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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어버이날 시댁엘 가면서 예전에 없던 꽃바구니를 하나 사 들고 갔다. 그전에는 허례 허식을 싫어하는 시아버지께 꽃바구니를 내밀었다가는 돌아오는 것은 지청구뿐일 것이기에 감히 엄두를 못 내었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병석에 계시다가 회복기에 드신 시아버지의 무료한 일상을 즐겁게 해줄 눈요깃거리로 나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용기가 났고 동네 꽃집을 돌며 며칠 꽃바구니를 물색했다. 그러다 우연찮게 꼭 마음에 드는 꽃바구니를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다른 경우는 보통 초록색 둥근 꽃바구니에 카네이션이나 패랭이꽃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내 눈을 자극한 그 화분은 직사각형에다 꽃바구니가 '연분홍색'이었다.

둥근 것보다 직사각형이니 일단 안정감이 들었고 화분이 두 개 들어 있으니 꽃이 그만큼 더 풍성해 보였다. 게다가 바구니 테두리는 띠 아닌 주름 잡힌 넓은 레이스가 둘러져 있었고 두 개의 화분은 각각 또 색 한지로 우아하게 감싸져 있으니 화장발도 그런 화장발이 없었다.

보는 순간 눈에 딱 꽂혔는데 가격도 달랑 12000원이었다. 그래서 당장 샀고 집에다 며칠 두고 보니 날이면 날마다 태양빛을 받아 꽃봉오리들이 새로 터져 나왔다. 분명 대박나지 싶다는 생각을 하며 시댁엘 들고 갔는데 역시나 회복기의 아버님에게 딱 좋은 친구가 되어 보였다.

마루에 나와 햇볕을 쬐던 시아버지는 '고것 참!' 하면서 자주 꽃에 눈길을 주었다. 꽃도 꽃이지만 꽃바구니도 볼 만했기에 나도 자꾸만 눈이 갔다.

"많이 비싸게 줬제?"
"아니에요. 화분 두 개 각각 3천 원씩이니 6천 원에다 꽃바구니 장식 값해서 만 원 조금 더 줬어요."
"그래?"
"잎이 시든다 싶으면 물 반 컵씩 주세요. 그러면 좀 더 오래 갈 거예요. 피고 지고 피고 지고 하면서요."

시댁에서 돌아온 다음, '이번 주 친정에 갈 때도 그 꽃바구니를 한 번 더 써먹어 봐' 하는 생각이 들어 예의 그 꽃집에 가서 똑같은 것 없냐고 물으니 없다고 하였다. 하여 시내까지 나가서 둘러보아도 비싸기만 할뿐 또 둥근 초록색 꽃바구니만 있을 뿐 직사각형 연분홍 꽃바구니는 보이지 않았다.

이미 직사각형 연분홍에 마음을 빼앗겼기에 초록꽃바구니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일을 어쩐담. 궁리를 하다가 같은 것은 포기하고 나름 꽃바구니를 직접사서 장식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꽃집에서는 꽃 만 사고 예쁜 꽃바구니를 사서 장식을 하는 거야.'

그런데, 꽃바구니들은 어디서 파는 거야. 머리를 굴리다 모든 제품을 실비로 모시는 천냥 가게엘 들어가 보았다. 가보니 과연 용도 다양한 바구니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꽃집에서 쓰는 꽃바구니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예쁜 바구니들은 많은데 예쁜 것들은 다들 천이 씌어져 있어 양말이나 속옷을 담거나, 아님 학용품이나 소품을 담기에 적당할 뿐 꽃바구니로 하기엔 적절하지 않아보였다. 

그러나, 그렇긴 해도 적절한 조처만 취한다면 꽃바구니로 못쓸 이유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화분 받침을 밑에 깔면 천이 씌어져 있어도 상관이 없지 않을까.' 옳거니, 일단 되 든 안 되는 사 간 다음 집에 가서 시도 해보고 어울리지 않으면 양말 바구니로나 쓰기로 하고 천 바구니를 하나 샀다. 꽃받침 사는 김에 그럴 듯 해 보이는 플라스틱 화분도 하나 샀다.

그런 다음 꽃집에 들러, 예쁜 카네이션이 없어 제라늄과 트리얀, 그리고 카네이션 느낌이 나는 꽃술 큰 패랭이꽃을 샀다. 과연 어울려 줄지 어떨지. 아무튼, 집에 오자마자 신문지 깔고 작업 들어갔다. 그래서 완성한 것이 다음이다. 긴 서론에 비해 별로인가.(웃음) 아무튼, 나로선 처음 해보는 새로운 시도라 소개해 본다.

패랭이 꽃 3천원+트리얀2천원+제랴늄2천원+ 바구니 2천원 +화분과 꽃받침3개 3천원 = 만 2천원 들었다.^^
 패랭이 꽃 3천원+트리얀2천원+제랴늄2천원+ 바구니 2천원 +화분과 꽃받침3개 3천원 = 만 2천원 들었다.^^
ⓒ 정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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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늄 붉은 색이 팔순 엄마의 가슴에 삶의 의욕을 확 불댕겨 주길 바라는데, 크기가 너무 작은듯~ 키우는 재미로 보자면 앙증스러울까나.^^
 제라늄 붉은 색이 팔순 엄마의 가슴에 삶의 의욕을 확 불댕겨 주길 바라는데, 크기가 너무 작은듯~ 키우는 재미로 보자면 앙증스러울까나.^^
ⓒ 정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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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울 엄마 마음에 들어야 할 텐데… 원가가 워낙 싸다 보니 아무래도 돈 든 폼이 전혀 안 나는데, 성에 안 찬다 하면 우쩐다?


태그:#꽃바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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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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