 깨겠다는 각오다.

 

 

무소속 천명수, 향토세력 결집... 바닥 민심 자신


인천시 정무부시장 출신의 천명수(61) 후보는 당초 보수대연합에 흡수될 것이란 예측을 깨고 지역 바닥 민심을 흡수해 들어가고 있다. 무소속이라는 약점에도,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8% 이상의 지지율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 후보 캠프 관계자들은 "여론조사에 나타나지 않는 부평 향토 층에서 지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낙하산 공천의 오만함은 반드시 심판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무소속 약점에 대해서도 "유세를 하면서 주민들의 정치에 대한 혐오와 염증을 피부로 느끼고 있고, 낙하산 공천하는 한나라당도 싫고, 도덕적으로 흠집 난 민주당도 싫다는 여론이 많다"면서, "부평을 위해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후보를 원하고 있다. 부평 출신인 천 후보를 수많은 지인들이 세포가 분열하듯 지지세력을 모아주시고 있는 만큼 허수가 많은 여론조사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현재 천 후보 캠프에는 구본철 전 의원 측 조직과 이재훈 후보 캠프에 결합하고 있지 못하는 한나라당 지지 성향의 향토 조직, 부평지역 초등학교 동문연합회 일부 회원들이 결합해 돕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부평을 재선거, #이재훈, #홍영표, #김응호, #천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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