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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중소기업 죽이기가 점입가경이다. 중소기업을 살려야 나라 경제가 산다고 입만 열면 말해놓고 정작 구체적인 정책은 중소기업 죽이기다. 대표적인 것이 입법예고한 건설산업기본법 제정이다.

 

국토해양부가 지난달 21일 입법예고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은 전문건설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전문건설업계는 30년간 유지되던 전문건설업계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처사라며 강력 반발한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한마디로 "돈 있는 놈만 살아 남아라"이다.

 

건설업종은 크게 보아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로 구분된다. 더 세분하면 종합건설업체는 5개 면허로, 전문건설업계는 20개 면허로 나눠진다. 입법예고된 건기법 개정안은 이 면허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즉, 면허에 구분 없이 모든 건설업체가 다른 공사를 수주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예를 들면, 도로포장공사의 경우 여태까지는 도로포장 전문건설업체가 시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종합건설업체라면 누구나 할 수 있게 개방하겠다는 이야기다. 즉, 종합건설업체는 이런 전문공사를 여태까지는 하도급을 주었는데, 이제는 직접 시공해도 무방하다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업역 파괴, 업종 파괴인 셈이다.

 

건기법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방적으로 종합건설업체에게 유리하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현행 법에 의하면 종합건설업체는 원청 공사만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법이 개정되면 같은 종합건설업체끼리 하도급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 현행대로라면 하도급은 전문건설업체가 맡아야 한다. 또한 종합건설업체는 전문건설업체가 가진 모든 면허를 종합건설 면허 하나로 모두 가질 수 있게 하였다. 예를 들어, 실내건축업종이나 미장방수, 시설물 유지관리, 전기, 설비 공사 등 모든 전문건설업종의 공사를 종합건설업 면허 하나로 다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업종 제한 조치를 없애 건설시장을 대폭 개방하겠다는 미명 아래 영세기업인 전문건설업체를 다 죽이겠다는 조치인 것이다.

 

또한 종합건설업체는 원도급, 하도급공사를 모두 할 수 있는 반면에, 전문건설업체는 하도급을 못하게 한 것은 형평성에 크게 어긋난다. 당국자는 전문건설업체도 원청공사를 하도록 개방했기에 형평성에 문제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영세기업인 전문건설업체의 현실을 무시한 발언이다. 종합건설업체에 비해 자본금이나 인력, 실적에서 크게 밀리는 전문건설업체가 원청 공사를 수주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종합업체는 전문시장에 무한 진입이 가능하지만, 전문업체는 종합시장에 원천적으로 진입이 불가한 현실을 간과한 조치인 것이다.

 

4만 5천개에 달하는 전문건설업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건기법 개정안은 결국 이명박 정부의 대기업 옹호 정책에서 비롯된다. 전문건설업체는 대부분 이 땅의 서민들이 운영하는 작은 형태의 건설업체다. 주로 가족 경영이 많고, 사장이 직접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업체들이 많다. 소규모 자본으로 겨우 꾸려나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데 규모의 경제를 정책기조로 내세우는 이명박 정부는 이런 서민형 기업을 외면한 채 대형 건설사에게만 특혜를 주고 있다. 

 

미래 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전문 기술을 요구한다. 각 영역의 전문화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기술력은 늘어나게 된다. 건설업도 마찬가지이다. 세분화된 전문건설업체를 많이 육성해야 전체 건설 산업의 기술력이 늘어나고 세계적인 경쟁에서도 살아남는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건설정책은 이런 전문성을 말살하고 기술보다는 자본을 많이 가진 기업만 살아남게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도대체 뭘 어쩌자는 말인가. 

 

건기법이 개정되면 소규모 종합건설업체도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된다. 자본과 기술력이 거대한 전문건설업체가 소형 종합건설업체를 위협하게 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리고 이런 거대 전문건설업체는 대개가 대기업 소유로 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의 친 재벌 정책이 날이 갈수록 그 도를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사태로 요즘 국토해양부 홈페이지는 성토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전국 각지의 전문건설업체들이 홈페이지에 온갖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건설협회를 비롯한 국내 3개 전문건설협회는 대정부 강경 투쟁, 상경 투쟁을 불사하고 있다.

 

4대강 살리기를 빙자한 한반도 대운하를 밀어붙이는 이명박 정부. 4대강 살리기를 통해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곳은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다. 현대건설의 이득 또한 불을 보듯 뻔하다. 정말 큰일이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이 살얼음을 걷듯이 불안하고 위태롭다. 재벌기업이 동네 슈퍼까지 장악하도록 하고, 대형 서점이 동네 서점까지 장악하도록 방관하는 이명박 정부는 언제까지 서민의 생존을 위협할 것인가.

 

개정 예고된 건기법은 원점에서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 규모의 경제를 내세우며 자본력을 가진 종합건설업체를 키울 것이 아니라 전문성과 기술성을 갖춘 전문건설업체를 육성하는 방안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게 현 시점에서 요구되는 올바른 건설정책이지 싶다.  

덧붙이는 글 | 국제신문에도 송고함


태그:#전문건설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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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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