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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화동 파출소 뒷편의 조그만 골목길. 그 안에 더 조그만 '혜화동 1번지'라는 소극장이 있다. 6월 3일, 지난 5월 28일부터 공연해오던 연극<하녀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조그맣고 외진 공연장임에도 불구하고 공연 시간 30분 전부터 길게 줄을 늘어선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연극 <하녀들>이 공연되고 있는 소극장 '혜화동 1번지'. 공연 시작 전, 관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극 <하녀들>이 공연되고 있는 소극장 '혜화동 1번지'. 공연 시작 전, 관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 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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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들>의 연출을 맡은 김혜영씨는 현 극단 유정의 연출을 맡고 있으며 혜화동 1번지 4기 동인의 멤버이다. '혜화동 1번지'는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공연하는 곳으로 유명하며 <하녀들>역시 다르지 않다.

연극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마담이 외출하고 없는 마담의 방은 두 하녀의 차지가 되고 그들은 연극놀이를 시작한다. 연극 놀이 속에서 마담을 살해하려는 순간, 마담의 귀가 시간을 알리는 자명종이 울린다. 그녀들의 놀이가 끝까지 못 간 것에 대해 서로 탓하는 동안 두 하녀가 거짓 밀고하여 감옥으로 보낸 마담의 애인 무슈가 가석방되었다는 전화가 걸려온다. 

하녀들은 모든 일이 탄로날까 두려워 진짜로 마담을 독살하기로 한다. 외출했던 마담이 돌아오자 하녀들은 수면제를 탄 차를 권하지만 애인의 가석방을 알게 된 마담은 그를 만나러 나가버린다. 결국 하녀들의 살인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두 하녀는 절망 속에서 다시 연극 놀이를 시작한다.

연극 <하녀들>의 무대. 마담의 방에서 모든 연극이 이루어진다.
 연극 <하녀들>의 무대. 마담의 방에서 모든 연극이 이루어진다.
ⓒ 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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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을 제거해서 진정한 자유와 평등을 얻고자 하는 하녀들은 현대 사회의 소시민,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한다. 이들은 마담으로 대표되는 권력과 폭압에 저항하려고 하지만 마담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게 되고 자신들의 연극 속에서 아무리 죽여보아도 실제의 마담은 살아있을 뿐이다. 결국 국가 권력, 사회적·경제적 억압이라는 폭압의 굴레 속에 갇혀서 평생 소심한 불평과 저항을 할 수밖에 없는 현대 한국인들의 모습을 잘 말해주는 것이다.

몇 십년간 피로 이루어놓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 현 정권의 폭압이라는 굴레 속에 갇힌 국민들의 저항이 마담이 모르는 하녀들의 연극으로 끝나는 것은 아닐까?


태그:#하녀들, #혜화동1번지, #이명박, #국가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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