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식 장례절차가 끝났지만, 봉하마을을 찾는 추모객은 좀처럼 줄어들 것 같지 않습니다. 현충일이 낀 이번 주말 연휴기간에도 봉하마을을 찾는 추모 인파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누리꾼이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국민장 기간 중, 봉하마을 방문을 '올레' 길에 비유하였더군요. 제주 올레, 강화 올레에 이어서 봉하 올레 길을 걷는 추모인파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국민장 기간에 봉하 올레 길은 봉하마을까지였는데, 지금은 노 전 대통령 유골이 안치된 '정토원'이 있는 봉화산까지 연장된 듯합니다.

 

 

엊그제, 일요일에 봉하마을을 거쳐 노 전 대통령 유골이 안치된 정토원까지 봉하마을 새 '올레' 길을 다녀왔습니다. 공식 장례절차가 끝나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건너편 임시 주차장까지 승용차를 타고 갈 수는 있습니다만, 봉하 올레 길은 본산 공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국민장 기간에 봉하마을에 와 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셔틀버스 승하차가 이루어지던, 공단이 끝나고 마을이 시작되는 장소를 말합니다. 여기서부터 걷는 것이 좋은 이유는 걷기에 적당한 거리이기도 하고, 주말이면 여전히 마을주차장까지 가는 길은 굉장히 혼잡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아직 치워지지 않은 만장이 길 양편으로 세워져 있어 '노무현 대통령 추모'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도 합니다. 1km 남짓한 마을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가면, 금세 봉하마을을 알리는 커다란 표지석을 만날 수 있습니다. 길 오른편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을작목반원들과 함께 봉하 오리쌀 농사를 짓던 논이 있습니다.

 

 

대통령 서거 때문에 모내기가 늦어졌는데, 영결식이 끝난 후 모내기 일손이 바삐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만장에 쓰인 고인을 추모하는 글귀를 하나하나 읽으면서, 천천히 걸어가도 10~15분이면 봉하마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마을입구에 들어서서 왼편으로 있는 마을 회관 앞 공식 분향소는 아직 철거되지 않았습니다. 국민장 기간에 비하면 국화꽃도 많이 시들고 헌화할 꽃도 없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분향소를 지키면서 추모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공식분향소 왼편에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민중미술 작가가 그렸다고 알려진 노무현 전 대통령 대형초상화가 세워져 있습니다. 저는 아들 녀석과 함께 이곳에서 노 전 대통령 초상화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반대편에 있는 노사모 회관에도 추모 시설이 마련되어 있고, 고인의 사진을 비롯한 유품과 추모편지 등 전시물들이 있어 둘러볼 만합니다.

 

 

마을회관 공식분향소 참배 후, 추모 열기 간직한 노사모 회관 들르시길

 

김해시와 행정안전부가 국민장 이후에 지원을 전면중단하였기 때문에, 간단한 음식을 준비해 오시거나 아니면 봉하마을에 있는 매점을 이용하셔야 합니다. 대통령께서 손녀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사 먹던 그 가게에 들르실 수도 있고, 술빵을 비롯한 봉하표 간식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분향소를 들르신 후에는 마을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지내시던 사저를 둘러보시면 됩니다. 일부 언론이 '아방궁'에 비유했던 사저를 직접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사저 건너편에는 생가가 있지만, 지금은 고인의 유골이 안치된 '정토원'을 찾는 분들이 훨씬 많습니다.

 

고인이 생을 마감한 부엉이 바위 오른편으로 나 있는 등산로를 따라가면 정토원 가는 길  입니다. 등산로 입구에서 정토원까지는 불과 200여 미터밖에는 안 됩니다. 그렇지만, 산을 오르는 길이 가파르고 모두 계단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리 만만한 길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추모 인파가 몰리면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좁은 길이 복잡하여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정토원 방문객 중에는 나이 드신 불교신자들이 많아 걸음이 느리기 때문에 마음을 느긋하게 하고 여유롭게 걷는 것이 좋습니다.

