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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장사하면 1년 먹고 사는 거 벌겠죠. 그렇다고 할 수 없잖아요."

 

봉하마을에서 장사하던 사람들이 돈 벌기를 접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26일 아침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초상이 났는데 돈 벌겠다고 문을 열 수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봉하마을에 있는 가게는 10군데 정도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23일부터 문을 닫았다. 자물쇠가 채워져 있거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귀향한 뒤 봉하마을에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가게들이 생겨났다.

 

마을 주차장 옆에는 매점도 생겼고, 보리로 빵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파는 '봉하빵' 가게도 생겼다. 노 전 대통령 사저와 도랑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는 먹을거리를 파는 포장차마가 들어섰다. 이외에 '군고구마'와 '금빛잉어빵'을 파는 가게가 있고, 오뎅과 옥수수, 번데기 등을 파는 가게도 있다. 천막으로 되어 있기도 하고, 작은 집으로 된 가게도 있다.

 

이 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은 것이다.

 

 

노 전 대통령 귀향 뒤 생긴 가게 10곳, 모두 문 닫아

 

매점도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지난해 2월 귀향한 노 전 대통령이 탁자에 앉아 담배를 피웠던 가게다. 가게 주인인 백승태씨는 문을 열 생각은 아예 하지 않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장례 준비 등 뒷일을 하고 있다.

 

닫힌 포장마차 옆에서 매실을 따던 한 주민은 "마을이 이런 데 장사 할 수 있겠능교, 하모 안돼죠"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3일 서거 소식을 듣고부터 장사를 하지 않고 있다, 장례를 다 치른 뒤에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누가 강제로 시켜서 문을 닫은 게 아니고, 모두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문객들에게 국밥 등을 팔던 '전통테마식당'은 지금 내빈과 장례 일을 맡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식사 제공 자리로 바뀌었다. 일반인들에게 국밥을 팔지 않기에 문을 닫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파 몰리는데 노점상 없다는 게 신기"

 

봉하마을에서 1.5km 가량 떨어져 있는 본산공단 주변에도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없다. 이 구간에는 온종일 많은 인파들이 걷고 있다. 여느 행사장 같으면 노점상이 생겨도 수십 개 생겼을 것이다. 그런데 노점상이 없다.

 

조문객들은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를 햇볕이 내려 쪼이는데도 걷고 있다. 많은 조문객들은 물을 갖고 걷기도 한다.

 

한 조문객은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데 장사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조문객 백광헌(43)씨는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여 들면 장사해도 좋을 것 같다"면서 "마을 안 가게뿐만 아니라 길거리에 노점상이 없는 것도 매우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태그:#노무현 서거, #봉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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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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