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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을 보다보면 의사의 처방대로 약을 꾸준히 드시는 분이 있는 반면에, 약을 먹다가 조금만 증상이 좋아지는 것 같으면 약을 자기 마음대로 끊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장기간 약을 복용해야 효과가 있는 경우에 그런 분들이 많이 생기게 되는데 - 아마도 장기간 약을 먹으면 부작용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겠지요 - 약을 필요 이상으로 오랫동안 복용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정해진 최소한의 기간도 지키지 않고 약을 중단하게되면  병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빈혈입니다. 빈혈은 비타민 B12(cobalamin)나 엽산이 부족해서 생기는 거대적아구성 빈혈  혹은 적혈구의 수명이 간헐적 혹은 지속적으로 감소해서 생기는 용혈성 빈혈, 만성질환자에 생기는 빈혈 등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는데 그 중에서 철 결핍에 의해서 생기는 철결핍성빈혈이 가장 흔한 빈혈의 원인이 됩니다.

철 결핍성 빈혈

철 결핍성 빈혈은 주로 남자보다는 여자에게서 많이 발생하는데 우리 몸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혈색소를 만드는데 꼭 필요한 철(Fe)이 부족해서 생기게 됩니다. 남자에서는 위궤양이나 위암 등에 의한 소화계통의 만성적인 출혈이 가장 흔한 원인이 되고 여자에서는 월경에 의한 만성적인 출혈이 가장 흔한 원인이 됩니다. 또, 사춘기나 임신했을 때처럼 철의 필요량이 증가하거나 채식주의자나 노약자 같이 철의 섭취나 흡수가 감소한 경우에도 철 결핍성 빈혈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빈혈에 따른 증상은 사실 혈색소가 7g/dL 이하인 경우에(대개 남자는 13, 여자는12g/dL까지 정상) 주로 나타나는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로 얼굴이 창백해진다던지 쉽게 피곤해지거나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거나 운동할 때 숨쉬기가 곤란해지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 밖에 철 결핍성 빈혈에서는 평소에 잘 먹지 않던 얼음이나 흙을 먹으려고 하는 증상이(이식증이라고 합니다)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숟가락 모양으로 오목해진 손 발톱을 (koilonychia) 볼 수 있습니다.  
                    
철 결핍성 빈혈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빈혈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합니다. 그 다음 몸에 철분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치료제로 철분제제를 사용하게 되는데 경구철분제제(2가철)를 하루에 3-4번 나누어 투여하게 됩니다. 사실 철분제제는 식전에 복용해야 흡수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식전에 투여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부작용으로 속쓰림이나 오심 등이 심하기 때문에 식후에 복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에 대한 반응을 보면 철 결핍성 빈혈이 있는 환자는 철분제제를 복용하고 하루만 지나도 증상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2개월 정도 철분제제를 복용하게 되면 혈색소 역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경구철분제제는 혈색소가 정상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6개월 이상 더 복용해야 합니다

증상도 좋아지고 감소되어있던 혈색소까지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어째서 경구철분제제를 6개월 이상 더 먹어야 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몸에서 벌어지는 철의 대사과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우리 몸에서 철은 산소를 운반하는 혈색소(heme)를 이루는 기능을 하고 있는데, 대개 혈장속에서는 트랜스페린에 부착된 상태로 운반되어서 필요한 여러 곳에 쓰이게 됩니다.

철은 하루 섭취량의 10% 정도만 흡수되며 - 한꺼번에 많이 먹는다고 많은 양이 흡수되는 것이 아닙니다  - 흡수된 철 중에서 쓰여지지 않고 남은 철은 ferritin이나 hemosiderin 의 형태로 우리 몸에 저장됩니다.

그래서 철 결핍성 빈혈이 일어나는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 몸에서 철이 부족하다고 여기면 먼저 몸 속에 저장해 놓은 철(ferritin 같은)을 먼저 사용하다가 그래도 모자란 경우에는 혈장속에 떠다니고 있는 철을 사용하고 그래도 부족한 경우에 비로소 혈색소에 제대로 철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철 결핍성 빈혈이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반면에 철 결핍성 빈혈의 치료로 철분 제제로 사용하게 되면 먼저 가장 필요한 곳인 혈장속에 철분제제를 먼저 채우고 - 그래서 증상이 가장 먼저 좋아집니다 - 혈중에 철을 다 채우고 나면 가장 나중에 ferritin 형태의 저장철로 저장이 됩니다.

따라서 철분제제를 먹으면 혈중의 철이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증상이 좋아지거나, 혈색소가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그때 약을 중단해 버리면 당장은 증상이 없지만, 몸 속에 만일을 위한 저장 철이 없기 때문에 - 혈색소가 돌아온 뒤에야 ferritin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 철 결핍성 빈혈이 언제든지 또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즉, 철 결핍성 빈혈에서 증상이 좋아지고 혈색소가 정상으로 돌아와도 계속해서 6개월 이상 빈혈약을 먹어야 하는 것은 우리 몸에 철을 저장시켜서 빈혈을 예방하기 위해서 입니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렸습니다



태그:#철 결핍성 빈혈, #철분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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