 

정토원 가는 길은 추모 글이 적힌 노란 리본이 잔뜩 걸려 있기 때문에 길 잃을 염려도 없고, 중간에 샛길이 나타나도 그냥 등산로만 따라가면 됩니다. 입구에서 100여 미터를 오르면 왼편으로 옆으로 넘어져 있는 마애불상이 있습니다. 조금 위쪽에는 약수터가 있으니 이쯤에서 한숨을 돌리고 쉬었다 가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약수터에서 조금 더 위로 올라가면 목교가 나옵니다.

 

목교는 노 전 대통령이 생을 마감한 부엉이 바위 쪽으로 건너갈 수 있는 작은 다리입니다. 아직은 폴리스라인이 설치되어 있어 부엉이 바위 쪽으로는 갈 수 없습니다. 반대편 길은 노무현 전 대통령 유골이 안치된 정토원 가는 길입니다.

 

정토원은 조그만 절입니다. 이 절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정신적 지주'로 칭하며 존경심을 표했던 선진규 선생이 원장으로 있으며, 노 전 대통령 부모와 장인의 위패가 모셔진 곳이기도 합니다. 선진규 원장은 그 옛날 중학생시절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고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사회운동을 벌여왔다고 합니다.

 

 

노 전 대통령 유골 모신 정토원 '수광전'

 

노무현 전 대통령 유골은 이 절 대웅전인 수광전에 봉안되어 있습니다. 커다란 관음상 아래로 조그만 영정사진이 있고, 영정 사진 뒤편에는 고인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49재 때까지 정토원에 가시면 참배가 가능합니다. 제가 다녀온 지난 주말에도 이곳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져 대웅전 마당까지 길게 줄을 서서 참배를 하였습니다.

 

대웅전 오른편 능선에 서면 봉하마을과 건너편 논밭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이곳에서 다리쉼을 하면서 한눈에 들어오는 마을을 둘러보실 수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께서는 '발 아래 펼쳐진 봉하마을의 잘 다듬어진 논에 올봄에도 모내기를 하시고 싶어' 하셨는데, 그 소박한 꿈마저 접고 죽음의 길을 가야 하셨지요.

 

다리쉼을 하신 후에는 그냥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올 수도 있고, 아니면 봉화산 정산을 다녀올 수도 있습니다. 호미든 관음상이 세워져 있는 봉화산 정상까지는 정토원에서 10~15분이면 갈 수 있습니다. 지도를 살펴보니 정상에서 봉수대 사자바위를 거쳐서 내려오는 코스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봉하마을 정경 한눈에 들어오는 정토원 쉼터

 

혹, 경찰조사가 끝나고 폴리스라인이 걷히고 나면, 정토원에서 부엉이바위를 거쳐 마을 쪽으로 내려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부엉이 바위를 거쳐서 내려오면 넓은 잔디밭이 있어서 역시 쉬었다 가기에 좋은 장소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와 부엉이 바위 사이에는 커다란 산딸기밭이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 봉하마을을 들렀던 참배객들 중에는 이곳에서 산딸기를 사 가는 사람이 여럿 있더군요. 저도 한 상자 사 볼까하여 가까이 다가갔더니, 그날 수확한 산딸기는 모두 팔았다고 하시더군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봉하마을 올레 길은 천천히 걸어도 한나절 길입니다. '봉하마을 입구에서 만장 따라 걷기 ~ 마을 임시분향소 ~ 부엉이바위 아래 노 전 대통령의 추락 지점 ~ 부엉이바위 근처~고인의 유골이 안장된 정토원 ~ 정상 또는 부엉이 바위' 코스를 거쳐서 돌아오면 딱입니다.

 

아! 빠뜨린 곳이 있네요. 봉화산에서 내려와 마을 앞 노란리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수생식물 단지가 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는 원두막도 있지요. 수생식물 단지에 수련이 피어 있고, 곧 연(蓮)이 꽃을 피울 거라고 합니다. 저도 연꽃이 필 무렵 꼭 한번 가 볼 생각입니다.

 

제가 다녀온 지난 주말 동안에만 10만 명 이상 추모객이 다녀갔다고 하는군요. 다가오는 현충일 연휴 봉하 마을을 찾으실 분들, 봉하 '올레' 길 따라 한 번 걸어보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노무현, #대통령, #봉하마을, #정토원, #봉화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