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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해설가가 참가자들에게 길을 안내하고 있다.
 숲 해설가가 참가자들에게 길을 안내하고 있다.
ⓒ 녹색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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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4일 오후 2시, 보슬보슬 봄비가 내리는 국립수목원. 소풍을 마치고 재잘거리며 짝꿍의 손을 잡고 걸어나오는 유치원 아이들,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부부의 표정은 봄비처럼 싱그럽다.

97년부터 광릉수목원은 광릉숲을 보전하기 위해 예약제를 시행하고 한정된 수의 방문객만을 받고 있어 붐비지 않고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하나 둘 씩 입구로 오가는 사람들 옆으로 나무로 된 작은 해설센터가 보였다. 그 앞에 열 명 정도의 사람들이 우산을 들고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곧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우비를 입은 전문해설자가 나타났다.

국립휴양림, 국립수목원에서 1999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숲 해설 프로그램'은 자연환경과 식물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제공하려는 취지로 만들어져 현재까지 약 45만명(2007년 기준, 산림청)이 이용했다. 숲 해설 제도는 전문해설가가 참가자에게 나무와 풀, 꽃 등에 관한 지식을 전달하고 다양한 체험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 호기심 자극하는 숲 해설가의 설명

조그만 확성기를 목에 건 숲 해설가는 프로그램에 참가한 고등학교 교사 10명을 데리고 느티나무 아래로 이동한 뒤 체험을 시작했다. 무리는 습지원을 지나 조팝나무 앞에 섰다. 조팝나무에는 하얗고 작은 꽃이 겹겹이 붙어있다. 조팝나무 꽃들은 잎이 너무 작아 벌들이 자신을 잘 알아볼 수 있도록 모여 난다는 숲 해설가의 설명이 이어졌다.

조금 더 걷자 참나무에 앞에 이르렀다. 모든 식물의 이름에 있는 '참'은 '나를 먹을 수 있어요'라는 뜻이란다. 참가자들은 곧 '개참'의 뜻도 알아맞춘다. 비식용식물이라는 뜻이다. 밑둥이 잘린 나무 앞에 서자 숲 해설가는 이 나무는 죽은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자세히 보니 잘려진 나무 표면 주변에 새살이 돋 듯 나무도 자라나서 스스로 아물고 있다. 죽어서 쓰러져 있는 나무들은 곤충들이 머무는 아파트단지라는 설명도 했다.

참가자들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면 종종 탄성을 지른다. 숲 해설제도는 식물, 꽃에 대한 지식·정보전달에 그치는 것을 지양하고 있다. 자연 생태 지식을 전달하면서 환경에 대한 감수성과 호기심을 함께 자극시키는 데 더 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 코스로 침엽수림원 안에 들어가자 숲 해설가는 참가자들에게 물었다. 좋은 숲이란 어떤 것이냐고. 사람들은 잎이 무성한 아름드리 나무가 많은 숲이 아니냐고 답했다. 좋은 숲은 침엽수와 활엽수, 키가 작은 나무와 큰 나무, 다양한 곤충들이 살고 있는 숲이라고 숲 해설가는 설명했다.

숲 해설가는 또 참나무가 소나무를 밀어내어 숲의 주인이 되고, 참나무들은 다시 서어나무, 오리나무 등에 밀려 없어져 서어나무 등으로 이루어진 극상림으로 변해가는 숲의 천이과정을 설명했다. 현재 국립수목원은 다양한 수종들이 많은 극상림 단계에 속해있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을 추진 중이다. 참가자들은 소나무 앞에 서서 사람의 정신을 맑게 한다는 피톤치드를 한 껏 들이마신 뒤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돌렸다.

숲 해설, 환경보호 의식을 일깨우다

국립수목원 입구 옆을 흐르는 작은 개울가. 멀리 두루미가 앉아 있다.
▲ 비오는 국립수목원 국립수목원 입구 옆을 흐르는 작은 개울가. 멀리 두루미가 앉아 있다.
ⓒ 녹색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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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 입구로 되돌아가는 길에 무리는 구상나무 앞에 섰다. 구상나무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죽어가고 있는 수종 중 하나다. 숲 해설가는 지금과 같은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면 약 50년 후 서울에는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는 귤나무가 무성하고, 200년 후쯤에는 동남아시아에 있는 야자수나무를 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사람들의 표정이 숙연해졌다.

