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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뜨길 기다리는 나만의 시간
▲ 어둠 속에서 태양이 뜨길 기다리는 나만의 시간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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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마다 바다에 나와 해가 뜨길 기다린다. 나에게는 날마다 바다에서 솟구치는 일출은 새해 아침의 일출처럼 가슴이 설렌다. 바다 가까이 산다는 것은 정말 행복이다. 해가 뜨길 기다리는 바다의 변화무쌍한 파도의 모양을 지켜 보고 있으면, "파도는 하루에 70만번 제 몸을 쳐서 소리를 낸다"는 말이 생각난다. 이 말을 처음 들을 때 긴가민가 했는데, 실제 과학자들이 파도의 움직임을 관찰한 결과에 의한 숫자라고 하니 대단한 발견인 것이다.

바뀌는 마음의 색깔처럼
▲ 1초마다 바뀌는 마음의 색깔처럼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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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모르긴 해도 여명 무렵의 바다 색깔이 몇 번이나 변하는지 과학적으로 관찰한 기록 같은 것도 있지 않을까 싶다. 나이가 들수록 좋은 것은 우주나 자연 주변의 사람에 대한 감사함이다. 정말 나는 젊을 적에는 우주나 자연 등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것들은 늘 사람들을 위해 항상 있어왔다는 생각이 많았다.

아침 노을에 물드는 바다
▲ 점점 아침 노을에 물드는 바다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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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갑자기 과로와 신경과민으로 지쳐 쓰러진 후부터 내 인생관은 180도로 바뀐 것이다. 종교을 가진 적이 있으나 그냥 건성이었다. 사람과의 관계도 직장에 다니는 관계로 대부분 이해 계산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일까.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소중함도 모르고 살았다.

하루에 70만번 제 몸을 쳐서 소리를 낸다고 하는데...
▲ #파도는 하루에 70만번 제 몸을 쳐서 소리를 낸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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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바다에 나오면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난다.  내가 아주 어릴 적 잔병치레를 많이 한 탓에, 어머니는 늘 기도하고 직접 산으로 들로 나가서 민간약재를 구해와서 내 건강을 지켜주셨다. 그런 어머니가 노병으로 앓아계실 때 나는 타향에서 직장 생활을 한 탓에 제대로 병문안도 여쭙지 못한 불효를 했다. 내 몸은 부모님이 물려주신 몸, 이 몸이 아프고 고통 받으면서 새삼 부모님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지만, 이제 너무 늦은 것이다.

어머니의 품 속 같다...
▲ #새벽바다는 어머니의 품 속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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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혀 출항하는 어부
▲ 파도에 묻혀 출항하는 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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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새벽 바다에 나오면 내 이런 후회도 멀리 파도에 물러가고 앞으로 앞으로 전진하는 어부들의 뱃길 앞에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것이다. 앞으로는 파도처럼 깨어서 살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 다짐은 하루 70만번 제 몸을 쳐서 소리를 내는 파도처럼 내 안에서 나를 깨울 것이다.

거대한 파도를 밀어올리며, 저 수평선을 향해서 나아간다
▲ #첫 바다 바람에 파도가 희게 거품을 던지고 거대한 파도를 밀어올리며, 저 수평선을 향해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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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깊고, 검푸른 파도여,
▲ # 밀려와라 그대 깊고, 검푸른 파도여,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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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기슭에 서면 포말치는 파도는 밀려와
얼굴이며 머리털을 적시었다.
낙일은 빨갛게 연연히 불길을 서쪽에 태우고
바람은 무섭게 소리쳤다.
떠들썩하던 바다 갈매기들은 육지로 달아났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중략) 내 그물은 여기저기 찢겨 구멍투성이지만
그래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바다에 그물을 던지고 기다렸다.
<신생> 중 'W. 와일드'

도
▲ 파 도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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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도가 없는 바다는 바다가 아니며 위험이 따르지 않는 산은 산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인생도 험한 파도가 없는 인생은 인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에 70만번씩 제 몸을 치는 파도소리에 귀를 여니 살아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마음이 든다.

행복은 마음에서 온다는 말을 이제야 가까스로 느끼는 나이...그러나 내 삶은 확실히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다는 것... 내게 우렁찬 파도 소리는 열심히 살라는 죽비소리처럼 들린다. 가만히 지켜 본 새벽바다, 1시간에도 몇 수천 수만 번의 빛깔을 바꾼다. 살아 있는 이 모든 것을 볼 때 어쩜 정지된 것은 애초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에 드는 바다
▲ #내가 찍어서 내 마음에 드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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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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