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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직원 흡연율? "31%→6.4%로 급락"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신임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제일 먼저 취한 정책은 "전 직원 금연실천 프로젝트"였다. "담배 피우는 직원은 회사를 떠나라!" "불만 있으면 나를 소송하라!"는 초강력 긴급조치 9호급이었다. '회사 내에서 금연 뿐 아니라, 숨어서 피워도 안 되고, 퇴근 후에 피워도 안 되고, 집에서도 피우면 안 된다'는 철저한 흡연금지령이었다. 혈액 검사를 통하여 니코틴이 검출되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표했고, 해당부서에서는 금연실천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철강산업의 특성상 금연을 통한 추가적인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조금은 억지스러운 끼워 맞추기식의 "저탄소 녹색성장" 구호도 등장했다.

기자는 포스코의 구호 뒤에 숨은 성과는 얼마나 될까?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취재에 들어갔다. 본격적으로 금연정책이 추진된 4월 이후 포스코 직원들의 금연 성과는 얼마나 될까? 포항제철소 직원금연 프로젝트의 추진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용래 건강증진팀장을 만났다. 4월 시작할 때 31%였던 흡연 직원 비율이 6월 23일 현재 6.4%로 줄었다고 했다. 수치상으로 큰 성과다. 흡연율 제로화(0%) 정책이 달성될 듯도 싶었다. 7월 1일부터는 회사 내 어디에서도 흡연을 할 수 없다. 전면 금연 지역을 선포했고, 일부 유예지역에 대한 흡연기간도 6월 30일로 끝난다. 이제 절대 금연이다.

피교육생들의 피로를 풀어주던 담배도 이제 그만!
▲ 포스코 인재개발원 뒷뜰의 흡연금지 안내판 피교육생들의 피로를 풀어주던 담배도 이제 그만!
ⓒ 김동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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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연가 임직원들! 고통의 연속?

기자가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전화가 걸려 왔다. 소변을 통한 니코틴 함유량검사인 코티닌수치 검사 결과를 알아보려는 직원들의 전화였다. 우연히 엿들은 것이지만 제철소 연모 상무와 정모 상무에 대한 검사수치를 체크하는 직원들의 전화도 있었다. 아직 담배를 완전히 끊지 못한 간부들의 절박함이 배어나오는 내용이었다. 정준양 회장이 금연하지 못한 직원과는 함께 갈 수 없다고 공언한 마당이니 어쩌겠는가? 특히 임원 등 포스코 간부들의 금연에 대한 갈등은 사투와도 같았다.

기자가 만난 한모 팀장은 금단현상으로 휴게실에 누워서 창백한 얼굴을 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흡연 제로화의 목표 시기는 올 연말까지다. 담배를 사랑해서 포스코를 진짜 떠나는 직원이 있을까? 물론 정말 이런 해고가 있다면 법정에서 담배를 피우는 직원이 승소할 것이다. 그러나 인사고과는 회사기준이 우선일 터이니 승진이나 간부가 되기는 어려운 건 틀림 없어 보인다.

직원 금연 유도? 단계적으로 개인별 프로그램 만들어 진행!

금연운동의 실무를 관리하고 있는 김 팀장에 따르면 포스코 금연프로그램은 단계별로 추진되고 있었다. 각 부서별로 우선 흡연 직원을 파악하고 부서장 상담을 통하여 금연계획을 세우고, 당장 생일, 결혼기념일, 입사일 등 각자가 기념할 만한 날을 정하여 금연할 것으로 서약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혈액 및 소변검사 등을 통하여 습관성 흡연자와 니코틴중독형 흡연자를 분류하여 금연 실천계획을 세워 직원들 앞에서 금연선포를 하고 실천프로그램을 만든다. 습관성 흡연자에게는 은단, 유사담배 등을 제공하여 흡연 습관을 극복하는 데 주력하고, 니코틴 중독성 흡연자에게는 니코틴 패치, 니코틴 껌, 니코틴 거부성 약물을 제공한다. 그리고 정기적인 소변검사를 통하여 니코틴 함유량 확인을 통해 금연 성과를 체크한다. 이렇게 관리한 성과가 금연 캠페인 3개월 차인 지금 흡연률 6.4% 달성이란다.

직원들의 금연프로그램 참여 거부나 부정적인 반응은 없느냐는 질문에 '다소 참여를 어려워 하는 직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현재하고 있는 금연운동이 2번째이기 때문에 지난번처럼 직원들의 저항은 거의 없는 편'이라면서 '오히려 강제로 금연할 기회를 갖는 것을 고마워하는 분위기'라고 말한다. 지난번 금연운동을 통하여 '건물 내 흡연은 이미 정리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내 금연운동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작년 대비 담배 판매량? 포항 12.3% 줄고 광양은 2.9% 늘어

포스코의 금연운동이 포항과 광양지역 담배 판매량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포항 KT&G에 의뢰하여 포항시 전체와 포스코 직원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주거단지 인근인 효곡동 및 광양시에 대한 2008년 4월, 5월과 2009년 4월, 5월의 담배 판매량 변화를 알아보았다.

올 4월, 5월은 본격적인 금연 캠페인 기간이기 때문에 작년과 비교할 때 객관적인 근거가 될 것으로 보였다. 판매량 확인 결과 포항시 전체로 2008년 1만2610박스였던 것이 올해는 1만1530박스로 91.4% 수준이었고, 효곡동 지역만 보면 146박스가 128박스로 줄어 87.7%로 12.3%가 줄었다. 상당히 객관적인 금연운동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광양 지역은 오히려 담배판매량이 늘었다. 작년 4, 5월 광양시 판매량 3386박스에서 올해 3483박스로 102.9%로 나타났다. 광양지역은 도시 특성상 광양제철소와 연관공단직원들이 시민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제철소의 영향력이 어느 도시보다 크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통계이기도 하다.

정준양 회장의 야심찬 "흡연률 제로화 운동" 성공할까?

담배판매량이 줄어들면 담배판매에 따른 지방세 수입이 줄어드는 지방 재정은 또 다른 걱정 중의 하나다. 현정부 들어 종합부동산세 급감으로 지방교부세가 대폭 줄어드는 시점에서 더욱 그렇다. 내년 포항시의 수입 예산이 900억 원 감소할 전망이란다. 금연으로 증가된 생산성을 기초로 포스코의 2009년 흑자가 늘어 법인세 납부를 통한 포항시 예산 상쇄를 기대해 본다. 이구택 회장의 1년 잔여임기를 지우고 들어선 정준양 회장의 금연운동을 통한 생산적 리더십에 기대를 해 본다. 제철소장 같은 회장이라는 항간의 평가를 극복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경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포스코, #금연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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