숲 해설가는 가르치는 것이 아닌 함께 즐기는 해설을 통해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환경을 소중히 생각하고, 환경 보전활동에 참여하도록 자극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숲 해설가 차정숙씨는 "내 해설을 통해 사람들이 숲에 대한,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날 참가한 청량고등학교 교장은 "숲 해설프로그램을 통해 숲의 다양한 정보들과, 여러 생각들을 얻게 되었다. 학생들을 데리고 체험학습을 나오는 것도 생각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환경부는 습지 생태계, 비무장지대, 해안생태계, 숲,문화자원 등 해설과 체험활동을 즐기도록 하는 생태관광 20선을 선정해 발표했다. 숲 해설가 제도도 포함되는 이 생태산업은 다수의 녹색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자연을 단순히 사업의 관점으로 접근해 생태관광이라는 명목으로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숲 해설가 제도 역시 단순히 일자리 창출의 목적이 아닌 환경보호활동의 일환으로 사람들의 의식을 일깨우는 첫 단계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녹색기자단이 만난 사람들 - 숲 해설가


숲해설가 차정숙씨
 숲해설가 차정숙씨
ⓒ 녹색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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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유적지 해설가로 경복궁에서 계셨다는 차정숙님은 2009년 봄 현재 국립 수목원에서 숲 해설가로 일하고 있다. 그가 숲 해설가로 직업을 바꾼 이유는 이렇다.

"유적지 해설도 참 재미있지만 과거에 대해 설명하는 것보다 매일 살아서, 매일 변화해가는 숲을 설명해보고 싶었어요."

일반인들은 주말에나 가끔 찾아가는 숲을 일터로 삼은 사람들이 바로 숲 해설가이다. 그들은 종일 나무 사이를 거닐며 숲을 탐방한다. 숲 속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도시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나무들이나 바람, 곤충과 물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는 둔감해진 우리에게 숲을 느끼도록 도와준다는 숲 해설가를 만나보았다.

- 숲 해설가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숲을 해설하는 거죠. 그렇지만 숲에 대해서 교육을 하는 그런 해설만은 아니에요. 오히려 중요한 건 숲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그냥 가르치는 것과는 다르죠. 자기가 먼저 숲을 사랑하고, 그 마음을, '숲을 사랑하는 마음'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 숲 해설가는 숲을 사랑하는 마음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사람이라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숲 해설가의 역할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말했듯이 단순히 숲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 아니에요.흔히 숲에 사는 꽃이나 나무들은 잘 보호하지만 곤충들은 보호할 줄 모르잖아요. 하지만 벌레들도 중요해요. 이건 교육할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하지마세요, 하지마세요.' 해서는 소용이 없거든요. 숲을 사랑하게 되면 절로 나무에서부터 곤충까지 방해하지 않게 되요. 저는 그래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알게 하는 게 숲 해설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좋은 해설이 된다고 보는 것도 그 때문이죠. 재미있으면 사람들이 알아서 숲을 느끼고 좋아하게 되거든요."

- 마음이 있으면 절로 좋은 숲 해설가가 된다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요. 그럼 숲을 사랑하는 마음이란어떤 마음일까요?
"자연 그대로를 방해 않고, 그대로 사랑하는 마음. 여기 주변을 보세요. 저기 백로가 호숫가에 있죠. 비가 내리고 있고요. 이 나무들은 매일 매일 다른 모양으로 자라고 변한답니다. 이것들은 이대로 너무 아름답죠.이것들이대로 내버려 둘 줄 아는 마음이에요."

- 정말 좋은 사랑방법인 것 같네요. 숲 해설가로 계시면서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행복한 거요. 숲은 매일 매일 달라요.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살아 있는 숲에 갈 것을 생각하면서 내 마음은 희망 그 자체가 되곤 해요."

- 숲 해설가로서 숲을 찾는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으시다면요?
"요즘 사람들은 도시에 살아서 그런지 감성이 메마른 것 같아요. 숲을 그대로 보려면 감성을 키워야 해요.물감을 칠하기 이전의 그대로의 모습 그대로가 숲이거든요. 그대로의 숲을 보고 느끼는 건 누군가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단지 하나의 나무, 꽃이 되어보는 마음이니까 누구든지 하면 되요."

-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제가 숲을 처음 해설할 때는 참 떨리고 그랬는데, 세월이 흐르고 숲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다 보니 아는 만큼 내 것이 되고 그게 노하우가 된다는 것을 느꼈어요. 무엇을 하든 관심이 바탕이 된다는 거,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아직은 사람들에게 낯선 숲 해설가들은 전국 수목원과 국립공원 등지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숲을 해설해주고 있다. 대부분 자원봉사 혹은 계약직의 형태로 일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요즘 들어 계약직의 경우에는 숲 해설 교육과정을 수료한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현재 서울시 종로구에 숲 해설가 협회가 있으며 크고 작은 숲 생태 교육, 숲 해설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숲 학교들이 전국 곳곳에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숲 해설가 협회 사이트 http://foresto.org/
숲생태교육 정보 사이트 http://cafe.naver.com/ecoedu00.cafe http://www.ecoedu.net/

덧붙이는 글 | 안미소·장보연 기자는 녹색연합의 녹색기자단입니다.



태그:#숲 해설가, #국립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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