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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활 초창기엔 버스의 복잡한 노선도, 시간표가 운 좋을 때만 맞았던 이유로 나는 번번이 "서울 트레인"을 타고 다녔다.

 

사실 나이든 분들에게 자리양보하는 것이나, 토요일에 운행시간이 짧고(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밤 늦게 밖에서 집에 운전해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술을 마실 가능성이 다분한 날), 능숙하게 개찰구 위를 훌쩍 뛰어넘거나 아래로 쭈그리고 기어 들어가는 행동, 미친 듯이 뛰어가 열차를 잡아타고 내릴 땐 먼저 내려 비켜주지도 않아서 다른 사람들이 제 때 못내릴 위기로 몰아넣는 사람들에 대해서 등등 할 얘기는 많지만, 오늘은 다른 얘기를 하려고 한다.

 

한국에서 살면서 다들 밤에 택시를 탔다가 강간 당했다는 등의 무서운 얘기들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미디어에서 과장하는 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서울의 밤 교통이 얼마나 안전한 걸까 조금은 궁금하게 만든다.

 

여러 나라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본 나는 서울 메트로가 그 중 제일 안전한 축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그 반대 랭킹으로는 프랑스를 꼽겠다. 그러나 프랑스의 모든 곳이 그렇다는 건 아니고.

 

어디 보자, 나는 니스, 깐느, 마르세유에서 가까운 꼬뜨 다쥐르의 그림같은 작은 도시 엑상 프로방스에 살았다. 가끔씩 친구와 함께 더 큰 도시인 마르세유에 갔다. 그러려면 시외버스를 타고 마르세유 외곽으로 가서 도심지로 들어가는 지하철로 갈아타야 했다. 타고 가는 시간은 20분 정도밖에 안 걸렸지만, 그것은 모두에게 놀이공원 자이로드롭같은 무중력 놀이기구 위, 땅에서 100피트 높이의 의자에 몸을 묶은 채 낙하할 일만을 기다리는 마지막 순간처럼 느껴졌다.

 

프랑스에서 처음 2달 동안 다섯 번 지갑을 털렸는데 그 중 세 번은 칼로 강도를 당한 것이었다. 나중엔 친구나 나나 마르세유에 갈 땐 항상 양말에 돈을 넣어가곤 했다.

 

그리고 최근에 한국에서 있었던 일. 자정쯤 제일 많이 이용하는 2호선을 타고 코엑스 몰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사람이 별로 없는 날이었다. 내가 탄 칸에는 나와 거칠게 생긴 남자들 한 무리, 그리고 많이 취한 청년이 타고 있었다. 그는 처음엔 앉더니, 다음엔 자리에서 뻗었고, 그리고는 바닥으로 굴렀고, 마침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 

 

다른 남자들이 일어나더니 그 사람에게 가서 둘러쌌다. 이제 지갑을 털 차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지 않은 기억들이 다 떠오르기 시작했고 그 사람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 남자들이 청년의 재킷에서 휴대폰을 꺼내는 것이 아닌가.

 

음, 새로운 움직임인데라고 생각하면서 일어나서 그쪽으로 천천히 다가가는데, 그 중 한 명이 전화기 버튼을 누르더니 취한 사람 어머니와 통화를 하는 것이 아닌가!?

 

믿을 수가 없었다. 도둑질, 강도질, 구타 등등 다 어디 간 거야? 거기서부터 그 남자들이 성수역에서 취객을 끌어내린 뒤 신촌행 열차에 다시 태우고, 마지막엔 한밤중에 그를 데려다주기 위해 그사람이 사는 정류장에서 내리는 것을 보면서 내 놀라움은 커져만 갔다.

 

이 일이 너무나 좋아서 한국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 얘기하고 다녔다. 한국 사람들 어떠냐는 질문을 받으면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에 오다가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유럽 라이프스타일 제품 등을 수입판매 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블로그에 쓰고 있다. 블로그 주소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태그:#서울, #지하철, #메트로, #프랑스,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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