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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순서]

1. 골프장 반대투쟁으로 복원되는 공동체..

2. 싸움의 시작은 교육과 연대체를 준비하는 것으로부터

3. 계기를 통해 주민들의 의식과 단결이 높아진다.

4. 구만리 주민들 이야기/ 투쟁은 아직도 진행중...

5. 진정한 승리는 무엇인가?

 

구만리는 이름부터가 특이하다. 아홉 '구' 일만 '만' 마을 '리'. 그래서 구만리라고 부른다. 마을이 길어서인가?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는 홍천에서 30여 분, 춘천시내에서도 30여 분 걸리는 작은 동네이다. 생활권은 아마 춘천시와 더 가깝다고도 볼 수 있다. 지리적 위치로는 춘천시 남산면 광판리와 경계지역이므로 경계석만 넘으면 바로 춘천시인 것이다.

 

100여 가구가 오손도손 모여사는 구만리는 벼농사와 가지 등이 주작물이며, 어느 농촌과 마찬가지로 하우스도 드문드문 보이는 소박한 동네다. 농촌이 밖에서 보기엔 그저 평화롭지만 이곳 역시 농가부채와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시름시름 앓는 동네다.

 

구만리에는 반씨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산다. 아마도 반씨 집성촌인 듯 싶기도 하다. 필자가 전국농민회총연맹 도연맹 사무실에 근무할 때 만난 사람이 당시 홍천군 농민회 사무국장이었던 반종표씨다. 당시 홍천군 농민회 주력은 북방면이었다. 특히 구만리를 중심으로 서면 등지에 젊은 농민회원들이 있어서 자연스레 구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006년 가을 즈음 이 동네에 골프장 2개가 건립된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사연을 알아보니, 처음에는 산 중턱에 저수지를 만들어 동네에 농업용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한다는 명분으로 부지매입을 하면서 동네어르신들에게 온갖 감언이설을 퍼뜨렸다. 부지 매입이 얼추 끝나고 나니 바로 골프장 부지로 전환시켜 버렸다. 그때서야 동네 주민들이 속은 것을 분통해하면서 골프장 반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 시작하였다.

 

평화롭기 그지 없던, 그리고 농산물 가격만 보장되고, 농가부채만 없으면 살기 좋고 인심 좋았던 동네가 골프장 문제로 시끌시끌하기 시작했다. 동네에서는 저수지 부지 매입한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땅을 팔았던 노인들이 분개하기 시작했고, 마을 청년들이 대책위를 만들고 매일 밤 회의를 하느니 하면서 향후 닥쳐올 싸움준비에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

 

마을주민들의 힘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윗마을 아랫마을 할 것 없이 마을 주민들이 1년에 한 번 개최하던 마을 대동회를 매달 열면서 골프장 건설 반대투쟁교육의 장으로 활용했다. 더 나아가 마을공동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의식개혁의 장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농촌에서 골프장 싸움이 모두 실패했듯이 투쟁도 시작하기 전에 골프장 업체의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마을에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간간이 존재한다. 마을 주민들은 대책위를 중심으로 굳게 뭉치면서 이 사회의 모순에 대해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한다.

 

농촌지역에서 골프장 싸움은 거의 이겨본 적이 없다. 제 아무리 이기려고 해도 농촌 특성상 주민 숫자가 너무 적다. 그나마 젊은 청년들이라곤 찾아보기가 힘든 곳이 바로 오늘 농촌 현실이다. 바쁜 농번기가 되면 오이, 호박, 가지도 매일 따야 하고, 모내기해야 하는 등 일들이 겹치면 부지깽이라도 일손을 거들어야 할 판이라서 투쟁으로 나서기엔 정말 곤혹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마을의 단결이 깨지고, 업체의 유혹에 넘어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가면서 대부분 실패하고 만다.

 

특히나 골프장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자자체가 주민들 편이 절대 아닌것은 만천하가 다 알고 있다. 지자체는 골프장업체의 각종 로비에 환경영향평가와 주민동의서만 어느 정도 구색을 맞추면 인허가를 내준다. 그리고 농촌의 발전과 지자체의 세수증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뻔뻔하게 외친다. 골프장 건설의 ABC와도 같은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블로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골프장, #구만리, #춘천, #홍천, #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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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이야기를 많이 쓰고 싶습니다. 한국의 농업, 강원도의 농민이야기를 꾸준히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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