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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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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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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의 추후 시행되는 기본 및 실시설계 등 모든 저작권은 우리시에 귀속된다."

행정.공공기관들이 건축설계경기(현상공모)를 시행해 오면서 당선작 및 입상작 설계작품에 대해 저작권이 설계자가 아닌 발주기관에 있다고 명시해 왔으나 이는 저작권법을 침해한 것으로 앞으로 건축설계 입상작의 저작권을 설계자가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백용호)는 지난 1일 "조달청·용인시·안양시·대한주택공사·한국토지공사 건축설계경기지침 중 입상작들의 저작권은 발주기관에 귀속된다는 조항을 수정 또는 삭제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처는 2008년 12월 건축사협회의 심사청구에 따른 결과이다. 공정위는 "약관 조항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발주 기관이 설계자 저작권을 일방적으로 전부 양도받는 조항으로 그 범위가 설계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기에 무효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건축설계경기'란 발주기관 등이 2인 이상의 설계자로부터 각기 설계안을 제출받아 그 우열을 심사·결정하는 방법과 절차 등을 말한다.

건축설계경기 입상작은 최우수작(당선작), 우수작, 가작으로 구성되는데, 최우수작(당선작)은 당해 건축의 설계권을 부여받고, 우수작·가작은 소정의 상금을 수여받는다.

하지만 저작권 전부 귀속 조항의 대표적인 약관조항 유형은 '입상작의 저작권 및 사용권 등 법적 소유권은 주최자에 귀속한다'로 명시됐다. 건축물·건축을 위한 모형과 설계도서 등은 창의성이 인정되는 경우 건축저작물에 해당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다.

시정조처를 받은 안양시의 현상설계 공모 지침서중
 시정조처를 받은 안양시의 현상설계 공모 지침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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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안양시가 지난 1월 14일(공고 제2009-1호) 공고한 관양도서관·복합복지센터 건립공사 건축설계경기공모의 경우 현상지침서를 통해 '당선작의 추후 시행되는 기본 및 실시설계 등 모든 저작권은 우리시에 귀속된다'고 명시돼 이번 조처에 위배되고 있다.

또한 2003년 발주한 삼덕공원 현상설계 공고의 '권리 및 제출도서의 취급'에 있어서도 '입선작에 대한 저작권은 우리시에 귀속됨',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작품은 자문 등을 거쳐 설계과정에서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음' 등으로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

이와관련 공정위는 건설기술관리법령은 건축공사가 창의성이 요구되는 경우 건축설계경기라는 방법으로 발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건축설계경기의 입상작들은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건축 저작물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즉, 저작권을 누가 얼마만큼 갖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는 발주기관과 설계자간의 이익을 비교형량해 판단해야 하지만 설계자는 건축저작물을 직접 저작한 자이므로 당해 건축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설계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발주기관은 건축주로서 건물을 직접 소유·사용할 자이므로 당해 건물을 건축하기 위해 저작권 사용권한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4월 15일 저작권에 대한 소관부처인 문화체육부에 당해 약관조항에 대한 의견을 조회한 결과 약자인 응모자(건축사)를 보호하고, 주최측(발주기관)은 목적달성을 위한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권리를 양도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건축설계지침상 저작권 귀속 약관조항의 불공정 사유
 건축설계지침상 저작권 귀속 약관조항의 불공정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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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공정위는 발주기관에게는 ▲ 당선작에 대한 저작권 1회 이용허락권, ▲ 전체 입상작에 대한 당해 설계경기 관련 전시·출판에 사용할 수 있는 권한만 부여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지침을 시달해 건축설계 입상작의 저작권이 설계자에게 있음을 확인시켰다.

공정위는 "이번 조처의 효력이 미치는 5개 기관은 저작권 관련 사항은 별도 협의한다거나 저작권 귀속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당해 약관조항을 자진시정했다"고 밝혔다.

개선된 약관조항의 대표 유형으로 첫째 ▲ "입상작에 대한 저작권은 저작권법에 따라 별도 협의한다. 다만, 당해 건축설계경기와 관련한 전시, 홍보 등은 별도 협의 없이 할 수 있다.", 둘째 ▲ "우리 공사는 당선작에 대하여 건축설계용역 계약 체결시 1회에 한하여 저작권 사용권한을 소유한다." ▲ "우리 공사는 당선작을 포함한 입상작에 대하여 저작자와 별도의 협의 없이 작품을 전시 및 홍보책자출판에 활용할 수 있다." ▲ "기타 개별사안에 대하여는 저작권법 등에 따라 저작권자와 별도 협의한다." 등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조치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건축저작권분야의 저작권 일방적 양도 관행을 시정함으로써 설계자들의 창작의욕을 고취해 건축설계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타 지자체 등의 해당 약관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직권조사해 현황 파악과 시정조처하는 한편 문학상 공모에서도 저작권을 주최쪽에 일방적으로 귀속시키는 사례가 많다고 보고 설계자 저작권과 동일하게 판단할 수 있는지 검토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태그:#공정거래, #약관,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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