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 보강 : 29일 저녁 7시]

 

북한이 로켓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에 대해 구체적인 강경대응방침을 천명하고 나섰다.

 

북한 외무성은 29일 오후에 낸 '대변인 성명'에서 "유엔안전보장리사회가 즉시 사죄하지 않는 경우 우리는 첫째로, 공화국의 최고리익을 지키기 위하여 부득불 추가적인 자위적조치들을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여기에는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싸일발사시험들이 포함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둘째로, 경수로발전소건설을 결정하고 그 첫 공정으로서 핵연료를 자체로 생산보장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지체없이 시작할 것"이라고도 했다. 우라늄 농축 기술개발에 들어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성명은 "적대세력들에 의하여 6자회담과 함께 조선반도비핵화의 념원은 영원히 사라지고 정세가 전쟁접경에로 치닫고 있는 엄중한 사태에 대처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은 엄숙히 경고한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성명은 유엔 안보리가 로켓발사를 문제삼아 지난 24일 북한의 3개회사를 제재대상으로 선정한 것을 맹렬히 비난했다. 성명은 이에 대해 "반공화국제재를 실동에 옮기는 불법무도한 도발행위를 감행했다"고 규정하면서 "엄중한 것은 유엔안전보장리사회가 미국의 책동에 추종하여 주권국가의 자주권을 란폭하게 침해하고도 모자라 이제는 우리 공화국의 최고리익인 나라와 민족의 안전을 직접 침해하는 길에 들어섰다는 사실"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유엔안전보장리사회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주권을 침해한데 대하여 당장 사죄하고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채택한 모든 반공화국 결의와 결정들을 철회하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명확하게 핵실험 실행의지를 천명하기까지 차례차례 발언수위를 높여왔다.

 

지난 24일 조총련기관지 <조선신보>의 "<6자구도의 붕괴 -3〉 조선반도비핵화의 갈림길-자위적핵억제력의 강화"기사에서 2006년 10월 핵실험 당시 상황을 언급하면서 핵실험에 나서겠다는 뜻을 시사했고, 이어 25일에는 영변 핵시설에서 폐연료봉의 재처리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었다. 29일에도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천만번 정당한 자주권 행사'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핵억제력을 강화하겠다"고 했었다.

 

전문가들 "미국에 협상 압박의도... 대응 없으면 실제 핵실험할 것"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발표를 "미국에 대해 협상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을 향해 '서둘러서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실질적인 핵보유국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평양을 찾아온 러시아 외무장관의 면담을 거부했는데,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로켓발사를 비난하는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 동참한 것에 대한 불만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으로서는 믿을 것은 자신들의 국방력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미국 등의 구체적 대응이 없다면 실제로 핵실험을 강행할 것으로 본다"면서 "2차 핵실험을 한다면 북한은 실제 핵보유국이 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8월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30.9kg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으나, 올해 2월 발간된 2008년 국방백서는 북한이 총 40여 kg의 플루토늄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50kg 정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핵무기 1기를 만드는 데 플루토늄이 6∼7kg 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7, 8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북한이 이미 이 정도 숫자의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른 외교안보전문가도 "크게 보면 북미간 직접대화를 앞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국면"이라면서 "물론 이번에 북한이 밝힌 핵·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과 우라늄농축은 미국이 응하지 않으면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으로서는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 반발하는 차원에서 카드를 던진 것이기 때문에 협상여지는 있다고 본다"면서 "로켓발사는 체제내적인 요인이 컸기 때문에 지난 번에는 미국의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을 허용할 수 없었지만, 이번 핵실험 의사표명은 미국에 대한 협상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농축우라늄 프로그램 공개화 의도... 한국 정부 역할 중요"

 

북한이 우라늄 농축 의도를 밝힌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북한은 지난 14일 외무성 성명에서도 "우리의 주체적인 핵동력공업구조를 완비하기 위하여 자체의 경수로발전소 건설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었다. 경수로에 대한 이같은 언급은 우선 핵문제에 대한 논의단계가, 2005년 9·19공동성명 이전 상태로 회귀했음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이것 역시도 미국에 대한 적극적 압박카드이다. 홍현익 수석연구위원은 "2002년 2차 북핵위기는 고농축우라늄(HEU)프로그램을 둘러싼 것이었는데 북한은 이제 이것을 공개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은 고농축우라늄은 아니어도 저농축우라늄에 대해서는 실험을 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보즈워스 대표가 (미국 현지시각으로 27일) '당장 대북제재를 강화할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화의지는 분명해 보인다"면서 "유엔 안보리의 제재절차가 다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한국 정부가 북미 대화를 추동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4년과 2002년에 이어 3차 북핵위기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태그:#북한 ,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